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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붕괴 위기… 相生 위해선 적정공사비 확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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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99회 작성일 13-04-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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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공사 마쳐도 줄소송 다반사… 적자 본 하도급사 보전요구 빗발쳐

 “어렵게 공사 마치면 줄소송이 일상이다. 완공 때 적자를 본 하청사들이 공기 중에 합의한 사안들까지 다시 샅샅이 찾아내 보전을 요구하는데, 우리도 죽을 수 없어 맞선다. 상생은 고사하고 건설현장에 ‘정(情)’이란 게 사라졌다.”

 “수년 전부터 남길 만한 공종이 사라졌다. 철근콘크리트 등 구조물을 포함한 일부 공종은 솔직히 하청사에 예가 100%를 다 인정해도 손해가 날 정도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공사품질이나 건설업 상생을 말하는가.”

 한 건설단체가 17일 개최한 현장소장 간담회에서 쏟아진 하소연이다. 정부의 실적공사비제도와 표준품셈 개편으로 인한 실행률(실공사비 대비 투입비용 비율) 악화에 물량난으로 인한 출혈경쟁까지 가세하면서 건설현장이 붕괴위기란 한 목소리다.

 어렵게 딴 공사에서 적자를 낸 현장소장은 바로 질책을 받는다. 요즘은 ‘실행률 괜찮은 현장에 배치되는 것이 최대 복이다’는 농담까지 유행이라고 한다.

 원도급사들은 조금이라도 남기기 위해 악을 써야 하고 하도급사, 그리고 그 밑의 자재·장비업체, 건설근로자로 갈수록 사지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공사를 못 하겠다는 하청사의 철수나 부도로 인한 현장 타절이 빗발치고 이를 둘러싼 분쟁이 일상사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나 발주기관은 ‘너희가 큰 회사니까, 도와줘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근본 대책은 외면한다.

 한 참석자는 “하도급분쟁위나, 중재원에서 해결하면 그나마 낫다”며 “현장 내 구성원간 신뢰가 깨지면서 발주청에서 선급금을 받아 하도급사에 지급하는 순간부터 소장들은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말했다.

 일부 공종에서 8번에 걸쳐 하도급입찰을 한 후 실행률에 맞는 단가를 맞췄지만 해당업체에 혹여 문제가 생기지 않을 지가 걱정스러워 공기내내 속을 태웠다는 얘기도 나왔다.

 대형사의 한 소장은 “하도급사가 무너지면 자재·장비사, 근로자들이 원청사와 발주기관에 몰려오고 결국 원청사가 뒤집어써야 하지만 보증은 제 기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안전·환경 등 각종 규제는 현장 원가를 더욱 압박한다.

 한 참석자는 “공상처리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하다. 적자를 보는 하도급사가 늘어나면서 완공 후 분쟁과정에서 결국 원청사가 보전해 줘야 한다”며 “더 골칫거리는 과태료나 시정조치 없이 바로 고발하는 환경규제인데, 현실과 괴리돼 다 지키면 공기도, 실행도 맞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기름통 하나만 굴러다녀도 고발대상일 정도로 거의 모든 현장이 걸릴 상황이라면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게 합당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아쉬움이다.

 현장산재는 무조건 원청사가 죄인이다. 사소한 산재를 빌미로 산재처리를 요구하고 실업급여까지 타는 사례는 교통사고에 많은 속칭 ‘나이롱환자’를 능가한다. 반면 정부나 근로복지공단에 호소하면 “100명이 가짜라도 진짜 산재자 1명이라도 포함될 가능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한 소장은 “공단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상습적 산재자를 선별해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 건설사 손실은 물론 국민예산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강화된 중소기업제품구매 의무제도 고통을 가중시킨다.

 대형사 턴키현장의 한 소장은 “의무품목이 120개지만 ‘콘크리트류’처럼 포괄적으로 규정돼 실상 500억원 공사 중 100억원이 중기자재”라며 “턴키 등 대형공사만이라도 의무구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유행하는 VE(가치공학) 심의마저 발주기관들이 절감률을 정해 놓고 이에 맞춰 공사비를 깎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절감한 공사비라도 예비비로 책정해 두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발주청들이 그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기피한다.

 지자체 등의 특정 하도급사 낙찰 청탁 관행도 여전하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사를 주지만 문제는 꼭 부실사가 대부분인 이들 탓에 터진다는 하소연이다. 그렇다고 이를 거부했다가는 불익을 감수해야 한다.

 장비업체 텃세도 만만치 않다. 지역별 조합들은 임대차계약서상 8시간 근무제를 고집한다. 공기에 쫓겨 야간공사가 불가피하면 웃돈을 주는 데 더해 지역별 조합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문제는 타지 장비를 쓰면 승인이 안 나는 점이다.

 한 참석자는 “오랜기간 호흡을 맞춰 온 타지 장비업체를 쓰는 게 최적이지만 텃세 탓에 비싼 가격에 솜씨도 떨어지는 지역장비를 써야 하는 형편이지만 발주기관들은 개입을 꺼리면서 공기를 못 맞추면 지체상금을 부과하겠다는 말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건설현장이 붕괴위기에 놓인 근본 원인은 결국 공사비 문제”라며 “정부 등 정책 결정자들이 한번이라도 현장을 방문하면 쉽게 알 수 있는데,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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