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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5개사만 입찰가능?" 지자체 발주청 업계 양극화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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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282회 작성일 13-02-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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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 사업 분야의 높은 진입장벽이 업계 양극화 현상을 촉진한다는 지적이 상위 10개사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자체 발주기관이 전문분야별 실적 상위 5개사만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대형사끼리도 커트라인 안팎의 업체들 간 수주실적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12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설계용역 발주 시 발주청이 임의대로 업체 사업수행능력 평가기준을 변경하거나 배점 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허가해 상위 5개사 중심으로 입찰참가자격 기준이 마련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의 수자원사업 전문 엔지니어링업체 A사 관계자는 “모 발주처가 10억원짜리 소하천정비계획수립을 발주했다고 가정할 경우 10개 업체가 지자체에 사전입찰참가자격(PQ)과 기술제안평가(TP) 자료를 제출해도 점수 순으로 상위 5개사만 선정해 입찰에 참가시킨다”며 “수자원분야 수주 상위 5개 업체를 제외한 6위 이하 업체들은 입찰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PQ공고 시부터 사업수주를 포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자체 발주기관들이 국토부의 ‘건설사업관리자의 사업수행능력 평가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입찰참가 자격을 상위 3~5개사 중심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을 보면 ‘발주청이 정하는 일정 점수 이상을 받는 자를 선정한 후 기술제안서 등을 평가할 것’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업계는 ‘발주청이 정하는 일정 점수 이상’이라는 부분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대형사인 B사 영업담당 임원은 “국토부가 업체 세부평가 가이드라인을 지정하고 있지만 지자체 발주기관에 배점 범위 조정권한을 함께 부여했기 때문에 각 발주기관별로 자신들 구미에 맞게 점수와 평가항목 기준을 조정한다”며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이 발주기관의 세부평가 기준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맞추기 위해 사전작업을 벌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수자원사업은 도로, 철도와 달리 업체별 수주실적이 고르지 못해 발주청이 배점 항목에 약간의 변화만 줘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가 상당부분 달라진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 같은 발주청의 세부평가기준 조정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 C사 대표는 “4대강 사업이 끝난 후 지류ㆍ지천 사업이 본격화되며 물량에 목마른 업체들이 수자원사업 실적 확보에 안간힘을 쓰다 보니 발주청들의 임의적 평가기준 조정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발주청 눈치보기는 결국 업체 영업이익 악화로 이어지므로 이를 정부가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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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만 2억원 이상 사업 40건 수행해야 만점

 “공무원 아니고서야 가능한가”

 
업계는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용역업체 선정기준에 대한 지자체 발주기관들의 자의적 해석권한이 지나치게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부가 건설기술관리법에 넣은 ‘발주청이 정하는 일정 점수 이상’이라는 대목이 업계 선진화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병폐는 사실상 모든 사업분야 발주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수자원 사업은 특히 업체 간 실적이 고르지 못해 발주청의 횡포가 가장 두드러진다”며 “발주기관이 커트라인을 정해 상위 3~5개사만 입찰에 참가시키다 보니 대형사들의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고전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자체 발주 담당 공무원들이 접대문화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상위 5개사만 지정, 근거는 건기법?

 실제로 지난달 30일 음성군이 발주한 42억8300만원 규모의 ‘소하천정비종합계획수립 용역’을 살펴보면 ‘우리 군의 용역사업수행능력평가기준에 의거해 평가한 결과 일정점수 이상을 획득한 업체로서 상위 득점 순으로 5위까지 입찰대상으로 선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음성군이 자체적으로 정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상위 5개사까지만 한정한 것이다.

이 같은 세부 평가기준은 같은 달 29일 발주된 임실군의 ‘소하천정비종합계획 용역(19억4900만원)’에서도 나타난다.

 임실군은 ‘건설기술관리법 제21조에 따른 시행령, 시행규칙에 의해 우리 군에서 배부한 세부 평가기준에 따라 평가한다’며 입찰참가자 선정은 해당 기준에 따라 상위 5개 업체를 선정한다고 명시했다.

 아예 발주공고에서부터 업체를 지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5일 장수군은 27억2639만원 규모의 소하천정비종합계획 관련 용역을 발주하며 장수군의 평가결과 선정된 업체 4개사에만 입찰기회를 준다고 밝혔다. 4개사 중 3개사가 전체 매출액으로 따져 상위 5위권에 들어가는 업체였다. 나머지 1개사 역시 대형사인 것은 마찬가지다.

 발주기관들은 위와 같이 입찰참가 업체를 한정하는 것의 법적 근거로 국토부의 ‘건설기술관리법 제21조’를 든다. 건기법 제21조는 용역업체 선정에 관한 기준이며 해당 조문의 별표에는 ‘건설사업관리자의 사업수행능력 평가기준’이 제시된다.

 그러나 법안과 시행규칙, 시행령, 별표 어디에서도 ‘상위 5개사 내외로 한정할 수 있다’는 대목은 없다. 지자체 발주기관들이 건기법에서 밝힌 ‘발주청이 정하는 일정 점수 이상’의 구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상위사 중심으로 커트라인을 정한 것뿐이다.

  ◆ 대형사에는 득일까?

 지자체 발주기관들의 상위사 중심의 평가기준은 언뜻 대형사들에 이득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형사인 D사 업무담당 임원은 “결국 이 같은 기준은 대형사에 끊임없는 물밑작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소형사들이야 어쩔 수 없다며 사업을 포기할 수 있어도 대형사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경영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자체 발주담당 공무원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자체들의 상위사 중심 세부 평가기준은 상위사에 발주기관 출신 공무원 영입을 강요하는 대표적 병폐로 꼽힌다.

 실제로 E군의 사업수행능력 평가 세부기준을 보면 사업책임기술자의 경력은 자격취득 시기나 자격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해당분야 근무경력만 판단해 20년 이상에 만점을 준다.

사업책임기술자의 실적평가는 더욱 심각하다. 해당분야 실적으로만 공고일 기준 최근 10년간 40건 이상을 해야 만점인데 1건당 지분금액이 2억원 이상이다. 해외에서 발주한 사업은 제외하고, 무조건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사업만 실적에 포함된다.

 문제는 업체 소속 기술자들은 업무중첩도 문제 등이 겹쳐 10년간 지분 2억원이 넘는 순수 국내 공공기관 발주사업 40건 이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소하천정비사업 용역의 수행기간이 12~36개월에 달하고, 해당 발주청의 사업 역시 수행기간이 36개월이다.

 그렇다면 사업책임기술자 항목에서 50점 만점을 받는 업체가 있을까.

 해당 발주기관에 묻자 담당자는 “상위사들은 대부분 충족시키고, 전체 항목의 점수를 합산하면 가산점 등으로 100점이 넘는 업체도 나온다”고 답했다.

 ◆업계 “시장경쟁 원칙에 맡겨라”

 대형사인 F사 대표는 “발주기관 눈치를 보며 사업을 하다 보니 업체 다수가 공공기관에 의존하는 체질로 성장해 아직도 업계가 후진적이고 불투명하다”고 질타했다.

 신사업분야를 개척하고, 인력을 양성해야 할 업체들이 발주기관의 세부 평가기준에 연연하다 보니 기업경영 상태가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중소형사들은 입찰권한을 박탈된 상태로 시작하다 보니 업체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키우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과거에는 기술자끼리 회사를 차려 열심히 일하고 능력이 뛰어나면 꾸준히 수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위사에만 사업 기회가 쏠려 중소형사는 하도급 혹은 하청업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정부에 “시장경쟁 원칙에 맡겨 달라”고 호소한다. 시장에 단일하고, 단순한 규제를 적용해 원칙을 바꾸지 말라는 것이다.

 중형사 대표는 “정부가 개정안을 만든다고 할 때마다 바짝 긴장한다”며 “가끔은 왜 정부 눈치를 보며 사업을 해야 하나 싶어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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