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최종 의결 한발 앞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철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과 이노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등을 통합해 국토교통위원회 대안으로 의결하고, 4월 말 법사위 의결까지 마친 상태였던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6월 국회 본회의 상정을 예상했지만 일부 지역 재개발·재건축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개정 저지활동과 일부 의원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아쉬운 점은 이번 개정안에는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이 없고 제도를 합리적으로 손질해 조합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 포함됐을 뿐인데 재개발·재건축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일선 현장의 목소리가 일부 반영됐다.
먼저 조합의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 조합원 분양 미신청자에 대한 현금청산 시기를 종전 ‘분양신청 종료일 다음날부터 150일 이내’에서 ‘관리처분 인가 다음날부터 90일 이내’로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분양 신청 후 관리처분 인가까지는 수개월에서 1년이 넘는 시일이 소요되는 데다, 현금청산자가 많아지는 현 상황에서 자금을 차입해 비용을 조달하고 있는 조합으로서는 막대한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국토부는 2개 조합을 대상으로 추산해 본 결과 현금청산 시기를 늦출 경우 가구당 1000만~2000만원 이상까지 조합원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조합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법령 개정 및 현금청산에 따라 증가되는 사업비는 3분의2 이상 동의가 필요한 사업비 증가 항목에서 제외시키는 내용과, 현행 과밀억제 권역에만 적용하고 있는 재건축 사업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과밀억제 권역 이외의 전국 재건축 사업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현재는 조합원에게 기존 주택의 종전가격 범위 내에서만 2주택 공급을 허용하던 것을 기존 주택의 전용면적 범위 내에서 2주택 공급을 허용하도록 했다.
이러한 개정안 내용에 대해 재개발·재건축에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은 “이번 개정안은 뉴타운 재개발 사업에서 건설사와 일부 조합 간부들만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자신의 터전에서 억울하게 쫓겨나는 주민들의 희생을 더욱 부추기고, 그나마 보장되어 있던 현금청산의 권리를 빼앗는 악법”이라며 입법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압박하고 나섰다.
현금청산 시기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이 그나마 받을 수 있었던 보상금마저 관리처분 이후로 연기하여 조합의 사용비용을 현금청산자들에게 떠넘겨 조합원들의 파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3분의2 이상 동의 항목과 관련해서는 “현금청산자 증가에 따른 조합원들의 폭발적인 부담 증가를, 조합원들이 거부할 수단을 제거함으로써 조합원들의 파산 위험을 높이는 위험한 조항”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등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주택경기 침체로 정비사업이 부진한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조합의 금융비용 절감 차원에서 현금청산 시기를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로 조정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며 바람직한 일이다.
일반분양 전 별도의 수입이 없는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현금청산금을 지급하고 있기에 사업 기간에 따른 조합원 부담이 막대하다. 현금청산금은 사업시행인가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시기가 조정되더라도 현금청산가액이 변동되는 것이 아닌데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그 지급 시기를 당겨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조합원 동의와 관련한 문제에 대한 주장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현금청산금을 조합원 3분의2 이상 동의가 필요한 사업비 증가분에서 제외하더라도 조합원·일반분양 증감에 따른 관리처분계획 수립·변경 시 조합원 2분의1 이상 동의가 필수 사항이기에 조합원의 의사는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 조합원 개별적인 의사에 따라 발생하는 현금청산금은 조합원 3분의2 동의가 필요한 정비사업비 증가분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도시기능 회복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곳에서는 원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사업 반대 여론을 형성하게 되면 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사업 중단으로 인한 매몰비용 등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합리적 법개정까지 무조건 반대하는 일부 반대 모임의 주장은 ‘이웃과 사회적 부담이 커지더라도 나만 손해 보지 않으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입법을 담당하는 의원들이나 제도를 집행하는 공공기관에서 침묵하는 다수를 고려치 않고 일부의 반대 여론에 휩쓸려 정치 논리에 따라 합리적 제도개선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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