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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외면한 공사비 삭감으로 건설생산 시스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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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39회 작성일 13-08-0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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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률 악화로 원하도급·건설인력 총체적 부실화

 ‘돈 안 도는 현장’에 건설생산시스템 붕괴

 실행률 악화로 원하도급·건설인력 총체적 부실화

 뇌물비리, 담합 후유증이 가라앉기도 전에 잇따라 터진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도마에 올랐다.

 현장별 원인은 제각각이다. 검증되지 않은 신공법을 무리하게 적용한 제2롯데월드 현장, 가설물 지지대 부실 및 타설 불균형의 파주 장남교 현장, 장마철에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한 노량진 상수도관 부설현장, 그리고 지난 30일 터진 방화대교 접속도로 현장처럼 크레인이 다리 상판을 건드리며 무너진 사례를 포함해 다양하다.

 건설현장에서 그 동안 되풀이된 사건들이지만 차이점은 사상자가 대거 발생한 부분이다.

 대한건설협회의 토목건축공사업체(3400곳)별 올해 시공능력평가액만 봐도 업계 평균 재해율을 1~2배 넘어 신인도 평가상 불익을 받은 곳만 586곳(17.2%)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토목·건축·조경·환경설비, 그리고 전문·설비공사업체까지 내려가면 재해율, 즉 현장사고는 이런 비율을 훨씬 능가한다.

 정부, 발주기관 차원의 안전관리 관련 법령이나 현장 안전수칙은 충분히 다듬어진 상태다. 문제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점이다. 원인은 결국 안전분야에 사용할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포함한 공사비로 귀결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형건설사의 기술 담당 부장은 “건설기업 및 현장의 수익 구조가 완전히 뒤틀렸다. 발주자, 원도급자, 하도급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쥐어짜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가 빡빡하니, 분쟁이나 소송도 많고 무리하게 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일련의 사고는 당연한 것이며 어찌보면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죽하면 장마철에 상수도관 내 레일철거와 청소작업을 강행했겠느냐는 얘기다. 최근 장기화된 장마 여파로 공기손실이 막대하고 ‘공기가 곧 수익성’인 현장 특성상 무리한 돌관공사(야간공사)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얘기다.

 빡빡한 실행률은 현장에 투입할 기술인력, 기능인력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최근 터진 사고현장의 희생자 대부분이 중국동포들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심규범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 등 선진국과 국내 발주기관의 공통점은 업체의 실적을 중시하는 것이지만 차이점은 그 실적을 거둘 당시의 우수한 기술자, 기능인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외국 발주기관과 달리 국내 발주자는 실적만 중시하는 점”이라며 “건설현장의 안전,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며, 이들 기술자, 기능인력이 건설품질과 안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할 동인은 공사비”라고 지적했다.

 최근 터진 서울시 관할 현장사고의 원하도급 시공사들 상당수가 경영위기, 영업정지, 재하도급 등의 의혹을 받는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런 악조건 아래에서 제대로 시공이 되겠느냐는 반문인 동시에 ‘오십보백보’일 뿐 현 건설업계의 전반적 사정과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건설현장을 총괄하는 현장소장마저 계약직으로 쓰거나 계약 단계에서 실행률 목표치를 제시하는 사례까지 빈번하다. 현장소장들은 최근 턴키제도 개편으로 영업부담은 덜었지만 실행률 목표 달성에 목매는 모습이다.

 다른 한 대형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다른 현장에서 손실을 덜어낼 여지가 있었기에 실행률을 못 맞춰도 큰 징계는 없었지만 요즘은 바로 해고까지 할 정도로 기업사정이 빠듯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와 발주기관이 거시적 시각에서 건설공사 원가율을 적정화하지 않는다면 붕괴 위기의 건설생산 시스템 복원이 어렵고 이는 결국 사고,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문이다.

 싱가포르에서 오랜기간 근무했다는 한국기술사회의 한 분과 회장은 “사고가 터지면 건설사, 감리사 등 기업들만 문책·처분할 뿐, 이에 대해 책임지는 발주기관이나 정부 담당자는 거의 없고 사고를 계기로 나오는 대책들도 임기응변식 방안인 경우가 많다”며 “반면 세계적으로 안전·품질관리를 인정받는 싱가포르 정부는 사고가 터지면 발주기관을 가장 먼저 문책하고 철저한 원인분석을 거쳐 확고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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