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형입찰에서 ‘통과의례’가 되어버린 유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74회 작성일 14-04-14 09:43본문
유찰, 유찰, 유찰….
턴키(설계ㆍ시공일괄입찰), 기술제안 등 이른바 기술형입찰이 계속 유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박한 공사비로 인한 적자시공이 불가피하기 때문인데 발주기관들은 금액조정 없이 재공고만을 고집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공사 품질확보를 위해서라도 발주처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이 한국교육방송공사의 의뢰를 받아 기본설계 기술제안으로 진행 중인 EBS 디지털 통합사옥 건립공사 입찰이 또 다시 유찰될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 11일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마감 결과 계룡건설 컨소시엄만 PQ 서류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PQ를 준비했던 롯데건설 컨소시엄은 수익성 문제를 들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추정금액 1416억원의 해당 공사는 지난 3월말 최초 입찰 때도 계룡건설만 단독 응찰해 유찰된 바 있다. 당시 롯데건설은 PQ를 통과했음에도 입찰에는 불참했다.
앞서 지난 8일 PQ 마감한 인천공항공사의 T2 전면시설 골조 및 마감공사(1918억원ㆍ이하 추정금액)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연출됐다. 실시설계 기술제안 방식의 공사에서 대림산업 컨소시엄만이 단독 서류를 제출한 것이다. 10일 PQ 마감한 하남선(상일~검단) 복선전철 2공구(1373억원ㆍ턴키)도 태영건설 컨소시엄만이 단독으로 서류를 냈다. 이들 공사 역시 유찰이 유력시된다.
올해 들어 기술형입찰의 유찰은 ‘통과의례’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지난 2월 나란히 실시설계 기술제안으로 집행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서울가좌 행복주택 건설공사 1공구(532억원)와 인천공항공사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골조 및 외장공사(5682억원) 역시 2차례 유찰을 거쳤다. 이들 공사는 결국 기술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선회했다.
지난 8일 PQ 마감한 턴키 방식의 정부통합 전산센터 신축공사(989억원)에는 한신공영, 현대산업개발, 울트라건설 등 3개사 컨소시엄 참여해 모처럼 경쟁구도를 형성했지만 오는 7월 예정된 입찰까지 경쟁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해당 공사 역시 최초 입찰 때는 한신공영 컨소시엄만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
오는 30일 입찰을 앞두고 있는 서귀포 크루즈 터미널 및 친수공원 조성공사(372억원) 역시 1차례 유찰을 겪은 뒤 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과 성지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해 가까스로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기술형입찰이 밥먹듯 유찰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대형사 A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술형입찰은 최저가낙찰제보다 수익성이 낫다고 인식되어왔으나, 최근 실적공사비 및 계약심사 등에 따른 단가 후려치기로 실행률이 100%를 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2여객터미널 골조 및 외장공사의 경우 설계금액이 업체가 뽑은 견적과 1000억원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견사 B사 관계자는 “기술형입찰은 설계비용이 선투입되는데 실행이 좋지 않고 낙찰까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참여할 순 없다”면서, “추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답합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기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독 응찰한 건설사들의 속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부분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기술형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C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이 건설사 입장에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실행이 안좋아 설계가에 100% 가깝게 투찰하려는데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면 아무래도 낙찰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실제 서울가좌 행복주택의 경우 설계가격 대비 93.99%에 수의시담이 이뤄졌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2차례 유찰이 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기술형입찰의 거듭된 유찰은 준공기한이나 공사품질 확보 측면에서 발주기관에도 손해다. 특히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아무래도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발주기관은 재공고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유찰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금액조정 등 입찰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회훈기자 hoony@
턴키(설계ㆍ시공일괄입찰), 기술제안 등 이른바 기술형입찰이 계속 유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박한 공사비로 인한 적자시공이 불가피하기 때문인데 발주기관들은 금액조정 없이 재공고만을 고집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공사 품질확보를 위해서라도 발주처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이 한국교육방송공사의 의뢰를 받아 기본설계 기술제안으로 진행 중인 EBS 디지털 통합사옥 건립공사 입찰이 또 다시 유찰될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 11일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마감 결과 계룡건설 컨소시엄만 PQ 서류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PQ를 준비했던 롯데건설 컨소시엄은 수익성 문제를 들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추정금액 1416억원의 해당 공사는 지난 3월말 최초 입찰 때도 계룡건설만 단독 응찰해 유찰된 바 있다. 당시 롯데건설은 PQ를 통과했음에도 입찰에는 불참했다.
앞서 지난 8일 PQ 마감한 인천공항공사의 T2 전면시설 골조 및 마감공사(1918억원ㆍ이하 추정금액)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연출됐다. 실시설계 기술제안 방식의 공사에서 대림산업 컨소시엄만이 단독 서류를 제출한 것이다. 10일 PQ 마감한 하남선(상일~검단) 복선전철 2공구(1373억원ㆍ턴키)도 태영건설 컨소시엄만이 단독으로 서류를 냈다. 이들 공사 역시 유찰이 유력시된다.
올해 들어 기술형입찰의 유찰은 ‘통과의례’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지난 2월 나란히 실시설계 기술제안으로 집행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서울가좌 행복주택 건설공사 1공구(532억원)와 인천공항공사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골조 및 외장공사(5682억원) 역시 2차례 유찰을 거쳤다. 이들 공사는 결국 기술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선회했다.
지난 8일 PQ 마감한 턴키 방식의 정부통합 전산센터 신축공사(989억원)에는 한신공영, 현대산업개발, 울트라건설 등 3개사 컨소시엄 참여해 모처럼 경쟁구도를 형성했지만 오는 7월 예정된 입찰까지 경쟁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해당 공사 역시 최초 입찰 때는 한신공영 컨소시엄만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
오는 30일 입찰을 앞두고 있는 서귀포 크루즈 터미널 및 친수공원 조성공사(372억원) 역시 1차례 유찰을 겪은 뒤 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과 성지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해 가까스로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기술형입찰이 밥먹듯 유찰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대형사 A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술형입찰은 최저가낙찰제보다 수익성이 낫다고 인식되어왔으나, 최근 실적공사비 및 계약심사 등에 따른 단가 후려치기로 실행률이 100%를 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2여객터미널 골조 및 외장공사의 경우 설계금액이 업체가 뽑은 견적과 1000억원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견사 B사 관계자는 “기술형입찰은 설계비용이 선투입되는데 실행이 좋지 않고 낙찰까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참여할 순 없다”면서, “추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답합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기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독 응찰한 건설사들의 속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부분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기술형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C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이 건설사 입장에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실행이 안좋아 설계가에 100% 가깝게 투찰하려는데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면 아무래도 낙찰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실제 서울가좌 행복주택의 경우 설계가격 대비 93.99%에 수의시담이 이뤄졌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2차례 유찰이 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기술형입찰의 거듭된 유찰은 준공기한이나 공사품질 확보 측면에서 발주기관에도 손해다. 특히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아무래도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발주기관은 재공고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유찰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금액조정 등 입찰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회훈기자 hoony@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