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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예산안 유감(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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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59회 작성일 12-11-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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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일 동 논설위원

서울이 화려한 옷을 입었다. 울긋불긋한 색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가을의 막바지, 청명한 하늘과 어울려 그 자태를 뽑낸다. 은행나무는 노랗게, 단풍나무는 붉게 도시를 채색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서울의 가을이다. 단풍놀이하러 유명 국립공원에 가는 건 옛 얘기다. 서울에서도 멋진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고즈넉한 갈대숲을 거닐 수 있는 건 덤이다.

40여 년 전, 서울 변두리는 황량했다. 필자가 처음 서울에 정착한 곳이 석관동이다. 그 곳의 절반은 밭이었다. 배추와 무 농사를 많이 지었다. 도시농업인 셈이다. 석관동에서 태릉 쪽으로 가려면 배를 타야 했다. 중랑천을 건널 다리가 없었다. 사공은 줄을 잡고 중랑천을 왕복했다. 양쪽 둑에 말뚝을 박아 연결한 줄을 이용했다.

지금 석관동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국철 1호선 석계역 인근은 번화해졌다. 물론 태릉을 가려고 배를 타는 일도 없다. 다리가 놓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서울은 변화의 물결속에 세계적인 도시가 됐다. 논란은 있지만 도시경쟁력이 세계 10위권 안팎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2010년 세계 도시경쟁력 지수에서 서울은 9위를 차지했다. 모리기념재단이 발표한 2011년 글로벌 영향력 도시지수는 7위다. 포린폴리시의 2010년 글로벌 도시지수에서도 10위를 기록했다. Z/Yen이 발표한 국제금융경쟁력지수는 2011년 11위에 랭크됐다.

꾸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교통, 통신 인프라의 획기적 확충이 나은 결과다. 이면도로까지 꼼꼼하게 정돈했다. 그 결과 도시기능은 세련되고 아름다운 도시가 됐다. 단풍놀이, 서울서 하면 된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아름다운 곳이 지천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도시로서 서울은 아직 진행형이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머서의 ‘삶의 질 지수’는 2010년 81위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지수’에서도 2011년 58위다. 도시경쟁력은 있지만 살기 좋은 도시로서는 ‘글쎄’이다.

왜 일까. 무엇보다 서울의 교통은 아직도 정체 중이다. 출퇴근시간이면 자동차가 길게 줄을 선다.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는 기름을 길에다 쏟아 붓는다. 교통방송 틀어놓고 안 막히는 곳으로 돌아다니는 게 현실이다. 내세울만한 랜드마크도 없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같은 관광 유인시설도 없다.

세계적인 도시들은 자신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자신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몸치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은 서 있다. 현상유지는 곧 퇴보인데도 말이다.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은 대부분 백지화다. 서해뱃길 사업은 용산에서 여객선을 띄우는 것이다. 뱃길을 만들어 칭다오나 상하이까지 물류노선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서민들과 무관한 전시성 사업’이라는 명목아래 중단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설 계획도 백지화했다. 호주 시드니 못지않은 예술섬 만들겠다는 계획은 ‘노들 텃밭’으로 변모했다. 박원순표 ‘도시농업 구상’의 일환이다. 쿠바의 아바나는 도시농업이 발달한 도시다. 아바나는 그렇지만 세계적인 도시가 아니다. 우리도 아바나처럼 도시 텃밭을 하려면 서울의 시계를 40년 전으로 돌리면 된다. 하지만 그건 꼬인 스텝이다. 세계 10위권 도시경쟁력이 텃밭에서 나올지 궁금하다.

내년도 서울시 예산의 골격이 나왔다. 요즘 정치권 유행가인 ‘보편적 복지’의 연장선이다. 복지부문 예산은 올해보다 1조 가까이 늘어난 6조1292억원이다. 전체 실질규모 예산의29.7%다. 올핸 26%였다. 박 시장이 2014년 복지예산 비중 30%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조기 달성했다.

하지만 SOC사업은 줄줄이 유보다. 출퇴근길 교통체증 해소는 기대난이다. 만성 정체 해소를 위해 계획돼 있는 동부·서부 간선도로 지하화 예산은 ‘0’원이다. 강변북로 성산~반포대교 확장에는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민자 사업도 예산분야에선 고려대상이 아니다. 은평뉴타운과 도심을 잇는 은평새길과 평창터널 예산도 없다.

SOC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없다. 복지는 수혜자가 있고 눈에 보인다. SOC는 반대해도 복지를 반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편익비용을 따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교통체증 개선은 다수의 시민들에게 혜택을 준다. 교통인프라는 시간은 물론 금전적인 혜택을 다수에게 가져온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는 서울시의 SOC인프라 사업 중단이나 연기로 시민들이 잃은 편익 손실이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지적됐다. 1000여명의 일자리 창출도 허공에 떴다.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다. 뉴욕이나 도쿄, 상하이 등과 경쟁한다. 도시 매력을 놓고 무한 경쟁 중이다. 서울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주거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하천도 지속가능한 개발을 해야 한다. 더불어 도심지 교통시설의 지속적인 확충도 필요하다.

흔적 지우기 이젠 그만이다. 사업 중단에 따른 매몰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도 고려해야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울의 미래 도시경쟁력이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세계적인 문호 괴테는 “첫 단추를 잘 끼우지 않으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자리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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