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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나로호에 숨은 건설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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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96회 작성일 13-02-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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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수 기술자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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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해냈다. 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31일 새벽 KAIST 인공위성센터와 교신하면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성공적으로 위성궤도에 진입했지만 혹시나 교신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역시 기우였다. 앞선 두 번의 실패를 깨끗이 만회하는 완벽한 성공을 이뤄냈다. 그동안 묵묵히 연구개발에 매진해온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로써 우리는 선진 우주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동시에 우리 국민의 자부심과 과학기술의 위상도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연관산업이 확대되고 기술력이 축적된 것은 엄청난 수확이다. 특히 국내 과학기술인이 러시아 등의 우주과학자들과 가까워지며 정보를 교류, 기술인맥을 구축한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나로호 발사의 성공은 우주산업 및 연관산업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나로호 발사 성공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심취한 나머지 냉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 나로호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수입한 점, 궤도 위 과학위성의 무게가 100㎏에 불과하다는 점, 위성이 타원궤도를 돌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1단 로켓기술을 확보하고, 위성의 무게를 500㎏ 이상으로 높인 다음 위성을 원형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경제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당당하게 ‘스페이스클럽’에 가입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남은 과제를 수행하는 길이 발사성공까지의 과정 못지않게 지난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나로호의 성공에는 150개 민간기업의 땀방울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다수의 건설 연관기업이 포함돼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두원중공업, 한화, 한국화이바, 삼성테크윈, 비츠로테크, 서홍금속, 단암시스템 등이다. 이들은 발사시스템에서 페이로드 페어링부, 특수소재의 단열재, 터보펌프, 연소기, 송수신기 등 건설업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선보였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발사대시스템과 한국화이바의 특수소재는 바로 활용이 가능한 기술들이다. 현대중공업은 거치대와 추진체 공급설비 등을 갖춘 발사대와 발사장의 공사를 완벽하게 마쳤다. 극저온 추진제와 초고온 화염에도 견딜 수 있는 첨단 플랜트 기술과 그동안 축적한 용접기술 등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러시아 기술진을 깜짝 놀라게 한 현대중공업의 이런 기술은 앞으로 국내는 물론 우주 진출의 꿈을 꾸는 나라에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이바의 특수 신소재도 주목되는 기술 중 하나다. 카본과 알루미늄을 이용해 만든 벌집형태의 고강도 탄소섬유를 나로호 기체에 적용했다. 이 복합소재는 항공기용 알루미늄보다 가벼울 뿐 아니라 강도는 훨씬 높다. 한국화이바는 또 초고성능 단열재를 나로호 최상단 페이로드 페어링의 표면에 적용함으로써 높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런 기술들은 교량 등 토목구조물과 초고층 건축물 등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안전과 효율성이 요구되는 여러가지 건설기자재 생산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우주항공산업에 적용된 기술들이 건설공사에 활용되는 것은 건설산업이나 이용자들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교각이 없는 다리를 달리고, 높이 수천 미터의 초초고층건물에서 일을 하며, 불에 타지 않는 집에서 산다는 것이 결코 꿈이 아니다. 우주기술이 얼마나 빨리 건설기술화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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