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건설산업 변화의 바람, 발주처 혁신이 먼저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55회 작성일 14-04-02 17:41본문
기업에만 ‘相生협력’ 강요…발주처는 우월적 지위 남용
‘갑을관계’ 문제 청산 없인 입찰제도 개선 ‘백약이 무효’
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
(5부)공공시장의 미래비전은
(상)제도가 시장을 만든다
“통일만 되면 향후 수십년간 건설산업의 먹을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최근 정부 차원의 통일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건설업계도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성숙단계에 들어선 건설산업이 다시 활황을 누리려면 통일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통일 한국은 향후 20년간 주택과 인프라 분야에 300조원가량이 투자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통일 한국은 물량기근으로 힘겨운 건설산업에 있어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동시에 대두되고 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총리의 말마따나 통일이 갑자기 올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통일만을 기다리기에는 현재의 공공시장, 나아가 건설산업은 너무나 위태롭다. 실적공사비, 계약심사제, 총사업비관리제도, 운찰로 전락한 입찰제도, 적자시공, 입찰담합, 기술영업, 불공정하도급 등 문제점 투성이다. 예산절감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정부와 발주기관, 수주고 확대를 위해 저가투찰을 서슴지 않았던 건설사들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결과물이다.
위태로운 공공시장을 정상화하는 길은 너무도 상식적이다. 발주자는 제 값을 주고, 건설사는 제대로 된 공사목적물을 만들면 된다. 그러나 발주자와 건설사는 ‘가격’이라는 유혹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한 채 지금까지 왔다. 이에 더해 건설사들은 사회적 지탄까지 감수해야 했다.
올해 공공시장은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심사제 시범사업, 기술제안 활성화 등 입찰제도의 변화가 먼저 감지되고 있다. 특히 현행 최저가낙찰제의 대안으로 도입되는 종합심사제는 건설사들 입장에서 기술력 향상과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두 가지 입찰제도 모두 가격요소가 낙찰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계하고 있다.
업계 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인 입찰 참여를 통해 정부 및 발주자에게 ‘적정공사비 확보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한편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려 하고 있다. 최근 수천억원대 공사가 거듭 유찰되거나, 담합 자정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자율준수프로그램(CP) 개발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 등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러나 공공시장을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 및 발주자들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건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갑을관계의 청산은 정부 및 공공발주자의 우월적 제도 및 관행 불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상생협력 관계 구축 등을 기업들에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정작 자신은 열외로 했다. 제조업 등 타 산업부문은 몰라도 적어도 정부가 압도적인 지위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설산업에 있어서만큼은 정부가 우월적 지위 남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갑을관계의 문제해결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시장 효율화를 이뤄낸 영국을 모델로 꼽는다. 1990년대 중반 영국의 발주청은 기득권을 내려 놓으면서 위기에 빠졌던 자국의 건설산업을 부흥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김한수 세종대 교수는 “공공 건설사업 효율화를 단순히 투입비용의 삭감 혹은 증감의 패러다임으로 보는 상태에서는 어떤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아도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은 지속된다. 그 이유는 정부와 공공발주자의 혁신이 전제되지 않고 건설업계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영국 정부는 공공 건설사업의 효율화를 위해 1차적으로 희생해야 할 주체로 건설업계가 아닌 정부와 공공 발주자임을 인식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회훈기자 hoony@
‘갑을관계’ 문제 청산 없인 입찰제도 개선 ‘백약이 무효’
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
(5부)공공시장의 미래비전은
(상)제도가 시장을 만든다
“통일만 되면 향후 수십년간 건설산업의 먹을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최근 정부 차원의 통일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건설업계도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성숙단계에 들어선 건설산업이 다시 활황을 누리려면 통일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통일 한국은 향후 20년간 주택과 인프라 분야에 300조원가량이 투자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통일 한국은 물량기근으로 힘겨운 건설산업에 있어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동시에 대두되고 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총리의 말마따나 통일이 갑자기 올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통일만을 기다리기에는 현재의 공공시장, 나아가 건설산업은 너무나 위태롭다. 실적공사비, 계약심사제, 총사업비관리제도, 운찰로 전락한 입찰제도, 적자시공, 입찰담합, 기술영업, 불공정하도급 등 문제점 투성이다. 예산절감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정부와 발주기관, 수주고 확대를 위해 저가투찰을 서슴지 않았던 건설사들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결과물이다.
위태로운 공공시장을 정상화하는 길은 너무도 상식적이다. 발주자는 제 값을 주고, 건설사는 제대로 된 공사목적물을 만들면 된다. 그러나 발주자와 건설사는 ‘가격’이라는 유혹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한 채 지금까지 왔다. 이에 더해 건설사들은 사회적 지탄까지 감수해야 했다.
올해 공공시장은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심사제 시범사업, 기술제안 활성화 등 입찰제도의 변화가 먼저 감지되고 있다. 특히 현행 최저가낙찰제의 대안으로 도입되는 종합심사제는 건설사들 입장에서 기술력 향상과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두 가지 입찰제도 모두 가격요소가 낙찰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계하고 있다.
업계 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인 입찰 참여를 통해 정부 및 발주자에게 ‘적정공사비 확보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한편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려 하고 있다. 최근 수천억원대 공사가 거듭 유찰되거나, 담합 자정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자율준수프로그램(CP) 개발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 등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러나 공공시장을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 및 발주자들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건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갑을관계의 청산은 정부 및 공공발주자의 우월적 제도 및 관행 불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상생협력 관계 구축 등을 기업들에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정작 자신은 열외로 했다. 제조업 등 타 산업부문은 몰라도 적어도 정부가 압도적인 지위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설산업에 있어서만큼은 정부가 우월적 지위 남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갑을관계의 문제해결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시장 효율화를 이뤄낸 영국을 모델로 꼽는다. 1990년대 중반 영국의 발주청은 기득권을 내려 놓으면서 위기에 빠졌던 자국의 건설산업을 부흥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김한수 세종대 교수는 “공공 건설사업 효율화를 단순히 투입비용의 삭감 혹은 증감의 패러다임으로 보는 상태에서는 어떤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아도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은 지속된다. 그 이유는 정부와 공공발주자의 혁신이 전제되지 않고 건설업계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영국 정부는 공공 건설사업의 효율화를 위해 1차적으로 희생해야 할 주체로 건설업계가 아닌 정부와 공공 발주자임을 인식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회훈기자 hoony@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