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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수주 경쟁력의 플러스 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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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75회 작성일 13-02-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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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산을 찾는 건설사 임직원들이 줄을 섰다. 한파도 잊은 채 멀리는 태백산, 설악산 대청봉까지 오르고 있다. 메이저급 대형사부터 직원 수가 10여명인 중소사에 이르기까지 건설이라는 명패를 단 업체는 거의 빠짐이 없다. 수주기원제를 올리기 위해서다. 산 정상에 올라 정성 들인 제단을 차려놓고 절을 한 후 플래카드 앞에 늘어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은 하나의 매뉴얼이다.

 건설사들에 있어서 최고선은 수주다. 수주를 해야 회사가 운영되고 건설사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주를 위해서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드는 게 건설사들이다. 수주만 많이 할 수 있다면 하루 수십번이라도 산을 오를 수 있다고 말하는 게 건설사 임직원들이다. 이런 마당에 수십년 만에 찾아온 엄동설한이 뭔 대수겠나.

 건설업이 면허제였던 시대에는 면허만 갖고 있으면 공사를 수주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 업체 수가 수백개에 불과해 별다른 노력 없이도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여년 전 등록제로 바뀌면서 업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현재 1만1000개사가 넘는다. 건설시장의 외형이 커지긴 했지만 늘어나는 업체 수를 감당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수주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워진 시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주를 위해서는 다른 업체보다 앞선 경쟁력을 필요로 한다. 우선 많은 실적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별을 봐야 딸 수도 있는 법. 실적이 없으면 별조차 볼 수 없는 게 수주 현실이다. 도로, 철도, 수자원, 플랜트 등 각종 실적을 갖추고 있어야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 여기에 기술형입찰 공사는 설계ㆍ영업 능력이 있어야 하고 최저가제 공사는 출중한 견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적격심사제 공사도 발주처별 복수 예비가격에 대한 세밀한 분석 능력을 요한다.

 여기까지는 기본이다. 덧붙여 플러스 알파가 요구되는 게 지금의 수주 환경이다. 바로 ‘정성’이다. 건설사 임직원들이 명산을 찾아 수주기원제를 지내는 것은 간절함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행위다. 지난 주말 건설사 영업담당 임직원 등산모임인 ‘산건회’를 따라 북한산을 다녀왔다. 산건회는 매월 정기산행을 하고 있는데 매년 첫 달의 산행지를 북한산으로 잡는다고 한다. 그것도 구파발 백화사에서 시작해 나한봉을 지나 구기계곡으로 하산하는 4~5시간짜리 난코스다. 여기에는 힘들게 산을 오름으로써 수주에 대한 간절함이 하늘에 전달될 것이라는 기대가 숨어 있단다.

 주머니에 소형 컴퓨터를 넣고 다니는 21세기에 하늘에 기대 수주를 꾀하는 게 가당찮은 일일까. 건설사의 수주경쟁력에 ‘정성’이 포함된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업체의 능력에 따라 수주가 판가름 나는 것이지 산에 가서 정성을 기울인다고 수주를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 입찰제도를 보면 건설사 임직원들이 산을 찾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현행 입찰유형은 기술형입찰 공사와 최저가제 공사, 적격심사제 공사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건수로 보면 대부분 최저가제 공사와 적격심사제 공사다. 최저가제 공사는 명목상 최저가제이지 실제로는 저가심사 기준이 있어 저가심사 대상에 오르는 데 상당 부분 운이 좌우한다. 적격심사제 공사는 최저가제보다도 더욱더 운에 기대는 입찰제도다. ‘정성’도 경쟁력인 게 슬프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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