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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약가계부 '무모한 도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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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31회 작성일 13-06-0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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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살생부’ 1순위 자리는 SOC 차지였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공약가계부’ 얘기다. 박근혜 정부의 135조원 공약 재원마련 계획은 최다인 13.8%(11조6000억원)를 SOC에서 거둬들이기로 했다. 수많은 사업들이 구조조정 위기에 놓였다. 4차로 도로는 먼저 2차로만 깔고 나중에 1차로씩 늘리는 식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을 짜는 정부 입장에서 SOC는 참 편리한 도구다. 정부 예산은 크게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도 나뉜다. 의무지출은 법령에 따라 지출의무와 규모가 결정되므로 법령의 제·개정 없이는 지출규모를 줄이기 어렵다. 반면 재량지출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재단이 가능하다. 복지분야는 주로 의무지출이 많고 SOC분야는 대부분 재량지출이다.

 결국 SOC 투자는 정권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였다를 반복해왔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해인 2007년 18조4000억원이던 SOC 투자는 2009년 4대강사업이 본격화되면서 25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것도 큰 변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에는 23조1000억원까지 감소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올해 SOC 투자규모는 23조9300억원(정부안)→24조3000억원(국회 통과)→25조원(추경)으로 꾸준히 늘었다. 공약가계부대로라면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2017년)의 SOC 투자는 집권 초기보다 6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기에 늘렸다, 집권 후반기에 줄이는 패턴의 반복이다. 매 정권마다 불확실한 경제여건 탓도 컸다.

 역대 정부 최초로 공약가계부를 내놓은 시도는 박수받을만하다. 하지만 투자한 노력에 비해 자칫 ‘헛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일본과 같은 경제대국이 아니더라도 그리스의 경제상황이 국내 주가를 들썩이게 하는 시대다. 당장 2~3개월전에 기재부가 예상한 세수가 금새 수조원이나 구멍났다. 이게 현실이다.

 당장 105개 지역공약이 빠진 공약가계부에 대한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자 기재부는 서둘러 6월 중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약가계부의 ‘구멍’이 생길때마다 매번 메울 순 없다. 예측 못했던 구멍은 언제든지 새로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SOC 투자도 무조건 감축만 고집해선 안된다. 경제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공약가계부를 바이블(기준)로 삼지 않고 경제여건에 따라 고쳐 나가겠다”고 했다. 공약가계부가 ‘용감한 도전’이 될 지, ‘무모한 도전’이 될 지도 정부의 유연한 태도에 달려 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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