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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다시 후쿠시마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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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87회 작성일 13-03-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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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수 기술자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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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오늘로 3년째 접어든다. 동일본 대지진은 칠레 대지진(1960년), 알래스카 지진(196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2004년)에 이어 역사상 네 번째 강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동일본 대지진은 초대형 쓰나미와 이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동반하며 세계를 경악케 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해 누출된 방사능은 아직도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동일본 대지진은 자연재해와 원전사고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다. 동시에 인간이 지닌 과학기술이 재난 앞에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었다.

 동일본 대지진의 물적·인적 피해는 엄청났다. 사망자 1만8184명, 실종자 2668명 등 대지진과 관련된 사망 및 실종자는 무려 2만852명에 이른다. 부상자 6135명을 제외한 2만명이 넘는 소중한 목숨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얘기다. 이 중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와 관련된 사망자도 789명에 달했다. 물적 직접피해는 약 16조9000억엔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는 약 193조원에 해당한다. 대지진-쓰나미-원전폭발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주는 숫자다.

 문제는 대지진 발생 후 2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현지 주민들의 고통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31만여명의 주민이 아직도 재해지역을 벗어나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이들은 아예 고향으로 돌아올 생각을 않고 있고, 노인들은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가 없다. 현지에서 잡은 멧돼지 고기에서 기준치의 500배가 넘는 세슘이 검출되고 원전 주변에서 잡힌 어류에서는 기준치의 5000배가 넘는 세슘이 나오고 있다. 대기 중의 방사성 농도는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강과 바다의 상황은 되레 악화되고 있다. 땅속에 쌓여 있던 세슘이 빗물을 따라 강과 바다로 유입되고 있는 탓이다. 후쿠시마의 현실이다.

 주민들이 얼마나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 가까이가 대지진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20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 주변에서 아직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후쿠시마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주민들의 이런 고통은 금액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인 손실이다. 어떻게 보면 후쿠시마의 고통은 이제 시작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는 일본의 안전신화를 무너뜨리며, 건설기술과 과학기술이 재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원전사수 결사대가 뛰어들었지만 방사능 누출을 막지 못했다.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일본의 방재기술과 관리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기술의 편리성과 위험성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지난 2년 동안 동일본 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수습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그동안 얼마만큼 원전의 안전성을 정밀하게 진단했는지, 국가방재제도는 제대로 정비했는지, 위기관리시스템은 제대로 구축했는지,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재해 및 원전 전문가는 얼마나 양성을 했는지, 어떤 재해방지 및 복구기술을 개발했는지 등을 짚어봐야 한다. 미진한 부분을 시급히 보완해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올려놔야 한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참사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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