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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마녀사냥'式 부채 잡기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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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62회 작성일 13-12-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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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부터 파부침선(破釜沈船·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의 결연한 마음으로,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소신있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11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호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죄명’에 대해 “과다 부채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과잉 복지로 국민의 불신과 공분을 샀다”고 규정했다.

 공공기관이 ‘공공의 적’이 됐다. 오죽하면 한 나라의 경제 수장이 전쟁을 선포했을까. 숫자만 놓고 보면 가히 심각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총부채가 565조8000억원으로 국가채무(446조원)보다 120조원가량 많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 위험요인으로 가계 부채와 함께 공기업 부채를 꼽았다. 재정당국이 조급해질만하다. 거기다 공공기관들도 자충수를 뒀다. 원전 납품 비리 등이 전력난을 부추겼고 고용 세습, 지나친 성과급 등 방만한 경영 실태가 알려지면서 국민들도 뿔났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종합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일의 순서가 틀렸다. 정부는 백화점식 대책을 내놨지만 성패의 열쇠는 기관장이 쥐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기관장이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개선의 목표를 정하면 이를 지키도록 압박하는 정도다. 기관장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맥빠진 대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인사개혁에 방점을 찍었어야 했다. 정부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공기업 개혁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기관장과 경영성과협약을 맺고 성과 여부를 판단해 당장 내년 9월에 해임 건의, 보수 동결, 성과급 조정 등 채찍을 쓰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장의 전문성을 그토록 강조했던 새 정부가 최근 단행한 인사를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낙하산 기관장의 해임이 가능하리라고 보는 이는 드물다. 결국 묵묵히 제 일을 해온 공공기관 직원들만 보수 동결, 성과급 조정이란 채찍을 감담해야 할 지도 모른다.

 공기업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전도 경계해야 한다. 공기업 부채는 대부분 지난 정부의 국책사업 과정에서 급증했다. 박근혜 정부의 주택공약인 행복주택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도 부채 138조원으로 ‘공공기관 부채 1위’의 멍에를 쓴 토지주택공사(LH)다. 정치권의 ‘끼워넣기 지역 예산’을 집행하는 곳도 도로공사·철도공사다.

 무엇보다 공기업들의 급격한 부채 축소는 필수적인 SOC 사업의 중단·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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