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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대가에 이어 설계변경까지 발주처가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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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383회 작성일 13-04-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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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SH 보수산정기준 없는 것 빌미삼아 무보수 재설계 지시

   건축업계를 골병들게 하는 주범 중 하나가 설계변경이다. 특히 공공주택 설계변경 이야기만 나오면 관련 사업을 수행했던 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젓는다. 발주처 담당자만 바뀌어도 무보수 재설계작업을 해야 할 만큼 업계에 뿌리내린 설계변경 관행은 악질적이고 고질적이다.

 설계변경 사유는 크게 4가지다. 우선 설계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오류가 있는 경우, 현장상태와 설계서가 다른 경우, 새로운 기술 및 공법사용으로 공사비 절감 및 시공기간 단축 등의 효과가 현저할 경우 외 기타발주기관이 설계서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다. 이는 국토부 공사계약 일반조건을 통해 규정하는 항목들이다.

 문제는 설계변경의 4가지 사유 중 ‘발주기관의 필요’에 의한 변경 작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건축설계업체 3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설계변경 및 계약 일시정지ㆍ연장, 사업중단 건수는 총 149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설계변경은 44건, 설계계약 일시정지ㆍ연장은 104건, 사업중단 건수가 1건이었다.

 알다시피 공공주택사업에서 설계계약 일시정지 및 연장은 전적으로 발주처 사정에 따른다. LH와 SH 등의 미착공 물량이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 같은 경우 업체 입장에서는 설계변경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설계는 도면변경보다는 발주처 사정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업계획 변경이 많다”며 “계약된 사업대상의 블록이 없어지거나 블록 위치가 변하고 사업유형, 사업대상 블록의 경계와 규모가 변경되는 데도 발주처들이 공정한 설계대가 추가지급 없이 재설계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발주처들도 추가설계에 대한 대가지급 마련 기준이 있기는 하다. 연면적 10% 이상 변경 혹은 계약기간 6개월 이상 연장, 사업유형 변경에 따른 재설계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계약 시 연면적과 공사비 대비 비율로만 설계비를 산출하는 관행 때문에 정확한 변경비용 산출이 곤란하고, 설계행위별 투입되는 단가 기준이 없어 중간단계에서의 계약변경 행위에 대한 정확한 소요물량 산출이 안 된다. 한마디로 설계변경 행위에 대한 비용정산 방식이 없다 보니 발주처들이 본인들 입맛에 맞게 설계비를 가장 적게 주는 방식을 선택하는 셈이다.

 대형업체 임원은 “계약기간이 연장돼 발주처 담당자가 바뀌면 구두로 설계변경을 지시하고, 업체들은 무보수로 재설계를 한다”며 “심지어 계약기간이 연장될 때도 발주처가 아닌, 건축업체의 요구로 계약기간을 연장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요구하기까지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영국처럼 설계단계 구분을 세분화(5단계)하고 단계별로 투입된 인력과 근무시간을 기반으로 비용을 산출하는 방식을 정립해야 한다”며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발주처가 건축업체와 각 건축업체의 외주업체들을 쥐어짜는 제로섬(zero-sum)게임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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