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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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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74회 작성일 13-01-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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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실적 기사를 쓰는 일은 기자나 업계 모두에게 고단한 일이다. 정부가 할 일을 민간에서 하려니 서로 입장만 불편해진다. 실적을 집계하느라 각 업체에 일일이 묻고, 다시 경쟁사를 통해 교차대조했다. 업체마다 자료가 조금씩 달라서 혼선이 빚어졌다. 공무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진 않지만 ‘세금 받고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이럴때 나온다.

  일일이 수주실적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10위권 밖의 업체들은 빅10들이 ‘저인망 수주’를 한다고 불평했다. 5000만원짜리 사업에 대형사가 뛰어든다는 것이다.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러고 보니 작년 발주된 7000만원짜리 사업에 10대 대형사를 포함해 17개사가 몰려든 적이 있다. 그때 취재하며 참 궁금했다. 7000만원짜리 사업을 대형사가 수주하면 인건비는 남을까. ‘저인망’을 던지는 대형사나 낚싯줄 던지고 기다리던 중소형사나 입장이 불편하고, 입맛 쓰기는 마찬가지다.

 각사는 매출액 규모별로 입장이 갈린다. 소형사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좋은놈’이고 대형사는 ‘나쁜놈’이다. 대형사는 흉악하고 포악스럽단다.

 대형사에 물으면 그들은 당연히 입장을 바꿔서 말한다. 소형사는 페이퍼컴퍼니에 지역 가점으로 무임 승차하는 회사가 태반이란다. 이번에는 소형사가 ‘나쁜놈’이다.

 그런데 업체들 불평을 듣다 보니 반복되는 대목이 있다. 대형사의 횡포 중 하나가 ‘로비’라고 지목한다. 지방부터 서울까지 발주처들을 꼼꼼히 관리한다고 한다. 대형사 중에서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 로비력이 떨어지면 바로 수주에서 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단다. 해당 공종분야에서 실적과 경험이 풍부한 회사라도 예외가 없다. 올해도 그런 사례가 몇 차례 반복됐다.

 기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소형사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상도의에 어긋나는 대형사’들이라고 비판하기에 ‘엔지니어링산업은 완전히 정글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로비력이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니 의아할 뿐이다. 정글은 적어도 적자생존 법칙이라도 따른다. 아무래도 정글에 ‘이상한 놈’들이 있는 것 같다. 그 ‘이상한 놈’들에게 부탁하건대, 하루빨리 건설엔지니어링 실적이라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계해줬으면 한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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