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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옥죄는 '4대강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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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71회 작성일 13-07-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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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 감수하며 국책사업 수행 불구 '죄인' 취급

돌아온 것은 불어난 적자와 여론의 뭇매뿐-

사정기관 무차별조사 확대 '절망의 늪' 빠뜨려 

    적자시공에 따른 경영악화, 공공물량 감소, 산업의 이미지 추락, 사정기관의 토끼몰이식 조사 등등….

 건설업계가 ‘4대강 블랙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권 건설산업의 부흥으로 이끌어주길 기대했던 대형 국책사업이 도리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MB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출혈을 감수하며 힘겹게 사업을 수행했지만, 돌아온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와 여론의 뭇매뿐이다. 특히 죄인 취급하듯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검찰 등 사정기관의 경쟁적 조사는 건설인들을 절망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최근 4대강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각 사정기관의 잇단 조사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 3월 공정위의 4대강 2차 턴키(설계ㆍ시공일괄입찰)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데 이어, 5월에는 검찰이 1차 턴키 대상 건설사 및 설계사들을 압수수색했다. 그사이 감사원의 사정도 진행됐다. ‘누구 하나는 걸린다’는 식의 무차별 조사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6월 4대강 1차 턴키와 관련, 담합 의혹을 제기하면서 8개 건설사에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년 넘게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정말 담합을 해 수익이라도 남겼다면 덜 억울할 일이다. 대한건설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의 15개 공구 평균 실행률이 106%, 적자규모는 총 2348억원에 달했다. 실행률 106%면 100억원 공사에 6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의미다.

 한 대형업체 관계자는 “2009년 입찰 당시부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책사업으로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참여했는데, 그 결과가 이러니 힘이 빠질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적자시공은 건설경기 침체와 맞물려 회사의 경영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건협이 올해 1분기 111개 상장 건설사의 경영 분석을 한 결과, 이자보상비율은 64.8%로 전년 동기 대비 184.3%p 급락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100% 이하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당분간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공사 수주를 해야 하는데 공공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이다. 2009년 58조4875억원에 달했던 공공수주 물량은 지난해 34조776억원으로 약 42% 줄었다. 올해도 지난 5월까지 11조6445억원에 그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동안 SOC 예산 11조6000억원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4대강 사업의 여파다.

 여기에 ‘토건족’으로 대변되는 산업의 이미지 추락은 의욕마저 앗아가고 있다. “국가발전을 위해 수십년간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해왔는데 이제는 후회스럽다”는 건설인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4대강의 악령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조만간 국회의 국정조사가 실시될 예정이고, 각 사정기관의 조사에 대한 처분 결과도 남아 있다. 최근에는 4대강에서 시작된 사정기관의 조사가 인천도시철도 2호선 등 다른 사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건설사들을 무슨 범죄집단인 양 매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건설사들의 ‘죄’라고는 국가정책에 따라 국책사업에 뛰어는 것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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