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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준법은 공직자의 기본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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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25회 작성일 13-01-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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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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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달청 등 일부 발주기관이 시행하고 있는 대형사 간 공동도급제한 제도는 뜨거운 감자다. 좋은 제도인지, 나쁜 제도인지를 평가하거나 언급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당사자인 대형사들과 일부 중견사들 간의 이해 득실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생각이라면 반드시 상대편의 비난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만 한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다 돼 가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일방적 주장 외에 이렇다 할 평가가 없는 것은 이 같은 이유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좋고 나쁨이 아닌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공공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한남용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발주기관은 입찰의 집행과 계약에 있어 반드시 국가계약법령을 따라야 한다. 이것은 사회적 약속이고 그래야 공정한 게임이 이뤄질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대형사 간 공동도급제한 제도는 적법성에서 분명한 하자가 있다. 발주기관이 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고는 있지만 상위법령에 근거가 없는 이상 유효할 수가 없다.

 이 제도의 위법성은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내린 유권해석을 보면 명확해진다. 지금까지 이 제도와 관련한 유권해석은 모두 세 차례나 나왔다. 처음은 5년여 전이다. 조달청은 2007년 3월16일 일괄ㆍ대안입찰에 의한 대형공사에 대형사 간 공동수급체 구성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재정부에 물었다. 재정부는 그해 3월22일 “제한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조달청은 다음해인 2008년 초 다시 공동수급체 구성을 제한할 수 있는지를 질의했다.

 재정부는 5월28일 “공동수급체의 구성이 계약의 목적 및 성질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동수급체 구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회신했다. 조달청은 이 회신을 근거로 내부 지침을 고쳐 일괄ㆍ대안입찰에서 10대 대형사 간 공동도급을 제한했다. 도로공사와 수자원공사 등의 발주기관도 뒤따라 대형사 간 공동도급 제한에 나섰다. 재정부의 마지막 유권해석이 나온 건 지난해 8월20일이다. 이때는 조달청이 아닌 대형사들이 질의했다. 이에 재정부는 “공사이행 적격자가 10인 미만이거나 계열사 간일 때를 제외하고 대형사 간 공동수급체 구성을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재정부의 세 차례 유권해석 중 두 차례는 명확하게 “대형사 간 공동도급 제한이 적법하지 않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조달청의 대형사 간 공동도급 제한에 단초가 된 2008년 유권해석의 진의는 무엇일까. 재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명확한 답변을 내놨다. “계약의 목적 및 성질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동계약이 아니라 단독계약만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형사 간 공동수급체 구성에 관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2007년 3월22일의 유권해석과 같은 입장”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대형사 간 공동도급 제한은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도입 취지에서 일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취지가 좋다고 해서 법적 근거 없이 제도가 시행되는 것을 용인해선 안 될 일이다. 이렇게 되면 공정한 입찰행정을 기대할 수 없다. 발주기관마다 지침을 만들어 제도를 남발할 것이 뻔하고 결국 그 피해는 입찰행정의 당사자인 건설업계에 돌아올 것이다. 따라서 대형사 간 공동도급 제한 제도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과 규정을 지키는 건 공직자의 기본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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