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시 디자인의 철학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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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73회 작성일 14-04-17 09:26본문
서용식(수목건축 대표)
“도시 설계에는 각 도시만의 특징이 배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지금까지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특징 없는 도시 정비를 해왔다. 대체 도시철학이 있는가?” 지난 3월 개최된 ‘더 나은 도시디자인 포럼 2014’에서 우리나라 도시디자인에 대해 언급한 안타까운 지적이다.
‘더 나은 도시디자인 포럼(+Urban Design Forum)’은 도시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돌아보고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럼이다. 현재의 도시디자인 이슈와 문제 해결 방안, 향후 도시디자인의 미래상 등이 주된 논의 대상이다. 올해는 미국, 일본, 한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에게 맞는 진정한 도시디자인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의 요코하마 도시정비를 이끌어온 쿠니요시 나오유키 요코하마국립대 교수가 우리나라의 도시디자인을 두고 전한 위와 같은 일침은, 그동안 얼마나 장기적인 안목 없이 획일화된 도시 개발이 이루어졌는지 말해준다. 도시 번영의 상징을 높은 건물이 줄지어 들어서는 광경으로 보여주려 했던 과거 도시철학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이날 포럼에서 쿠니요시 교수는 도시디자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요코하마 정비사업’을 소개했다. 요코하마시는 1960년대 후반부터 도시디자인 활동을 포함한 새로운 도시 만들기에 착수했고 ‘도시로서의 독립’을 목표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구상을 세워 조금씩 구체화해왔다. 시장이 바뀌면서 정비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40여 년 동안 흔들림 없이 도시정비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통일된 ‘철학’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특히 도시디자인팀과 지역 정비의 이념을 공유하고 요코하마를 소중히 여기는 지역시민 등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해 ‘요코하마의 독자성을 구축한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도시는 같은 형태의 고층 아파트가 이어져 있어 도시의 특징을 느낄 수 없었다. 이제는 과거의 흔적 일부를 미래로 연결해 도시의 개성을 쌓는 도시디자인의 ‘철학’을 고민할 때다. 여기에 행정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고 주민과 기업의 협력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낼 것인지 또한 중요하다.
‘더 나은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자연의 자원을 존중하고 최적화하면서 동시에 경제 현실을 인식하며 사회적 상호작용과 역사를 포용할 수 있는,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디자이너로서 복합용도 개발과 스마트기술의 개념을 넘어 역동적인 도시를 만들면서 수익 창출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미국의 크리스토퍼 패닌 HOK 선임부사장은 기존 도시개발 노하우와 새로운 개념을 융합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전했다. 시대가 흐르면서 새로운 개념이 개발되고 있지만 과거의 경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로, 과거 개발 사례에서 배우는 동시에 스마트 도시와 생태적 도시의 장점을 고루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정체 상황을 제어해주고 건물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해주는 스마트 도시 기술이나 개미집을 본떠 자연통풍을 이용한 에너지 절감 건물 등 도시개발과 관리에 적용되고 있는 바이오미미크리(자연의 원리·생물체의 특성을 모방하는 디자인)의 개념을 통한 친환경적 도시설계 방법론도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삼지 말고, 장점만을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다 ‘사려 깊은’ 지식을 가지고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공명하는 창조적 제안의 실행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고, 무엇보다 다음 세대들을 위해 도시를 디자인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권영걸 한샘 사장도 같은 맥락에서 ‘ABC(Agri-Bio Centered Design) 디자인’을 제시하며, 과거 디자인은 좋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 목표였지만, 앞으로는 혁명 대신 진화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ABC 디자인은 그동안 도시학에서 논의되어 온 모든 개념을 종합하는 개념으로 자연과 인간의 건강을 제1목표로 삼아 잉태하고 기르고 돌보고 가꾸는 여성성에 기반을 두며 누구나 스스로 참여할 수 있고 더불어 함께하는 디자인이다. 또 발생적인 속성과 진화를 지향하고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재배되는 것이라고 제시하며 인류가 취할 수 있는 ‘궁극의 선택(The Ultimate Choice)’으로 제안했다.
우리는 기존의 성과와 과제를 넘어 우리 도시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새롭게 돌아보고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물리적 디자인의 향상과 함께 도시의 기반이 되는 문화와 사람을 중심으로 한 과정의 설계가 될 것이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경험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더 나은 도시디자인 포럼’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그 도시만이 가진 가치를 어떻게 더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이번 포럼이 우리에게 던진 소중한 메시지다.
“도시 설계에는 각 도시만의 특징이 배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지금까지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특징 없는 도시 정비를 해왔다. 대체 도시철학이 있는가?” 지난 3월 개최된 ‘더 나은 도시디자인 포럼 2014’에서 우리나라 도시디자인에 대해 언급한 안타까운 지적이다.
‘더 나은 도시디자인 포럼(+Urban Design Forum)’은 도시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돌아보고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럼이다. 현재의 도시디자인 이슈와 문제 해결 방안, 향후 도시디자인의 미래상 등이 주된 논의 대상이다. 올해는 미국, 일본, 한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에게 맞는 진정한 도시디자인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의 요코하마 도시정비를 이끌어온 쿠니요시 나오유키 요코하마국립대 교수가 우리나라의 도시디자인을 두고 전한 위와 같은 일침은, 그동안 얼마나 장기적인 안목 없이 획일화된 도시 개발이 이루어졌는지 말해준다. 도시 번영의 상징을 높은 건물이 줄지어 들어서는 광경으로 보여주려 했던 과거 도시철학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이날 포럼에서 쿠니요시 교수는 도시디자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요코하마 정비사업’을 소개했다. 요코하마시는 1960년대 후반부터 도시디자인 활동을 포함한 새로운 도시 만들기에 착수했고 ‘도시로서의 독립’을 목표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구상을 세워 조금씩 구체화해왔다. 시장이 바뀌면서 정비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40여 년 동안 흔들림 없이 도시정비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통일된 ‘철학’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특히 도시디자인팀과 지역 정비의 이념을 공유하고 요코하마를 소중히 여기는 지역시민 등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해 ‘요코하마의 독자성을 구축한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도시는 같은 형태의 고층 아파트가 이어져 있어 도시의 특징을 느낄 수 없었다. 이제는 과거의 흔적 일부를 미래로 연결해 도시의 개성을 쌓는 도시디자인의 ‘철학’을 고민할 때다. 여기에 행정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고 주민과 기업의 협력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낼 것인지 또한 중요하다.
‘더 나은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자연의 자원을 존중하고 최적화하면서 동시에 경제 현실을 인식하며 사회적 상호작용과 역사를 포용할 수 있는,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디자이너로서 복합용도 개발과 스마트기술의 개념을 넘어 역동적인 도시를 만들면서 수익 창출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미국의 크리스토퍼 패닌 HOK 선임부사장은 기존 도시개발 노하우와 새로운 개념을 융합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전했다. 시대가 흐르면서 새로운 개념이 개발되고 있지만 과거의 경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로, 과거 개발 사례에서 배우는 동시에 스마트 도시와 생태적 도시의 장점을 고루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정체 상황을 제어해주고 건물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해주는 스마트 도시 기술이나 개미집을 본떠 자연통풍을 이용한 에너지 절감 건물 등 도시개발과 관리에 적용되고 있는 바이오미미크리(자연의 원리·생물체의 특성을 모방하는 디자인)의 개념을 통한 친환경적 도시설계 방법론도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삼지 말고, 장점만을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다 ‘사려 깊은’ 지식을 가지고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공명하는 창조적 제안의 실행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고, 무엇보다 다음 세대들을 위해 도시를 디자인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권영걸 한샘 사장도 같은 맥락에서 ‘ABC(Agri-Bio Centered Design) 디자인’을 제시하며, 과거 디자인은 좋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 목표였지만, 앞으로는 혁명 대신 진화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ABC 디자인은 그동안 도시학에서 논의되어 온 모든 개념을 종합하는 개념으로 자연과 인간의 건강을 제1목표로 삼아 잉태하고 기르고 돌보고 가꾸는 여성성에 기반을 두며 누구나 스스로 참여할 수 있고 더불어 함께하는 디자인이다. 또 발생적인 속성과 진화를 지향하고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재배되는 것이라고 제시하며 인류가 취할 수 있는 ‘궁극의 선택(The Ultimate Choice)’으로 제안했다.
우리는 기존의 성과와 과제를 넘어 우리 도시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새롭게 돌아보고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물리적 디자인의 향상과 함께 도시의 기반이 되는 문화와 사람을 중심으로 한 과정의 설계가 될 것이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경험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더 나은 도시디자인 포럼’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그 도시만이 가진 가치를 어떻게 더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이번 포럼이 우리에게 던진 소중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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