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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양적 성장 매달려온 건설업계 '자전거 페달'이론은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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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61회 작성일 14-03-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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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리모델링, 발전사업 등 신 시장 개척 힘 쏟아야

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

(4부)건설업계 책임은 없나

(상)자전거 페달 이론의 몰락

 # 전문 건설업체 A사의 대표는 요사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매월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회사 운영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이 회사를 설립한 것은 2005년이다. 당시 국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2위를 다투던 대형 건설업체의 기술영업팀에서 20여 년 일하다 현재 A사를 차렸다. 기술영업을 통해 획득한 노하우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충분히 밥벌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작은 좋았다. 지하 토목현장에서 경제성을 높이고 공기를 절약할 수 있는 가시설 공법을 선보이며 1년에 10여건 이상 수주한 해도 있었다. 건설현장별로 최소 1000개 세트(각 20만원)가 필요한 탓에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생산량도 늘렸다.

 하지만 몇년 후 상황은 급변했다.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데다, A사가 보유한 가시설 공법과 유사한 기술을 가진 전문업체들이 대거 나타났다. 수주경쟁은 치열해졌다. 수주목표 달성을 위해 적자시공을 무릅쓰고 들어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 1년간 1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A사 대표는 “수주를 못해도 가시설 적재를 위한 창고대여료, 도색비, 인건비 등은 매월 고정적으로 들어간다. 그렇다고 그간 수주한 건설현장에서 적정선의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다. 매월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악순환이다”라고 말했다.

 건설업체 운영은 자전거 운전과 같다고 한다. 자전거는 페달을 돌려야 앞으로 나간다. 그렇지 않으면 곧 멈추고 쓰러진다. 건설업체도 같은 원리다. 지속적인 수주를 통해 사업을 영위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을 닫는다. 이른바 ‘자전거 페달 이론’이다.

 그러나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자전거 페달 이론은 족쇄다. 특히 대표적인 수주 경로인 공공공사의 경우 공사물량 감소→수주경쟁 심화→저가 투찰→적자 시공으로 이어지면서 건설업체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독이 된 자전거 이론

A사의 경우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매년 수주목표를 정해놓고 양적성장을 지향해온 건설업계에 있어 자전거 페달 이론은 현재 독(毒)이 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인 B사 토목견적팀 관계자는 “2000년대 초ㆍ중반에만 해도 공공공사 1~2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공공공사나 주택공사,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 등을 통해 상쇄가 가능했다. 즉 믿을 만한 다른 사업부문이 있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이는 불가능해졌다. 특히 주택경기 침체가 문제였다. 이는 바로 중견ㆍ중소 건설업체의 경영악화로 이어졌다. 대형업체와 달리 이들은 수주 루트가 공공공사 아니면 주택공사 등으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시공평가액 순위가 30위권까지 올랐던 한솔건설과 대동종합건설, 정우개발, 신도산업개발, 프라임개발 등 중견사들이 경영악화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시기도 이 때다.

 중견 건설업체인 C사 영업팀 관계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적자공사를 땄더라도, 사업기간이 긴 건설산업의 특성상 경기가 좋을 때 손실을 보완하면서 지속성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경기회복 속도는 느리고,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하는 업체들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성숙기 접어든 건설시장…호황기는 없어

 특히 국내 건설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자전거 페달 이론은 효력을 상실하고 있다.성숙기에는 전체 시장의 규모가 정체되거나 아주 완만하게 성장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업부문에서 수주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 있는 사업부문을 찾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물량이 누적되면 어느 시점에서 회사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성숙기 산업의 특성 및 국내 건설기업에의 시사점’보고서에는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건설시장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건설투자액은 1995년 136조8000억원에서 2000년 125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2001~2003년 3년간은 소폭 늘었지만 150조원대에서 맴돌았고, 2011년부터 140조원대로 다시 떨어진 채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 2020년까지 향후 7년간은 건설투자가 매년 1~2% 정도로 아주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성숙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 간 가격경쟁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2020년이 가까울수록, 그러니까 정체 성숙기나 쇠퇴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수익성은 악화된다”고 말했다. 이후는 쇠퇴기다. 즉 건설시장에서도 향후 다시 2000년대 초ㆍ중반의 호황기는 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건설업계 자생력 키워야…정부, 규제완화 촉구

 그렇다면 작금의 상황을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자전거 페달이 멈춰 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건설사 스스로 생존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적자가 쌓이는 것을 구조적인 문제로 돌려 상처를 계속 키운다면 결국엔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한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성숙기를 맞은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수주나 매출목표보다 손익목표를 더 중시하는 사례가 많다. 내실을 꾀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잡되, 블루오션 분야에 대한 개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성장(호황)이 기대되는 사업부문으로는 주택 리모델링, 장대 교량, 초고속 철도, 대심도 지하철 등 특수 기술이 적용된 사회기반시설(SOC) 부문을 꼽고 있다. 아울러 전력난으로 인해 각광받고 있는 각종 발전사업도 포함됐다.

 정부 차원에서는 규제 중심의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주택시장의 경우 투기억제를 위한 규제가 많은데, 과잉 공급과 수요 위축이라는 성숙기의 특성을 반영한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석한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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