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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치와 건설의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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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64회 작성일 12-10-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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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이다. 가장 큰 이벤트인 대통령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으로 관심과 열기가 예년만 못하지만 선량들에게 한철로 꼽히는 국정감사도 한창이다. 이런 때 어김없이 떠오르는 이슈가 건설이다. 국토해양부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까지 등장했다. 건설사 임원들도 줄줄이 국감장에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해야만 했다. 건설만큼 정치바람을 타는 산업도 없다는 명제를 올해도 비껴가지 못한 것이다.

국감 무대의 핫이슈는 역시 4대강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의 하나로 꼽히는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성이나 사업 효과 등의 논란도 본질은 아니었다. 포장됐을 뿐이다. 저변에는 정치적 이해가 깔려 있다. 태생적 한계도 부인하기 어렵다. 예부터 치산치수는 지도자의 최고 덕목이었다. 치산이 어느 정도 이뤄진 마당에 치수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열망이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수많은 기념비적 도시와 구조물들이 정치적 목적이나 권력을 기록하려는 통치자의 욕망과 닿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측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대방 흠집내기가 절실했다. 그렇다 보니 본질보다 자극적인 반대 명분이 우선이었다. 이때 등장한 용어들이 토건족, 삽질경제, 녹슨 뉴딜 등이다. 경제성이나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의 수위를 넘어선 말들이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건설 비하용어들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을 방증한다. 건설인 출신 이 대통령을 폄하하는 수단으로 건설을 이용한 것으로밖엔 볼 수 없는 말이다.

4대강은 사업 초기부터 건설사 퍼주기, 토건족만 배불리는 사업이라는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대기업 특혜, 담합시비에 휩싸여 있다. 수주 업체들은 적자라고 아우성이다. 4대강에 불만이 많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건설사를 희생양으로 삼았고 정부도 동조했다는 불만마저 나오고 있다. 게다가 100대 건설사 가운데 20곳 이상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단군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말이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 시점이다. 덤터기를 건설이 쓰고 있다는 점이다. 시쳇말로 독박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등 건설프로젝트는 토목(Civil Engineering)의 어원에서 보듯 시민을 위한 사업이다. 건축과 도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건설프로젝트들이 본연의 역할과 목적으로만 이해되지 않고 정치적 색깔이 칠해지는 데 있다. 정치인 개개인은 물론 이해관계자들의 탐욕까지 덕지덕지 덧대진다. 게다가 정치인들은 복지의 기초인 건설을 복지와 대립되는 사업으로 인식하게 만든 탁월한 능력(?)도 가졌다. 이런 환경에서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정상적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치의 계절에 서러운 이들은 건설인이다. 정치인들은 누릴 거 다 누리고, 챙길 거 다 챙겨 한철이 지나면 떠난다. 그 치다꺼리를 건설인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 떡고물이 만만찮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건설을 정치의 논리로, 정치를 건설의 논리로 접근하는 때는 지났다는 말이다. 한승헌 연세대 교수는 대한토목학회 주최로 열린 ‘국민경제 성장과 건설혁신을 위한 차기 정부 정책’ 토론회에서 “건설산업이 현재와 같이 정치적 이슈로만 강조되면 국내 건설시장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설은 건설의 논리로 풀어야 미래가 있다는 말이다.

이제 건설은 정치와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 힘든 시기이므로 더욱 그렇다. 그래야 지금 겪고 있는 시련이 그나마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박봉식 정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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