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Focus

<창간특집>잡식성 된 업계, 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59회 작성일 14-03-27 10:02

본문

건설사 넘치는데-특출한 기술력 보유업체는 태부족

 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

(4부)건설업계 책임은 없나

(상)자전거 페달 이론의 몰락

  # 경기 소재 2등급 업체인 A사는 지난해 1500여건의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수주에 성공한 공사는 10건. 수주율로 따지면 0.0067%다. A사 영업팀장은 “지난해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몇 년전에는 한 손으로 꼽을 만큼 수주공사가 적은 적도 있었다”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2년 연속 단 1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 공공공사의 수주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전체 공사물량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데 반해 공사를 수행하겠다고 나서는 건설사들은 여전히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열경쟁은 소액공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건설산업연구원의 보고서(2012)에 따르면 2010년 예정가격 300억원 이하 적격심사공사의 평균 입찰경쟁률은 369대1을 기록했다. 모 지자체에서 발주한 4억7000만원짜리 건축공사의 경쟁률은 무려 2135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낙찰률을 적용해 4억원 남짓한 공사를 따내려고 2000개 이상의 업체들이 달려든 셈이다.

 경쟁률이 높을수록 수주 가능성은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표본조사에 따르면 2010년 적격심사공사를 1건만 수주한 업체는 전체의 91.3%, 2건을 수주한 업체는 7.6%로 전체 기업의 98.9%가 1~2건밖에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문제의 출발은 입찰제도에서 비롯된다. 적격심사 시 입찰가격과 함께 기술능력ㆍ경영상태 등을 심사해 적격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나, 가격을 제외하고는 지나친 계량화ㆍ객관화로 변별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로 인해 적격심사공사를 가리켜 업계에서는 ‘로또복권’, ‘운찰제’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저가공사 역시 적격심사공사에 비해 경쟁률만 다소 낮을 뿐 운찰제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입찰제도는 조금 과장해 비슷비슷한 업체들을 엑셀로 줄을 세운 뒤 가격을 적게 쓴 업체를 선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제도상의 문제로만 돌리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국내 입찰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게 개선된다 치더라도 산업 규모에 비해 건설사들이 너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1988년 건설업 면허개방과 1999년 건설업 등록제 전환 이후 업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97년 3896개였던 종합건설사 수는 2001년 1만1961사로 1만개를 돌파하더니 2005년에는 1만3202개로 늘어났다. 이후 경기불황과 부실업체 퇴출 등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로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1만921개로 여전히 1만개를 넘고 있다.

 업체 수도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특출한 기술력이 없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규모의 차이일 뿐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똑같이 건물을 짓고, 다리를 놓고, 도로를 깔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건설산업은 대체재가 많다. 플랜트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누가 시공을 맡든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한 뒤 “등록제 전환 이후 뚜렷한 경영철학이나 기업가 정신 없이 한탕주의에 편승해 너도나도 건설사를 만들어 시장에 뛰어든 것이 현재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공사실행률이 좋았던 과거에는 1~2건의 수주만으로도 회사 유지가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실적공사비 확대 등으로 인해 실행률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회사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돈이 있는 곳에 몰리는 건설사들의 ‘잡식성’은 민간 영역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브랜드 아파트를 내세워 주택사업에 뛰어들었고, 대규모 PF(프로젝트파이낸싱) 개발사업에도 앞다퉈 진출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부동산 침체로 인해 손에 쥔 것은 산더미 같은 미분양 주택과 PF에 따른 이자폭탄이었다. 현금유동성 위기에 견디다 못한 몇몇 건설사들은 부도에 직면해야 했다.

 결국 건설사들의 무책임한 경영이 수익성 악화로 인한 회사 경영위기라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권오현 건산연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기술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같은 토목ㆍ건축이라도 교량, 터널, 환경시설 등 세부 공종 중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회사 규모에 맞게 키우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회훈기자hoony@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