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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시대에서 이용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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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97회 작성일 12-08-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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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영 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어느 증권회사 부사장의 특강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그의 회사는 직원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하여 골프장 회원권을 다수 확보하고 있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모두 처분했다고 한다. 골프장 회원권 값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회원제 골프장보다 퍼블릭 골프장이 더 각광을 받고 명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회원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많은 회원제 골프장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회원권은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입장권 내지 이용권이다. 그런데 이 회원권이 소유권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회원권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우 회원권은 단순한 입장 내지 이용의 권리를 넘어 투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골프장 회원권은 바로 이러한 성격의 권리이다. 골프장 회원권 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유권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골프 애호가들이 좋아하던 골프를 그만 둘리는 만무하다. 다만 그들은 골프를 치고 싶을 때마다 적당한 이용의 대가를 지불하면서 즐기고 싶을 따름이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는 이용권과 소유권이 붙어 있다. 만약 내가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면 나는 이용권과 소유권을 동시에 누리고 있는 것이다. 소유권이 우선이고 이용권은 따라온다고 볼 수 있다. 물건의 소유자이니 배타적 이용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특정 상품에 대한 소유권은 없으면서 이용권만 가질 수도 있다. 빌려 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면, 요즘 많은 기업들이 간부들에게 렌트해서 제공하는 자동차에는 소유권은 없고 이용권만 있다.

  시장경제가 발달해가면서 점점 소유하지 않고서도 이용의 권리만 누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난다. 바야흐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유권과 이용권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당연히 소유에 따른 이익이 그것을 결정한다. 소유를 통하여 보다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소유권을 선택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용권만 가지려 할 것이다. 이른바 투자가치란 소유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을 말한다. 소유함으로써 예상되는 투자가치가 크다면 사람들은 직접 소유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권의 선택은 미래의 부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우리국민들은 아파트를 소유함으로써 중산층의 대열에 합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는 사용가치와 투자가치를 동시에 지닌 대표적인 상품이었다. 국민들은 아파트를 소유함으로써 편리한 주거 양식을 이용함과 동시에 부를 형성하여 온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빚을 얻어서라도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이 확실히 이익이다. 그런데 이제 점점 이런 시대가 저물고 있다. 소유를 통하여 얻는 이익이 불확실하고 오히려 위험이 커지는 시대이다. 국민들은 점점 비싼 대가를 치르는 소유권의 확보보다는 임대라는 형식의 이용권만 얻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도「소유의 종말」에서 주택의 미래가 바뀌어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소유의 시대가 접속의 시대로 변해 가면서 사람들은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주거의 질을 누리려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공동관심단지 (common-interest developments) 같은 새로운 주거양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집은 단순히 사고파는 소유의 대상을 넘어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는 또한 상승지향적인 젊은 세대들 가운데 투자가치로서 단독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편리한 주거양식인 아파트를 임대하려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주택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와 인구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주택은 이제 양질의 투자가치 수단으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여건변화로 주택을 소유하기 보다는 임대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임대 형태도 전통적인 전세 위주에서 월세 유형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주택산업은 지금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소유에 기대어 분양이익을 얻는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대신 임대 및 관련 서비스의 제공을 통한 안정적 수익 확보가 더 매력적인 시대가 되고 있다. 버블붕괴 이후 일본의 건설업체와 부동산 업체의 수익률 추이 지표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건설업체인 수퍼제네콘의 경상이익률은 2%대인 반면, 대형 디벨로퍼의 그것은 10%대의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소유의 시대에서 이용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건설업체들은 생존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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