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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생이란 경기에서 ‘실패’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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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74회 작성일 13-07-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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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철(숙명여대교수)

 짧지만 지난해부터 교수로서 생활해 본 결과 언론계나 공연계에서 일할 때와는 다르게 ‘가르침을 위한 콘텐츠’ 개발에 특별히 신경을 쓰게 된다. 학기 초 15주 강의를 위해 강의 골격을 세우고 최신자료로 덧입히는 일이 품은 많이 들지만 과거 연구 결과와 축적된 경험을 활용하면 특별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종강이 가까워질수록 ‘석 달 동안 정들었던, 낯익었던 학생들과 또 헤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더 잘 가르칠 수 없었나’ 하는 반성의 회한이 일어나곤 한다. 몇 번 비슷한 경험이 학기 말마다 반복되면서 마지막 강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 고민하게 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교재의 내용을 ‘포괄(and)’하면서 그것을 ‘뛰어 넘는(beyond)’ 메시지를 찾게 된다.

 올해는 이 메시지 고민을 인터넷에서 비교적 쉽게 해결했다. 미국 졸업식 축사(commencement address)를 검색하니 수십개가 검색된다. 대부분 자타가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인정하는 명사들의 명문대 졸업식 축사가 즐비하게 나온다. 지난 학기 동안 ‘극장경영’을 수강한 대학원ㆍ학부 학생들에게 △코리 부커 뉴저지 주 뉴어크 시 시장의 예일대 졸업식 축사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프린스턴대 축사 △영화배우 줄리 앤드루스의 콜로라도대 축사 내용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셀도 졸업식 축사를 했지만 앞서 세 사람의 축사가 우리 학생들에게 더 절실할 것 같아서 영어 원문을 함께 읽으며 학생들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말이기를 축원했다.

 부커 시장은 ‘일류인생’이란 비행기 일등석에 앉는다거나 명품 옷을 걸치는 것, 고급자동차나 저택을 소유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일류(first class)는 △인격(concent of character) △아이디어의 질(quality of ideas) △따뜻한 마음(kindness of heart)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물질적 소유가 성공의 척도가 되는 요즘 세태를 감안하면 부커 시장의 일류론(一流論)은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지난 19일 미국의 출구전략 발표로 한국 금융시장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던 버냉키 의장은 프린스턴대 졸업생을 상대로 농담과 유머까지 곁들이며 자상한 인생 조언을 풀어 놓았다. 인생이란 경이로울 정도로 예측할 수가 없어 누구나 성공도 실패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인생에서 실패를 원하지는 않지만 ‘실패는 인생과 배움에서 필수’라고 밝혀 이 부분이 바로 우리 학생들에게도 앞으로의 삶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했다. 버냉키의 다음 말이 인상적이다. “입고 있는 유니폼이 더럽혀지지 않았다면 당신은 ‘인생이란 경기’에 참여한 것이 아니다.” 경기에 참여한 선수가 넘어지고 슬라이딩하며 열심히 뛴 결과, 운동복에 흙이 묻듯이 사람에게 실패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이므로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버냉키 의장의 말은 경청할 만하다.

 줄리 앤드루스는 1965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우. 1935년생이니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졸업식 축사하는 모습을 보니 50대의 귀부인 모습이다. 고등학교 시절 영화장면과 ‘노래’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두 번이나 봤던 기억이 새롭다. 모습은 예전 모습이 엿보이는데 그 아름답던 목소리는 갈라진 허스키의 쇳소리로 변해 있어 아쉬웠다. 1998년 뉴욕에서 환갑도 넘은 나이에 뮤지컬 ‘빅터 빅토리아’에서 열연하다 성대수술을 받은 후유증이다. 그 후 노래로는 무대에 오르지 못하지만 이듬해 모국 영국에서 데임(Dame) 작위를 받고 사회 활동으로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

 줄리 앤드루스의 졸업식 축사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배우 출신으로 예술을 삶과 동일시할 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당부 때문이었다. 그녀는 졸업생 여러분이 어느 위치에 있든지 항상 예술이 삶의 중요한 일부(a meaningful part)가 되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심지어 예술은 ‘영혼의 양식(food for the soul)’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예술이 사람을 소생시켜 주고 영감을 주며 완성된 인격체로 만들어 준다는 줄리 앤드루스의 축사는 ‘극장 경영’을 수강하며 장래 공연 분야에서 일하게 될 학생들에게는 안성맞춤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었다.

 필자는 종강메시지를 마무리하면서 예술은 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꽃은 아름답지만 가꾸는 사람의 정성으로 딱딱한 땅에서 자라는 것처럼 예술도 아름답지만 우리나라의 예술 토양은 꽃이 자라는 땅보다 더 척박하므로 학생들이 공연기획자가 되면 가꾸는 정성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성이 필요한 것이 어디 꽃이나 예술뿐이랴. 건설도, 전자 산업도, 자동차 산업도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 형편을 생각하면 가꾸는 사람들의 정성만이 희망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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