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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업계, 요구만 있고 총대 맬 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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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33회 작성일 12-09-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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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관계 및 보복관행 막을 제도장치 시급

 #1. 6월1일 문을 연 ‘공사비 부당삭감 신고센터’. 아직 신고실적이 없다. 피해를 토로하는 전화는 잇따르지만 신고서 접수를 권고하면 예외없이 고사하는 탓이다. 신고자 기밀을 엄수하지만 혹여 발주기관에 새어나가면 입을 불이익이 두렵기 때문이다.

 #2. 최근 마감한 한 건설단체의 건설공사 브릿지론 보증애로 설문. 가장 어렵다는 100위권 중견사들은 없고 1억원 미만을 원하는 중소업체들만이 답했다. 입소문이 두려운 탓이다. 정작 신용보증기금에는 이들 중견사들의 브릿지론 신청서가 쌓였다는 후문이다.

 #3. 공생발전위원회가 확정한 소규모 공사의 품셈보정 기준 마련작업. 정확한 기준을 만들려면 현장실사가 필수다. 반면 관련 단체의 실사 요청을 수용하는 건설사를 찾기가 어렵다. 소액공사를 시공하는 모든 건설사들이 혜택을 받을 사안이지만 모두 외면한다.

 건설사들마다 부당한 제도 피해를 호소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제몫하기를 거부한다. 누워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릴 뿐, 스스로 감을 따거나 이에 일조할 생각이 없다.

 ‘누군가 총대를 매겠지’란 생각이 팽배하면서 제도개선의 최전선에 선 건설단체의 노력도 쉽사리 결실을 맺지 못한다. ‘총대’라고 표현했지만 실상 설문·실사처럼 자신의 사정을 알리는, 작은 역할들이다.

 건설단체 관계자는 “바쁘고 피치못할 사정이 있겠지만 범건설업계를 위한 작은 설문마저 거부하거나 무성의하게 내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맥이 풀릴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제도개선은 정부, 정치권,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현장에서 불합리를 체험한 업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건설단체들이 설문, 연구용역을 반복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도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발주기관-원도급사-하도급사-자재장비사·건설근로자로 이어지는 갑을관계 아래 예상되는 가차없는 보복이 자리한다.

 가끔씩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돈키호테들이 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수개월 전에 관행화된 자재조달 비용 문제를 두고볼 수 없다는 한 2세 경영인을 만났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바꿔놓겠다는 고집에 밀려 관련 기사를 실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프로젝트를 의뢰한 최상위 그룹사로부터 현장을 빼서 바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건설업종에 몸 담은 건설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한 일이다. 갑을관계 아래서 튀는 을은 정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게 상식으로 굳었다. 요즘은 돈줄을 쥔 금융기관이 ‘슈퍼 갑’이라고 한다.

 국토해양부가 향후 5년간 건설산업 청사진인 ‘제4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을 만들고 있다. 건설사들이 부당한 문제에 소신있게 목소리를 높여도 보복을 당하지 않는 환경, 즉 갑을관계를 청산할 비법을 강구하길 고대한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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