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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늑대같은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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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37회 작성일 13-02-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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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정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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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남자는 늑대”, “늑대 같은 남자”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해 남자가 기분 나쁠까, 늑대가 기분 나쁠까? 결론부터 말하면 늑대가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 늑대는 사회성이 뛰어난 동물이다. 수컷과 암컷 부부가 무리를 이끌면서 사냥과 육아를 분담한다. 동물의 97%가 일부다처제지만 늑대는 일부일처제다. 그것도 평생이다. 바람도 피우지 않는다. 한쪽이 먼저 죽어도 수절하거나 재혼하더라도 기존 배우자의 자식은 끝까지 돌본다. 책임감도 유별나다. 곰은 두려운 존재지만 가족이 위험에 처하면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든다.

늑대가 “나만큼만 하라”고 큰소리 친다면 남자들은 하릴없이 꼬리를 내려야 한다. 지난해 10월 말 개봉해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한 영화 ‘늑대소년’에 나오는 ‘철수’가 “기다려, 다시 돌아올게”라는 쪽지를 믿고 47년을 기다린 것도 근본에는 ‘순정남’ 늑대의 본성이 담겨 있다. 또 잔머리를 굴리지 않고 인내심이 강한 동물이란 게 학자들의 평가다. 그럼에도 늑대는 음흉하고 비열한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남자는 늑대”라는 말에는 동물적 욕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와 인식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늑대는 인간과 적대적 관계였다. 수렵시대에는 먹이를 놓고 다퉜다. 인류가 목축생활을 시작하면서 숲을 없애자 먹잇감이 부족한 늑대가 가축을 잡아먹고 인간을 해치기도 했다. 직접적인 피해와 더불어 성서나 동화 등을 통해 새겨진 이미지도 인식 차이에 영향을 미쳤다. 중세 기독교에서는 늑대의 야성을 악의 상징으로 규정했다. ‘아기돼지 삼형제’ 등의 동화에서는 음흉하고 포악한 동물로 그려졌다. 이로 인해 대대적인 늑대 사냥이 이뤄지기도 했다. 잘못된 이미지가 생존의 위협에까지 이른 것이다.

건설산업이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 2010년부터 3년 내리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는 환경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건설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들며 수요가 줄었다. 더불어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기업과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은 건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한몫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부동산=투기, 규제 해제=투기붐 조성’이라는 등식이 뇌리에 박혀 있다 보니 침체의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과감한 대책를 내놓지 못한 것이다. 이러는 사이 시장은 빙하기로 접어들었다.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정부는 물론 정치권마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는 그동안 전통적 표몰이 재료였던 개발공약은 역작용 우려 등으로 입 밖에도 내지 못했다. ‘부도덕한 토건족’의 배를 불리는 정책으로 치부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사석에서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산업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못한 것이 너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미지가 산업의 생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건설 이미지 개선은 생산 주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부패한 관료, 투명하지 못한 정책과 행정, 담합 등 반칙을 일삼는 업계가 있는 한 미래는 물론 현상 유지조차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긍정적 이미지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과 구태(舊態)는 고쳐야 한다. 그러나 덧칠은 필요없다. 가족을 위하는 늑대 본연의 모습과 같이 국민생활의 편익을 담당하는 건설 본연의 모습만 제대로 투영되면 된다. 열흘 남짓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간판을 바꿔 달고 출발하는 국토교통부의 핵심 과제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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