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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박근혜의 밥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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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69회 작성일 12-12-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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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인이 이메일로 보낸 역대 ‘대통령의 밥솥 시리즈’다. △이승만 대통령- 미국에서 돈 빌려 가마솥을 장만했으나 밥 지을 쌀이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 - 어렵게 농사지어서 밥을 해놓았으나 정작 본인은 맛도 못 봤다. △최규하 대통령 - 그 밥 먹으려고 솥뚜껑 열다가 손만 뎄다. △전두환 대통령 - 일가친척 불러다가 그 밥을 다 먹었다. △노태우 대통령 - 남은 게 누룽지밖에 없자 물을 부어 혼자 다 퍼 먹었다. △김영삼 대통령 - 그래도 남은 게 있을까 싶어 박박 긁다가 솥에 구멍이 나자 엿 바꿔 먹었다. △김대중 대통령 - 빈손이었으나 국민이 모아준 금과 신용카드 빚으로 미국(IMF)에서 전기밥솥 하나 사왔다. △노무현 대통령 - 220V 전기코드를 386V 코드에 잘못 꽂아 밥솥이 몽땅 타버렸다. 그러고는 코드가 안 맞다고 불평했다. △이명박 대통령 - 밥짓기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고장난 전기밥솥을 고칠 줄 알았더니 코드를 어디에 꽂는지 몰라 아직도 코드를 찾고 있다(다른 버전:고장난 전기밥솥을 고칠 줄 알았더니 장작불 위에 올려놓고 신나게 부채질하는 중이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밥솥 시리즈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 2005년 당시 인터넷을 달궜던 이 시리즈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데뷔하면서 회자되다가 새롭게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다시 봐도 무릎이 쳐진다. 밥솥 하나로 근대에서 현대까지 대통령들의 경제적 성과와 그 시대 경제흐름을 이처럼 절묘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감탄 때문이다. 헛웃음과 쓴웃음도 교차한다. 대통령들의 탐욕과 과오가 그대로 녹아 있는 데다 얼마나 살기가 팍팍하면 이 시리즈가 다시 등장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서다.

이번 시리즈가 지난번과 다른 점은 마지막에 ‘다음 대통령은?’이라는 문장이 하나 더 붙어 있다는 것이다. 경제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관심이 반영된 셈이다. 이는 대선 표심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거창한 이념보다는 촌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를 기치로 내건 박근혜 후보를 국민은 선택했다. 승부처였던 수도권 표심과 관련,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문재인 후보가 재정 고갈과 전세대란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던 지역에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먹고사는 문제가 표심을 갈랐다는 분석이다.

박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경제 살리기에 온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경제 활력은 시들어가고 서민 생활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답은 시리즈에 있다. 그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는 것이다. 우선 시대가 바뀌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가마솥이 아니라 전기밥솥이다. 게다가 고장까지 났다. 전기는 바로 성장의 모티브다. 성장이 없는 곳에 일자리가 생겨날 수가 없다. 복지 확대는 말할 것도 없다. 코드도 제대로 맞춰야 한다. 기우지만 밥이 다 된 뒤에는 일가친척이나 측근에게만 퍼줘선 안 된다는 점도 시리즈 출연진(?)은 말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밥을 하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나눠 먹느냐도 중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일꾼들이 힘내 일하고 더 많은 쌀을 거둘 수 있다.

박 당선인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 한분 한분의 삶을 돌보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어머니의 마음은 밥이다. 어머니 입에서 항상 처음 나오는 말은 “밥은 챙겨 먹었니?”다. ‘대통령의 밥솥 시리즈’의 다음 대통령에 대한 질문의 답이 이렇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어머니의 마음과 손길로 밥을 넉넉하고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 국민 모두 배불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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