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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발주처 우월적 지위남용 해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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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65회 작성일 13-01-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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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특성 맞춘 정책 패러다임 전환도 시급

 #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07년 9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전국 89개 공구에서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51개 건설사에 아파트 바닥완충재를 ‘경량충격음용(두께 20㎜)’에서 ‘중량충격음용(30㎜)’으로 설계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시공사가 건설공구별로 평균 1억~3억원을 투입해 바닥완충재를 보강한 상황에서 LH가 설계변경 지시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추가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 말 이 같은 상황에 대해 LH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행위-불이익 제공’에 해당한다고 판단,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손해배상 소송을 하지 않았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손실비용만 300여억원에 달했지만, 아무도 소송을 못했다”면서 “이유는 간단하다. 공정위가 손실에 대한 지급명령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독점적 지위를 갖춘 LH에 대드는 수준밖에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크게 금융지원, 동반성장 정책 강화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동반성장 정책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새 정부로 바통을 이어가는 국정 기조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동반성장 정책에서는 여전히 ‘슈퍼갑’으로 불리는 공기업 등 발주처의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건설산업 동반성장 정책은 원사업자(종합건설사)와 협력사(전문건설사)로 구분되는 동반성장 체계를 ‘대ㆍ중소기업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발주기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사 이외에 자재ㆍ장비업체 및 건설근로자까지 동반성장의 온기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자 건설산업 특성에 맞는 동반성장 체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견해다.

 발주처, 동반성장 주체 아닌가

 발주기관은 시설물을 구매하는 수요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문제는 정부조달입찰과 계약과정에서 발주처의 공사비 부당삭감, 공기연장 추가 비용 미지급 등 부당행위가 끊이지 않는 데 있다.

 건설업계는 이의가 있더라도 추후 공사수주를 고려해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실정이다.

 공공 발주기관의 부당한 요구를 경험한 업체 10곳 가운데 1~2곳만이 이의제기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는 대한건설협회의 설문조사결과도 있다.

 여기에 현행 계약제도는 ‘계약을 중도에 포기할 때에는 계약보증금 환수 및 부정당업자제재 등 불이익’을 받도록 해 이의가 있더라도 계약포기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결국 건설업계는 발주처의 관행화된 공사비 삭감 등 부당한 행위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하수관거 공사 등에서도 인ㆍ허가 지연 등의 문제로 건설업계는 신음하고 있다. 공무원 등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면서 “과거 (2011년 3월) 국토부 공무원들이 하천관리 연찬회를 열어 부적절한 접대를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이 같은 관행은 결국 발주처와 건설업계 간의 ‘갑’, ‘을’의 관계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종합건설사=대기업’ 등식 맞나

 종합건설사가 대기업이라는 등식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2011년 통계청 건설업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종합건설사 1만177곳 가운데 1만61곳인 98.9%는 300인 미만의 중소업체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50인 미만의 소기업은 9002곳, 88.5%에 달한다.

 전문건설사는 3만9317곳 가운데 3만6725곳인 93.4%가 50인 미만인 소기업으로 조사됐고, 300인 미만 중기업은 2287곳 5.8%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305곳, 0.8%로 나타났다.

 종합건설사가 원도급이긴 하지만 대기업으로 보기 어렵고, 전문건설사 역시 하도급이긴 하지만 중소기업으로 판단하는 게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산업 동반성장 정책을 원-하청(종합ㆍ전문)으로 구분해 전문건설업체 보호에만 치우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현재 건설 도급 계약의 당사자 보호제도도 원도급자는 유치권(민법 제320조), 공사목적물 저당권청구권(민법 제666조)으로만 보호를 받지만, 하도급자는 대금지급기일(건산법 제34조, 하도급법 제6조, 제13조)과 하도급대금 직접지급(건산법 제35조, 하도급법 제14조), 부당 하도급대금결정 금지(하도급법제4조)ㆍ감액금지(하도급법제11조), 설계변경 하도급대금 조정(건산법 제36조, 하도급법 제16조), 하도급대금 지급보증(건산법 제34조, 하도급법 제13조의2) 등 다양한 보호책이 있다.

 동반성장 패러다임 전환 절실

 새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의 성패는 동반성장의 기업문화 구축과 발주처의 적극적인 참여에서 찾을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윤리경영 등을 통해 협력사와의 갑을 관계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고, 동반성장팀을 따로 구성하는 등 동반성장 정책에 노력하고 있는데 발주기관은 여전히 관리주체 또는 관망하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건설업계에 ‘갑을 관계’ 개선을 강조해온 만큼 정부도 ‘슈퍼갑’의 입장에서 벗어나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과제에는 발주처가 작성한 예정가격의 적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사예정가격 적정성에 대한 외부검증제도’를 도입하고, 입찰 과정에 대한 이의제기 시 계약심의위원회 또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심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 등이 꼽힌다.

 심의에서 부당한 공사비 삭감이 인정될 때에는 계약체결 포기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도 면제토록 하는 대안도 있다.

 여기에 중소자재업자 및 건설근로자 임금 지급 보호를 위해 원ㆍ하도급자 각각 지급보증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김용수 중앙대 건설대학원장은 “새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은 발주처의 동반성장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발주처가 (최저가 등으로) ‘제값주기 공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자까지 낙수 효과가 이어지길 바라는 것은 어렵다”면서 “게다가 품질을 깎아 먹는 상황도 염려된다. 국민과 발주처 모두의 손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형용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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