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턴키제도 제대로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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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67회 작성일 13-07-08 09:32본문
김태식 SK건설 국내영업본부장
턴키제도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발주처 주도방식에 비해 민간업체의 창의력과 기술력을 활용, 효율적인 건설공사 수행이 가능하다. 그동안 건설업체의 기술력 제고, 공공시설물의 품질 향상, 공사기간 단축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과거 국내건설업체들은 주로 플랜트분야 위주로 해외시장 진출을 했으나, 해외시장 영역을 토목건설 분야까지 개척할 수 있었던 원천이 바로 국내 턴키 수행 경험을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발주남용 및 불필요한 과잉설계로 인한 예산낭비, 대형건설업체의 수주편중에 따른 시장 독과점 형성, 설계평가위원들에 대한 로비의혹 등 각종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급기야 턴키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턴키제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실제 제도를 운영하고, 턴키입찰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 발주자나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선듯 수긍하기 힘든 면이 있다.
설계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고급·과잉설계를 한다는 비판은 턴키발주 목적 자체를 간과한 시각이다. 발주자는 고품격 공공시설물 확보를 위해 턴키발주방식을 채택했으므로 품질의 상한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품질이 아주 우수하다하여 과잉설계라고 판단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기본적인 설계수준 정도를 필요로 하는 시설물이라면, 애초에 턴키방식이 아니라 설계와 시공이 분리되는 일반공사로 발주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형업체 독과점이라는 시각도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비판이다. 일반공사와 달리 턴키공사는 입찰에 참가하려면 수십억원의 설계용역비가 소요된다. 일종의 투자비용으로서 설계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턴키입찰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또한 지금까지 턴키입찰을 대형업체 단독으로 수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형업체와 중견ㆍ중소업체간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대형업체가 컨소시엄 대표사이기 때문에 독과점 형성을 운운하는 것은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현행 턴키입찰 운영방식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가낙찰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가낙찰이 가능한 입찰방식이라면 건설업체의 폭리를 막고 예산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실제 공공시설물의 품질저하로 인해 이를 이용하는 국민이 감수해야 할 불편과 안전상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무작정 이를 찬성할 입장은 아닌 것이다. 턴키입찰 참가업체는 발주자의 예산액을 입찰 상한액으로 인식하고, 그 금액에서 가능한 최고 품질의 시설물 설계로 입찰에 참여한다. 따라서 입찰에 참가한 업체의 투찰률이 낮다는 것은 그 만큼 시설물의 품질이 낮을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구조다.
그런데 최근 몇년간 턴키입찰을 보면 최저가낙찰제보다 더 낮은 저가로 낙찰되는 사례가 발생하더니, 급기야 기술중심의 입찰취지가 무색하게 40%에 가까운 초저가 낙찰도 빈번해 지고 있다. 추정금액 대비 60%이하로 낙찰된 턴키입찰은 예외없이 모두 가격점수에 의해 설계평가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였다. 우수한 설계도서로 평가를 받은 입찰자가 아무리 적정가격에 투찰을 하더라도, 입찰자중 특정업체가 덤핑가격으로 투찰하면 낙찰가능성이 거의 없다. 우수 설계도서 채택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이다.
가격점수의 차이가 크면 기술적 변별력이 미미해져 기술경쟁 유도 및 우수기술 도입이라는 턴키의 본래기능은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설계품질의 엄연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저가입찰자가 수주하게 되는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턴키제도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최저가 투찰자에게 설계의 품질과 그에 상응하는 적정입찰가격에 대한 고려없이 무조건 가격평가에서 만점이 부여되는 현행 가격평가방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덤핑낙찰을 방지하고, 턴키공사 선정기준에 기술적 변별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우선 설계평가점수와 연동해 가격점수를 차감하는 평가방식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설계평가 점수가 높을수록 설계 품질이 우수하고, 투입 공사원가가 높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면, 설계평가 결과 최상위 득점자의 평가점수 대비 해당업체의 설계 평가점수와의 차이(비율) 만큼 가격점수에 동일비율을 적용해 강제차감하는 평가방식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시설물의 품질차이 만큼 적정가격선을 연동해 가격평가점수에서 차감함으로써, 품질 대비 상대적 적정 가격평가점수 반영이 가능해 진다. 이러면 설계품질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적정가격선을 정해 감점범위를 정하던 예전 평가방식에서 지적됐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설계평가 결과와 연동해 가격점수를 차감한 이후에도, 가격점수 편차가 커 종합점수에서 역전이 되는 경우에는, 고급설계 채택의 편익가치보다 예산절감의 경제적 가치가 더 크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선 입찰자간 가격경쟁이 불가피한 현실이긴 하나, 설계 품질의 저하와 지나친 저가낙찰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척박한 지금의 공공발주 토양에서 제대로 된 턴키제도가 뿌리를 내리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정책입안자들은 세상에 값싸면서 좋은 물건은 결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턴키제도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발주처 주도방식에 비해 민간업체의 창의력과 기술력을 활용, 효율적인 건설공사 수행이 가능하다. 그동안 건설업체의 기술력 제고, 공공시설물의 품질 향상, 공사기간 단축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과거 국내건설업체들은 주로 플랜트분야 위주로 해외시장 진출을 했으나, 해외시장 영역을 토목건설 분야까지 개척할 수 있었던 원천이 바로 국내 턴키 수행 경험을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발주남용 및 불필요한 과잉설계로 인한 예산낭비, 대형건설업체의 수주편중에 따른 시장 독과점 형성, 설계평가위원들에 대한 로비의혹 등 각종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급기야 턴키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턴키제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실제 제도를 운영하고, 턴키입찰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 발주자나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선듯 수긍하기 힘든 면이 있다.
설계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고급·과잉설계를 한다는 비판은 턴키발주 목적 자체를 간과한 시각이다. 발주자는 고품격 공공시설물 확보를 위해 턴키발주방식을 채택했으므로 품질의 상한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품질이 아주 우수하다하여 과잉설계라고 판단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기본적인 설계수준 정도를 필요로 하는 시설물이라면, 애초에 턴키방식이 아니라 설계와 시공이 분리되는 일반공사로 발주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형업체 독과점이라는 시각도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비판이다. 일반공사와 달리 턴키공사는 입찰에 참가하려면 수십억원의 설계용역비가 소요된다. 일종의 투자비용으로서 설계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턴키입찰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또한 지금까지 턴키입찰을 대형업체 단독으로 수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형업체와 중견ㆍ중소업체간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대형업체가 컨소시엄 대표사이기 때문에 독과점 형성을 운운하는 것은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현행 턴키입찰 운영방식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가낙찰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가낙찰이 가능한 입찰방식이라면 건설업체의 폭리를 막고 예산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실제 공공시설물의 품질저하로 인해 이를 이용하는 국민이 감수해야 할 불편과 안전상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무작정 이를 찬성할 입장은 아닌 것이다. 턴키입찰 참가업체는 발주자의 예산액을 입찰 상한액으로 인식하고, 그 금액에서 가능한 최고 품질의 시설물 설계로 입찰에 참여한다. 따라서 입찰에 참가한 업체의 투찰률이 낮다는 것은 그 만큼 시설물의 품질이 낮을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구조다.
그런데 최근 몇년간 턴키입찰을 보면 최저가낙찰제보다 더 낮은 저가로 낙찰되는 사례가 발생하더니, 급기야 기술중심의 입찰취지가 무색하게 40%에 가까운 초저가 낙찰도 빈번해 지고 있다. 추정금액 대비 60%이하로 낙찰된 턴키입찰은 예외없이 모두 가격점수에 의해 설계평가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였다. 우수한 설계도서로 평가를 받은 입찰자가 아무리 적정가격에 투찰을 하더라도, 입찰자중 특정업체가 덤핑가격으로 투찰하면 낙찰가능성이 거의 없다. 우수 설계도서 채택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이다.
가격점수의 차이가 크면 기술적 변별력이 미미해져 기술경쟁 유도 및 우수기술 도입이라는 턴키의 본래기능은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설계품질의 엄연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저가입찰자가 수주하게 되는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턴키제도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최저가 투찰자에게 설계의 품질과 그에 상응하는 적정입찰가격에 대한 고려없이 무조건 가격평가에서 만점이 부여되는 현행 가격평가방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덤핑낙찰을 방지하고, 턴키공사 선정기준에 기술적 변별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우선 설계평가점수와 연동해 가격점수를 차감하는 평가방식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설계평가 점수가 높을수록 설계 품질이 우수하고, 투입 공사원가가 높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면, 설계평가 결과 최상위 득점자의 평가점수 대비 해당업체의 설계 평가점수와의 차이(비율) 만큼 가격점수에 동일비율을 적용해 강제차감하는 평가방식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시설물의 품질차이 만큼 적정가격선을 연동해 가격평가점수에서 차감함으로써, 품질 대비 상대적 적정 가격평가점수 반영이 가능해 진다. 이러면 설계품질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적정가격선을 정해 감점범위를 정하던 예전 평가방식에서 지적됐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설계평가 결과와 연동해 가격점수를 차감한 이후에도, 가격점수 편차가 커 종합점수에서 역전이 되는 경우에는, 고급설계 채택의 편익가치보다 예산절감의 경제적 가치가 더 크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선 입찰자간 가격경쟁이 불가피한 현실이긴 하나, 설계 품질의 저하와 지나친 저가낙찰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척박한 지금의 공공발주 토양에서 제대로 된 턴키제도가 뿌리를 내리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정책입안자들은 세상에 값싸면서 좋은 물건은 결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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