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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위기, 공공입찰 지형도 바꿨다] (2)운찰제 사라진 종심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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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41회 작성일 23-08-1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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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 ‘로또시장’, ‘운찰제’의 대명사로 불렸던 설계ㆍ시공 분리입찰(종합심사낙찰제) 제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원자재 급등 여파로 원가관리, 내역분석에 입각한 ‘소신투찰’이 자리 잡으면서 운찰제라는 오명은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가관리에 이은 치열한 견적 경쟁력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변모했다는 설명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이 개찰한 ‘화물기 개조(정비) 시설 신축공사’는 입찰에 참여한 4개 업체가 모두 예가를 초과해 투찰하면서 유찰됐다.

이 사업의 추정 예정가격은 1064억원으로 책정됐는데 금호건설(1140억원), 두산건설(1177억원), 쌍용건설(1181억원), HJ중공업(1199억원) 등이 모두 예가를 넘겨 투찰했다.

앞서 이 사업은 지난 6월28일 최초 공고된 사업이다. 당시에도 7개 회사가 참여해 모두 예가 초과 투찰로 유찰된 바 있다.

재공고에도 이 사업이 유찰된 이유는 발주처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현실성 없는 공사비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사업의 기초금액은 1070억원으로 정해졌는데 최소한 1150억원으로 수주를 해야 이익 없이 준공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공사원가 격차가 최소 80억원 이상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공사비 진단 없이 반복된 공고는 인천국제공항공사만의 사례가 아니다. 앞서 지난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인제서화 고령자 복지주택 건설공사(1공구)’는 무려 3차례 공고에도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이 사업도 적정 공사비(122억원) 대비 12억원이나 적은 110억원으로 기초금액을 설정한 탓이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예가초과 투찰 사태는 종심제 사업에 ‘묻지마 투찰’이 사라졌다는 대표적인 증거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화물기 개조(정비) 시설 신축공사 입찰에서 예가 미만 투찰만 시 무조건 수주를 확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발주기관도 원하는 사업을 제대 집행하길 원한다면 설계 단가를 제대로 책정해 발주를 해야 한다”며 “같은 공고를 되풀이한들 현재 상황에서는 절대 시공사를 선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종합심사낙찰제나 종합평가낙찰제 입찰에서 더 이상 ‘운’은 통용되지 않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평가다. 단순 수주보다 원가관리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내역 분석을 바탕으로 원하는 가격에 써내는 소신 투찰이 대세가 됐다는 설명이다.

예가초과 투찰은 물론 무응찰 유찰 사태가 빚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증거로써 작용하고 있다.

한 1등급 건설사 견적팀장은 “내역을 철저히 점검한 후에 원가율이 확보되지 않는 사업은 입찰조차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수주를 원하는 사업도 운에 기대어 내역을 작성하지 않고, 철저히 균형가격을 분석, 예측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적격심사 시장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300억원 이상 대형 기타공사 시장에서 ‘운찰제’란 말은 더는 통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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