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현실반영 못하는 실적공사비, 발주처 예산삭감 도구로…업계 숨통 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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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04회 작성일 14-03-12 09:16본문
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
(2부)공공시장 어쩌다 여기까지-(상) 도입10년 실적공사비
10년 전과 비교해보니 실적공사비 2.2% 떨어졌는데 건설공사비지수 62.2% 상승
# 충남지역의 중소 건설업체인 A사는 2011년 군에서 발주한 연구시설 건축공사를 낙찰받았다. 계약금액은 20억원 정도. 수주의 기쁨도 잠시, A사의 이모 대표는 내역서를 확인하는 순간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공종 대부분의 단가가 실적공사비로 되어 있었던 것. 이모 대표는 “100억원 미만의 적격공사에 실적공사비를 적용하면 중소업체는 문을 닫으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시평액 100위권 내의 업체인 B사는 한 지자체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교량 확장공사를 낙찰받았다. 그러나 설계가 완전히 변경되면서 공사비는 250억원으로 축소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최저가에서 적격공사로 바뀐 것이지만 계약이 완료된 후라 계약은 유효한 채 설계변경만 진행됐다. 결국 설계변경에 따른 실적공사비 단가는 최저가 낙찰률에 맞춰 깎였다.
시행 10년을 넘은 실적공사비가 건설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실적인’ 공사 단가를 반영한다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발주처의 예산절감 도구로만 전락한 모양새다.
최근 대형사 및 중견사에서부터 지역의 중소업체까지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은 공공공사를 수주한 뒤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쁘다. 수익은커녕 어떻게 하면 저가수주에 대한 손실을 만회할지 이런저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한 중견업체 견적팀 관계자는 “최저가 공사는 일반관리비를 제외하고도 실행률 100%를 넘긴지 오래됐다. 마이너스 실행으로 시작해 본전을 맞추는 것이 목표”라고 털어놨다. 이 회사는 지난해 최저가 공사의 목표실행률을 98%로 잡았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일반관리비를 포함하면 110%에 달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도 최저가공사 2건을 수주했지만 낙찰금액은 실행률 100%를 넘어 착공 전부터 걱정이 태산”이라고 덧붙였다.
지속 하락하는 구조적 모순에서 출발
공공공사의 예가 산정은 주로 실적공사비와 표준품셈에 근거한 원가계산 방식으로 양분된다. 실적공사비의 문제점은 공사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지난해 임내현(민주당) 의원실에서 주최한 공사비 관련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도입 초기인 2004년 상반기 표준품셈 대비 공사비 하락률은 -1.1%인데 반해 2013년 하반기 하락률은 -13.12%나 됐다.
이는 실적공사비 산정이 낙찰률이 적용된 계약단가를 활용함에 따라 계단식으로 지속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국내 입ㆍ낙찰 구조는 낙찰이 가능한 낙찰하한율 등에 맞추어 항상 예정가격보다 일정비율 낮은 금액으로 입찰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로 인해 계약단가로 책정되는 실적공사비는 늘 낙찰차액만큼 낮게 되어 현실가격과 큰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예정가격이 100원인 공사의 경우 80%의 낙찰률을 적용받으면 실적단가는 80원으로 떨어진다. 실적단가 80원을 기초로 한 공사에 같은 낙찰률이 적용되면 실적단가는 64원으로 또 다시 하락한다는 것이다.
물론 낙찰률에 따른 실적단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단가보정, 최저가공사의 저가심의 기준 개선, 실적공사비 수집범위 강화, 단가 조정제도 도입 등 여러 장치를 마련했지만 개선방안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물가상승률도 반영 못하는 실적공사비
실적공사비의 문제점은 공사비와 관련한 다른 지수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2013년 하반기 기준으로 실적공사비 단가는 2004년 도입 당시보다 2.2% 하락한 반면, 건설공사비지수는 62.2%, 노무비지수는 54.5%, 디플레이터(명목상 물가상승을 제외한 가격변동)지수는 47.9%, 생산자물가지수는 30.5% 상승했다. 결국 실적공사비는 물가상승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012년 인하대 우성권 교수팀이 실제 수행한 공사를 갖고 분석한 자료에는 실적공사비의 지속 하락 문제가 여실히 나타나 있다. 우 교수팀은 2002년 실시설계가 완료돼 2006년 2월 착공된 도로 신설 공사를 대상으로 △실적공사비 적용 이전(2002년) △실적공사비 도입 이후(2005년) △품셈 개정 실시 이후(2008년) △최근(2011년) 등 4가지 기준점으로 공사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요 자재비를 제외한 직접공사비는 1366억원(2002년)→1323억원(2005년)→1283억원(2008년)→1196억원(2011년)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표준품셈으로 예정가격을 작성한 2002년과 비교하면 170억원, 실적공사비 도입 이후인 2005년과 비교하더라도 127억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우 교수팀은 보고서에서 “실적공사비의 적용범위 확대와 공사비 감소(실적단가)의 영향에 따라 공공공사의 예정가격은 과거에 비해 하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해당 공사의 실적공사비 적용 공종은 기준연도에 따라 0%→7.6%→14.3%→16.7%로 확대됐고, 공사비 비중은 이보다 더 커 0%→15.8%→23.2%→33.8%로 거의 3분의1 수준으로 늘어났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2008년과 2011년 공사비의 차이다. 표준품셈 개정 이후에도 87억원의 공사비 감소로 이어졌다. 업계 전문가는 “아직도 품셈에 거품이 많을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2007년부터 해마다 품셈실사가 이뤄지면서 품셈도 많이 하락했다. 어떤 공종의 품셈은 실적공사비보다 단가가 낮은 것도 있다”면서 “실적공사비 못지않게 표준품셈의 하락도 경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정가격 작성 원칙이 바뀌어야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도 실적단가를 사용한다. 그러나 실적단가의 수집ㆍ발표 주체가 관이 아닌 민간이라는 점에서,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단가 공종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예정가격에 대한 발주자의 재량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총액확정계약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실적공사비와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실적단가를 적용하는 시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대략 시설물의 공사비 산정은 기본계획-기본설계-실시설계 등을 거친다고 볼 때, 우리나라 발주기관은 실시설계가 완료된 이후에 실적단가를 적용하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실적단가를 적용해 나간다.
또한 우리나라가 실적단가를 절대시하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실적단가를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과거에 수행한 공사의 실적단가가 현재와 맞지 않을 경우 과감히 버리고 다른 대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최석인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공사비 산출 제도를 모델로 실적공사비 제도를 만들었지만, 우리나라의 실적공사비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도”라면서 “공사비 하락의 원인은 실적공사비뿐 아니라 품셈, 예정가격 작성, 입ㆍ낙찰제도 등 여러가지가 복합돼 있다. 발주자의 예정가격 작성 원칙이 ‘원가절감’이 아닌 ‘최적의 시설물 건설’로 바뀌지 않는 이상 공사비 하락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훈기자 hoony@
(2부)공공시장 어쩌다 여기까지-(상) 도입10년 실적공사비
10년 전과 비교해보니 실적공사비 2.2% 떨어졌는데 건설공사비지수 62.2% 상승
# 충남지역의 중소 건설업체인 A사는 2011년 군에서 발주한 연구시설 건축공사를 낙찰받았다. 계약금액은 20억원 정도. 수주의 기쁨도 잠시, A사의 이모 대표는 내역서를 확인하는 순간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공종 대부분의 단가가 실적공사비로 되어 있었던 것. 이모 대표는 “100억원 미만의 적격공사에 실적공사비를 적용하면 중소업체는 문을 닫으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시평액 100위권 내의 업체인 B사는 한 지자체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교량 확장공사를 낙찰받았다. 그러나 설계가 완전히 변경되면서 공사비는 250억원으로 축소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최저가에서 적격공사로 바뀐 것이지만 계약이 완료된 후라 계약은 유효한 채 설계변경만 진행됐다. 결국 설계변경에 따른 실적공사비 단가는 최저가 낙찰률에 맞춰 깎였다.
시행 10년을 넘은 실적공사비가 건설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실적인’ 공사 단가를 반영한다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발주처의 예산절감 도구로만 전락한 모양새다.
최근 대형사 및 중견사에서부터 지역의 중소업체까지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은 공공공사를 수주한 뒤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쁘다. 수익은커녕 어떻게 하면 저가수주에 대한 손실을 만회할지 이런저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한 중견업체 견적팀 관계자는 “최저가 공사는 일반관리비를 제외하고도 실행률 100%를 넘긴지 오래됐다. 마이너스 실행으로 시작해 본전을 맞추는 것이 목표”라고 털어놨다. 이 회사는 지난해 최저가 공사의 목표실행률을 98%로 잡았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일반관리비를 포함하면 110%에 달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도 최저가공사 2건을 수주했지만 낙찰금액은 실행률 100%를 넘어 착공 전부터 걱정이 태산”이라고 덧붙였다.
지속 하락하는 구조적 모순에서 출발
공공공사의 예가 산정은 주로 실적공사비와 표준품셈에 근거한 원가계산 방식으로 양분된다. 실적공사비의 문제점은 공사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지난해 임내현(민주당) 의원실에서 주최한 공사비 관련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도입 초기인 2004년 상반기 표준품셈 대비 공사비 하락률은 -1.1%인데 반해 2013년 하반기 하락률은 -13.12%나 됐다.
이는 실적공사비 산정이 낙찰률이 적용된 계약단가를 활용함에 따라 계단식으로 지속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국내 입ㆍ낙찰 구조는 낙찰이 가능한 낙찰하한율 등에 맞추어 항상 예정가격보다 일정비율 낮은 금액으로 입찰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로 인해 계약단가로 책정되는 실적공사비는 늘 낙찰차액만큼 낮게 되어 현실가격과 큰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예정가격이 100원인 공사의 경우 80%의 낙찰률을 적용받으면 실적단가는 80원으로 떨어진다. 실적단가 80원을 기초로 한 공사에 같은 낙찰률이 적용되면 실적단가는 64원으로 또 다시 하락한다는 것이다.
물론 낙찰률에 따른 실적단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단가보정, 최저가공사의 저가심의 기준 개선, 실적공사비 수집범위 강화, 단가 조정제도 도입 등 여러 장치를 마련했지만 개선방안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물가상승률도 반영 못하는 실적공사비
실적공사비의 문제점은 공사비와 관련한 다른 지수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2013년 하반기 기준으로 실적공사비 단가는 2004년 도입 당시보다 2.2% 하락한 반면, 건설공사비지수는 62.2%, 노무비지수는 54.5%, 디플레이터(명목상 물가상승을 제외한 가격변동)지수는 47.9%, 생산자물가지수는 30.5% 상승했다. 결국 실적공사비는 물가상승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012년 인하대 우성권 교수팀이 실제 수행한 공사를 갖고 분석한 자료에는 실적공사비의 지속 하락 문제가 여실히 나타나 있다. 우 교수팀은 2002년 실시설계가 완료돼 2006년 2월 착공된 도로 신설 공사를 대상으로 △실적공사비 적용 이전(2002년) △실적공사비 도입 이후(2005년) △품셈 개정 실시 이후(2008년) △최근(2011년) 등 4가지 기준점으로 공사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요 자재비를 제외한 직접공사비는 1366억원(2002년)→1323억원(2005년)→1283억원(2008년)→1196억원(2011년)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표준품셈으로 예정가격을 작성한 2002년과 비교하면 170억원, 실적공사비 도입 이후인 2005년과 비교하더라도 127억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우 교수팀은 보고서에서 “실적공사비의 적용범위 확대와 공사비 감소(실적단가)의 영향에 따라 공공공사의 예정가격은 과거에 비해 하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해당 공사의 실적공사비 적용 공종은 기준연도에 따라 0%→7.6%→14.3%→16.7%로 확대됐고, 공사비 비중은 이보다 더 커 0%→15.8%→23.2%→33.8%로 거의 3분의1 수준으로 늘어났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2008년과 2011년 공사비의 차이다. 표준품셈 개정 이후에도 87억원의 공사비 감소로 이어졌다. 업계 전문가는 “아직도 품셈에 거품이 많을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2007년부터 해마다 품셈실사가 이뤄지면서 품셈도 많이 하락했다. 어떤 공종의 품셈은 실적공사비보다 단가가 낮은 것도 있다”면서 “실적공사비 못지않게 표준품셈의 하락도 경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정가격 작성 원칙이 바뀌어야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도 실적단가를 사용한다. 그러나 실적단가의 수집ㆍ발표 주체가 관이 아닌 민간이라는 점에서,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단가 공종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예정가격에 대한 발주자의 재량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총액확정계약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실적공사비와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실적단가를 적용하는 시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대략 시설물의 공사비 산정은 기본계획-기본설계-실시설계 등을 거친다고 볼 때, 우리나라 발주기관은 실시설계가 완료된 이후에 실적단가를 적용하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실적단가를 적용해 나간다.
또한 우리나라가 실적단가를 절대시하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실적단가를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과거에 수행한 공사의 실적단가가 현재와 맞지 않을 경우 과감히 버리고 다른 대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최석인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공사비 산출 제도를 모델로 실적공사비 제도를 만들었지만, 우리나라의 실적공사비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도”라면서 “공사비 하락의 원인은 실적공사비뿐 아니라 품셈, 예정가격 작성, 입ㆍ낙찰제도 등 여러가지가 복합돼 있다. 발주자의 예정가격 작성 원칙이 ‘원가절감’이 아닌 ‘최적의 시설물 건설’로 바뀌지 않는 이상 공사비 하락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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