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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부와 시장의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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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37회 작성일 12-08-0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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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좋지 않을 때마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게 있다. 바로 재정 조기집행 카드다. 재정 조기집행률이 높은 지자체는 이맘때면 홍보에 열을 올리기 일쑤다. 돈이 잘 돌아가지 않는 기업에 돈을 풀어 숨통을 터줬다는 자화자찬성 내용이 대부분이다. 자신들이 나서서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줬다는 것이다. 여기엔 정부도 빠질 수 없다. 정부는 최근 눈길을 끄는 보도자료 하나를 배포했다. 6월말 기준 연간 재정집행 계획 276조8000억원의 60.9%인 168조6000억원을 집행했다는 내용이다. 상반기 조기집행 목표 60%를 0.9%포인트 초과 달성했다는 것이다. “상반기 어려운 경제여건 아래 조기집행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색까지 냈다.

 물론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 조기집행은 기업들에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다. 일단 돈이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 조기집행은 건설산업에도 긍정적 역할을 했다. 악화될 대로 악화된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을 줬다. 건설들이 한숨을 돌리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재정 조기집행이 조기발주로까지 이어졌는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각이 많다. 재정이 조기집행됐다고는 하지만 실제 공사물량이 조기에 나왔다고 느끼는 건설사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 조기집행을 초과 달성해 건설사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하지만 조기발주 물량을 놓고는 건설사들과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건설사 간 체감온도 차가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건설사들은 연초 정부가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 조기집행을 천명하자 공사도 무더기로 발주돼 일감 확보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 같은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LH 아파트 건설공사와 철도건설공사 등을 제외하면 공사물량이 많지 않다. 정부가 건설산업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종전에도 조기발주를 시행했지만 하반기부터 건설업계가 일감부족에 시달리는 문제점이 노출되는 경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건설사들로서는 하반기 일감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과제로 남은 셈이다. 특히 올해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세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들이 하반기 신규사업 추진에 애을 먹을 수도 있다. 더욱이 재정난이 심각한 일부 지자체는 예정된 건설공사를 보류하거나 전면 중단할 계획이어서 건설사들은 하반기 물량난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의 마음만 다급해지게 생겼다. 공사물량은 별로 없는데 곳간엔 채운 게 없으니 저가투찰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건설사 대부분이 상반기 예상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자칫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건설사들은 보다 냉철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이렇더라도 무분별한 저가투찰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한 걸음 쉬어 가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분별한 수주경쟁보다는 설령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회사 실정에 맞는 투찰전략을 마련하는 게 좋다. 당장은 수주난으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나중에 보면 지금의 선택이 최선일 수도 있다. 정부도 재정 조기집행 초과 달성에만 도취돼 할 일을 다했다는 식으로 손을 놔선 곤란하다. 예정된 공사물량이 제때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 지도감독과 독려가 필요하다. 여기에 공사발주의 차질을 막기 위한 지자체와 발주처의 노력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한양규 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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