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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제는 누가 챙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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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81회 작성일 13-03-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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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졸지에 지도부 공백사태에 빠졌다. 장·차관이 모두 부재 중이다.

 경제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정부조직법 난항으로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현 박재완 장관은 모교(성균관대 석좌교수) 복귀 준비로 바쁘다. 신제윤 1차관은 금융위원장으로, 김동연 2차관은 국무총리실장(국무조정실장)으로 각각 내정·선임됐다. 김 차관은 지난 4일 총리실로 자리를 옮겼고, 신 차관은 청문회 준비로 바쁘다.

 차관 2명이 한꺼번에 장관급으로 영전했으니 재정부는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대놓고 즐거워할 분위기가 아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이 심상찮은 상황을 리더 없이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재정긴축 협상이 결렬돼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을 일컫는 시퀘스터(sequester)가 발동됐고, 유럽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화약고다. 이웃 일본은 윤전기로 무제한 돈을 찍어대며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대부분 우리 경제와 기업들에겐 악재다.

 오죽하면 신 차관이 “당분간 ‘투잡(two job)’을 뛰겠다”고 했을까. 서울(금융위)과 세종시(재정부)를 오가며 양쪽을 모두 챙기겠다는 것이다. 신 차관은 그래도 불안했는지 5일에는 재정부 직원들에게 이임사 대신 ‘당부의 글’을 남겼다. 그는 “내정자 신분이지만 현오석 부총리를 중심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자”면서 “저도 당분간 1차관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도 2주 넘게 정재찬 부위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동수 전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공식 사퇴했지만 그 전부터 업무에서 손을 뗐다. 당장 매주 열리는 전원회의가 휴업 상태다. 공정위는 이달 20일까지는 전원회의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의 처리를 주도할 적임자가 정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더 문제다. 이는 단순히 새 정부의 국정기조라며 밀어부칠 사안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바꿔야할 법도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이 얽혀 있다.

 요즘 국무총리실을 뺀 각 정부 부처 장·차관의 일정표를 보면 대부분 공란이다. “도대체 경제는 누가 챙기냐”는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이 공란들을 하루 빨리 채워야 한다. 그게 정치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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