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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민자사업 20년 “IMF에 묶인 돈, 시장에 푸는 방편으로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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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238회 작성일 13-07-0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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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시점은 1994년이다. 이전에도 산발적으로 적용된 사례가 있지만 현재의 민자 사업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일단 당시에는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하는 제도가 없었다. 민자 사업은 엄밀히 말해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도(MRG)’의 존폐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격과 부침이 확연히 갈린다.

 1990년대 들어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정부는 이제 민간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려야 했다. 하지만 SOC 수요 증가와 함께 복지수요 또한 비례적으로 늘어나 SOC 투자의 재정투자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빠져있던 정부에 구원투수 격으로 나타난 게 바로 민간투자 사업이었다.

 정부는 1994년 8월3일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 촉진법’(이하 유치촉진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민자 사업은 큰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이 대부분이어서 사업자가 떠안아야 할 사업 리스크 부담이 컸다. 이 때문에 유치촉진법 이후에도 민간 사업자의 참여도가 정부의 기대보다 낮았다.

 이런 와중에 IMF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IMF로부터 재정 건전화를 독촉받던 정부는 경기를 부양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시중에 돈을 풀지 않으면 IMF 체제는 장기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시 한번 사면초가에 빠진 정부는 외국에서 자본을 끌어오는 방안을 고안했다. 하지만 당시 외국 투자자들은 국내 O/D(기종점통행량) 자료가 부족해 교통수요가 불확실하다며 사업참여를 꺼렸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니 정부가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때 정부가 내놓은 게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도(MRG)’다. 정부는 1999년 4월 유치촉진법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개정하며 MRG를 도입했다. MRG란 사업의 실제 운영수입이 추정 운영수입보다 적을 때 정부제안 사업은 90%, 민간제안 사업은 80%까지 수입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국내 MRG 1호 사업은 신공항고속도로 사업이다. 이후 MRG는 부채 탓에 어쩔 수 없이 긴축재정을 유지해야 하는 정부에 구세주 역할을 했다. 외국 및 금융, 대기업 자본을 끌여들여 SOC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시장에 돈을 푼 것이다. MRG 도입으로 리스크 부담이 완화되자 민자 사업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건설산업의 굵직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MRG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여서 이후 시민단체와 언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MRG를 부풀리기 위해 교통수요 예측조사를 뻥튀기한 사업자들이 이후 감사원 조사에 적발되며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2006년부터 민간제안 사업의 경우 MRG를 폐지했고, 2009년에는 정부고시 사업에서도 이를 폐지했다. 대신 해당 사업을 정부 재정으로 추진했을 때 발생할 원가 한도 안에서 수입 부족분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시 사업에 대한 위험부담이 커지자 민자 사업의 불씨는 사그라들었다. 이후 다시 한번 금융위기가 왔고, 정부는 또 돈이 없다. 시장에 돈을 풀어야 하는데 국가신용도 문제 탓에 재정 건정성에 대한 압박이 심한 상태다. 민자 사업이 다시 한번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민자사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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