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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내것과 네것보단 우리것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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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75회 작성일 13-03-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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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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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집단 간의 토론은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보통은 서로의 이익만을 따지다 얼굴을 붉히고 헤어지기 십상이다. 조달청이 10대사 간 공동도급 제한 문제를 놓고 이해당사자인 대형사와 중견사 간담회를 연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고개가 갸우뚱했다. 조달청이 괜히 바쁜 업계 사람들을 모아놓고 보여주기식의 요식행위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10대사 간 공동도급 제한 문제에 대한 대형사와 중견사의 입장은 줄곧 평행선이었다. 대형사는 무조건 폐지를 외쳤고 중견사는 존치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형사는 공동도급 제한으로 인한 피해의식이 극에 달했고 중견사는 반대의 상황이니 양측이 찬반으로 갈리는 것은 당연했다. 따라서 조달청이 간담회를 연다고 그동안의 입장에서 달라질 게 뭐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첫 간담회는 지난 7일 열렸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대형사들은 “상위 법규를 위반한 제도이니만큼 즉시 시행을 중지해야 한다”며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 중견사들도 “몇년 동안 잘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왜 고치려는지 모르겠다”며 유지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셈이었다. 앞으로 두 차례나 더 간담회가 예정돼 있는데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이때까지도 의구심은 지워지지 않았다.

 두 번째 간담회는 예정대로 지난 12일 열렸다. 그런데 취재일선에서 전해온 분위기는 첫 간담회와 확연히 달랐다. 대형사와 중견사가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형사는 “10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한해 공동도급 제한을 풀자”고 제안했고 중견사는 “2000억원 이상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서로 접합점을 찾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13일 열린 마지막 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10대사 간 공동도급 제한 문제는 이렇게 이해당사자 간 대승적인 타협으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세부적인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의견이 좁혀진 이상 머지않아 합리적인 개선책을 찾을 것으로 믿는다. 협상이란 것은 결국 51대49의 싸움이다. 한쪽에서 60이나 70을 차지하려고 하면 이뤄질 수 없다. 세 차례 간담회에 참석한 건설업체 관계자들의 면면을 보면 공공부문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다. 협상의 기술을 아는 인사들인 것이다.

 이처럼 10대사 간 공동도급 제한 문제가 빠르게 접점을 찾은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는 건설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불필요한 논쟁거리일 수 있다. 주어진 파이를 놓고 업계 간에 분배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오래 끄는 것은 건설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힘만 낭비하고 결국에는 상처만을 남긴다. 따라서 각자 아쉬움이 남더라도 빠르게 매듭지어야 할 사안이다.

 건설업계는 지금 기업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산적한 현안들과 마주해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확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사업물량의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가격경쟁 위주의 입찰제도 및 실적공사비 제도 확대, 공공발주기관의 간접비 미지급 등은 공공공사의 수익성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가 힘을 쏟아야 할 데는 바로 이들 문제를 해결해 보다 나은 경영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내것과 네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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