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대금 분쟁 차단 ‘상생채권신탁’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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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327회 작성일 23-04-27 10:08본문
는 속수무책
DL이앤씨, 작년말부터 ‘상생채권신탁 시스템’ 전 현장에 도입하며 대금지급 분쟁 해결
원-하청 지급관계는 물론 하청-근로자로 이어지는 대금까지 일괄 관리…정산 분쟁 생겨도 제3자 감정 통해 해결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최근 광주 평동산업단지 내 쿠팡물류2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건설근로자 수백명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골조공사 시작 이래 임금체불이 수차례 빚어졌지만,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모두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라며 “시행사인 쿠팡이 임금 체불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건설사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현장의 원도급사는 하도급사에 대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하도급사는 물가 상승분을 고려한 공사비 증액 요청을 원도급사가 반영해주지 않아 자금난을 겪게 됐다고 항변한다. 결국, 대금지급 분쟁이 발주자ㆍ원도급사ㆍ하도급사ㆍ근로자 등 건설산업 참여자 모두를 갈등의 늪에 빠뜨린 것이다.
건설경기 악화로 대금지급 분쟁이 확산하며 공사중단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형건설사들은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선진화된 대금지급 시스템을 도입하며 분쟁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작년 말부터 ‘상생채권신탁 시스템’을 전 현장에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대다수 건설사들이 활용하는 공사대금 직불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한 제도다.
수직적 하도급 생산 구조인 건설산업은 발주자에서부터 시작한 공사대금이 원ㆍ하도급, 자재ㆍ기계ㆍ장비를 거쳐 건설근로자에게 흘러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 중 한곳에서 ‘돈맥경화’에 걸리면 생산 구조의 하단부가 줄줄이 위기에 빠진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대다수 건설사들은 하도급지킴이, 노무비닷컴 등의 ‘에스크로’ 결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원청이 하청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공사대금을 제3자(에스크로 사업자)에게 예치하고, 하청업체가 급여명세서를 작성ㆍ통보하면 에스크로 계좌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계좌로 급여가 바로 입금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대금지급 시스템 역시 부실 하도급사가 낄 경우 한계점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발주자나 원도급사가 하도급 대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지급하더라도 하도급사에서 부실이 발생해 회생절차 및 압류 등의 문제가 터질 경우엔 에스크로 계좌의 출납이 중단되며 돈맥경화 현상에 빠지기 때문이다.
DL이앤씨가 도입한 상생채권신탁 시스템은 하청업체가 보유한 하도급대금을 신탁해 공사대금이 신탁계좌로 입금 및 관리하게 하는 제도다. 이 방식에서는 기성금에 대한 가압류 및 회생 절차가 들어오더라도 기존의 계좌시스템이 아닌 별도의 신탁재산이라는 점에서 하도급대금이 보호된다.
아울러 이 시스템은 원ㆍ하청업체 간 대금지급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제3자인 건설감정인의 중재를 받도록 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낸다. 하도급 대금이 특정한 단계에서 막힐 여지가 차단되는 것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가압류 등 하도급사의 부실 리스크로 매년 수십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을 소모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하도급 대금이 마비되는 등 현장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사라지며 관리의 효율성이 크게 증대됐다”면서 “원자재 가격 급등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금액 변경, 계약내역 외 추가공사비 등에 대해 하도급사와 이견이 발생하더라도 법정 다툼없이 합의가 가능해 원ㆍ하청 모두가 만족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일건설은 이보다 앞선 2021년 하반기부터 이 시스템을 전 현장에 적용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화성산업도 가세했다. 이 회사는 작년 연말 하도급사 한곳이 건설근로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잠적하는 사건이 벌어져 현장이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에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상생채권신탁을 도입했다.
하도급법학회 관계자는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협력업체가 도산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자재ㆍ장비업체와 근로자들은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원청사들은 공사중단 및 협력사를 재선정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대금지급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은 건설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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