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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토사구팽(兎死狗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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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03회 작성일 13-03-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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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감사가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보면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어 삶아 먹는다’는 뜻을 지닌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14일부터 7월11일까지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을 대상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감사원은 올초 국토부, 환경부 등에 보 바닥 세굴·균열 등 보 운영과 관련해 즉시 시정토록 요구하는 한편 종합적인 수질개선 방안을 마련토록 조치했다.

이어 감사원은 지난달 조달청과 한국수자원공사를 대상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 전반에 관한 본감사를 실시했고, 현재 보완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는 물론 4대강 2차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 집행에 문제가 없었는지 전방위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감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달 21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환경관리공단, 수공 등을 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21일까지 진행할 이번 감사는 피감기관들이 4대강 턴키의 가격은 물론 설계 담합에 제대로 대응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기본 설계도서 등을 수집,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최대 국책사업인 이 사업의 추진 주체였던 주요 기관들이 줄줄이 감사대에 올라 곤욕을 치르는 형국이다.

4대강 1차 턴키에 참여한 중대형 건설사들도 지난해 담합 혐의로 대거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 위기에 처했다 보류 상태에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청와대는 청계천 복원 사업의 적자 시공으로 곤욕을 치른 건설사들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를 꺼려하자 공구별로 나눠 참가하라고 이른바 ‘가르마’를 타줬다는 얘기도 있었다.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부조리는 낱낱이 파헤쳐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에 의한 ‘영혼이 없는 감사’로 주인의 토끼 사냥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 나선 애꿎은 사냥개들만 잡는 감사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채희찬기자 c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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