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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부정당업자 제재 서두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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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96회 작성일 12-09-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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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서둘러도 너무 서두른다. 4대강 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설사들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담합 처분에 대한 의결서를 공개한 것은 이달 6일이다. 조달청과 수공은 의결서가 공개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3일 해당 건설사들에 소명서를 내라는 공문을 보냈다. 소명서 제출기한은 26일까지로 못 박았다. 그나마 수공은 당초 21일에서 5일을 늦춘 일정이다. 건설사들에 소명기회로 주어진 기간은 단 13일이다.

 건설사들은 의견제출 기한을 2주일 가량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달청과 수공은 요지부동이다. 절차가 일정대로 진행되면 부정당업자 제재를 위한 계약심의위원회는 추석 연휴가 끝난 후 바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달청과 수공은 왜 이렇게 제재를 서두르는 것일까. 조달청은 작년말 최저가 허위서류 제출과 관련한 부정당업자 제재 상황에서는 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8일간의 소명기간을 주지 않았던가.

 국회 국정감사 일정을 따져보면 조달청과 수공의 속내가 짐작이 간다. 국정감사는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두 기관은 다음달 12일 국정감사를 받는다. 3주가 채 남지 않았는데 추석 연휴를 빼면 남은 시간은 보름 남짓이다. 일정을 맞춰보면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부정당업자 제재는 끝난다. 건설업계는 조달청과 수공이 4대강과 관련한 국회의 추궁을 피해가기 위해 제재 일정을 서두르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정위는 6월5일 전원회의를 통해 처분을 결정한 후 3개월 가까이 의결서 공개를 미뤄왔다. 검토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놓고 국회의 질타가 쏟아졌다. 공정위원장은 국회 상임위에 불려가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에 겁을 먹은 조달청과 수공이 부정당업자 제재를 국정감사 이전에 속전속결로 끝내려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계의 의심이 사실이건 아니건 크게 중요치 않다.

 문제는 조달청과 수공의 속전속결식 부정당업자 제재가 제대로 된 일처리냐다.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은 절차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공정위 의결서가 해당 업체들에 발송되면 해당 업체들은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거나 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물론 해당 업체들은 소송을 준비 중이다. 국가계약법령을 소관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미 법원의 최종 판단 시까지 부정당업자 제재를 유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상황이다.

 세상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시간을 갖고 처리할 일과 하루가 급하게 마무리할 일이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은 경중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빈틈없이 일을 마무리짓는다. 이렇게 보면 조달청과 수공은 일에 관한한 속된 말로 ‘젬병’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 불황과 수출부진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내수진작에 온힘을 쏟고 있다. 정부가 가용할 만한 예산을 털어내 내수진작 대책을 내놓은 것이 얼마 전 일이다.

 조달청과 수공은 발주기관이다. 내수진작을 위해 발주기관이 우선순위를 둬 해야 할 일은 1건의 공사라도 더 발주해 예산이 풀릴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다. 하반기 들어 조달청에 들어오는 계약요청이 급감했다는 소식이다. 조달청은 수요기관의 발주일정을 체크해 계약요청을 독촉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수공은 발주뿐 아니라 현장에 돈이 풀릴 수 있도록 공사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시기다. 부정당업자 제재는 공정위 처분에 대한 법정시비가 마무리된 후에 해도 늦지 않은 일이다.

권혁용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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