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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상호존중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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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210회 작성일 13-07-0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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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회(ID컨설팅 대표)

 새 정부의 대표적 공약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입법이나 제도개선을 본격적으로 손대기도 전에 남양유업 사태, 원전 납품비리, 영훈 국제중 입학비리 등  ‘갑’ ‘을’ 문제와 연관된 대형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점점 다원화돼 가는 기업환경에서 ‘을’은 사실상 ‘갑’이 다 갖지 못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거나 내부에서 실행하기보다는 비용이나 조직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이득이 되기 때문에 활용해야 하는 외부의 자원이다.

 ‘을’을 실질적인 협력관계나 전문분야 동반자가 아닌, 고작 상납을 받는 접대처로 인식한다면 기업성장의 한 축인 외부 협력자원을 잃게 되는 것이며, 경제민주화로의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을’을 빨대로 끝까지 빨아먹는 음료수 컵이 아니라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항상 유용한 동반자적 자원으로 인식하여 ‘을’의 노하우에 대한 가치인정과 보유자원이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경제민주화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심지어 정부의 부족재원을 민간에서 끌어와 공공시설을 건설하는 민간투자사업에서도 재정사업과 마찬가지로 사업추진이나 협상과정에서 주무관청과 산하기관의 일방적인 태도는 동일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해방 이후 군부 쿠데타와 패거리 정치로 집권해 온 대통령 중심제의 정치체제가 낳은 승자 독식과 한탕주의가 만연되면서, 우리나라의 정책을 입안하여 수행하고 의식구조를 리드하는 사회지도층은 권위의식으로 무장된 권리독점자이고, 더 이상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회구조를 조성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집권층이 한번 잡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소득과 위상을 마음껏 차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되면서 각계각층에서 ‘갑’과 ‘을’이라는 수직적인 사회구조가 정착되어 왔다고 할 수 있겠다.

 국민연금이 30여년 후에는 바닥이 난다느니 하는 우려가 있어도, 국회의원 연금법이 새로 입법되고 공무원연금은 안정적 지급장치를 확보하고 있으며, 공기업들은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풍성한 보너스 잔치와 퇴직금 지급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구호가 무색하게 이들은 기득권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배만 채우면 된다는, 마치 국민을 ‘을’로 보는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평등하고 업계에서도 경제민주화가 실현되려면, 이들 사회지도층과 공조직이 ‘을’도 존중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사회의식구조와 인식전환에 솔선수범해야 하고 대기업들도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와의 상생구조가 정립될 수 있도록 실천적인 윤리경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갑’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횡포를 부리고 ‘을’은 약탈당하는 인식으로, 끊임없이 주종 관계로 치닫게 된다면 언젠가는 대립적 입장에서 남양유업 사태에서 보듯이 최악의 투쟁관계로 종말을 맞을 수 있다.

 얼마전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비와 수능점수가 전체 평균적으로 보면 비례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대학입시를 목표로 영재교육에다 특목 중ㆍ고 입시에 대비한 사교육 경쟁으로 인성교육은 사라지고 입시교육 위주가 돼 버린 우리의 교육현실과 앞으로의 인재관은 오로지 ‘수퍼갑’이나 ‘갑’의 위치에 서기 위해 입시나 취업 경쟁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이루어지는 경향을 초래할 것이다.

 ‘갑’의 권리를 향유했던 부모의 대물림을 위한 자식교육 열정과, ‘을’의 위치에서 평생을 보낸 한맺힌 자식교육은 사교육 열풍을 초래하고 있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사회규범을 지키고 상호 공존하는 덕망을 가르치기보다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교육방식은 반복되는 ‘갑’ ‘을’ 관계의 악화로 아이들을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에서도 수퍼갑인 발주기관의 불공정 행위가 개선되지 않고, 밀실에서의 상납 약속이나 과다한 접대에 의해 유리한 조건에서 수주경쟁을 하여 사업시행권을 획득하는 구조하에서,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회계상에 기표되지 않는 뒷돈을 만들어 상납해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건설 경제민주화’는 실현될 수 없다.

 최근 정계에서도 여야가 한목소리로 ‘을’의 편에서 불공정 사례를 조사하는 한편 세부 입법 등의 추진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으니 결과야 어찌됐든 소정의 성과라도 있겠지만,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에게 약속했던 국회법을 우선 개정하여 실질적인 경제민주화 입법 의지를 보여주면 어떨까.

 건설사의 영업직 임직원들이 상납이나 접대에 매달리지 않고 생산적인 기술영업에 매진하여 그야말로 건설기술 기업다운 모습으로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은 빛이 보이길 바라마지 않으며, 기업에서도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동반자적 성장을 구호로만 외치지 말고 상호 존중의 실질적 파트너십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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