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공 발주기관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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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55회 작성일 14-04-14 09:32본문
김한수(세종대 교수)
실적공사비 제도를 둘러싼 불만이 이제는 거의 ‘건란(建亂)’ 수준까지 도달할 것 같다. 각자의 업역과 이해관계에 따라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해도 그리 어색할 것 같지 않은 17개 건설단체·기관들이 실적공사비 폐지 공동TF를 발족할 정도이다. 이들을 도원결의(桃園結義)의 분위기로 뭉치게 한 것을 보면 실적공사비 제도가 건설업계에 가장 절박한 공동 관심사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실적공사비 제도에 대한 불만은 공공 건설공사비의 적정성 또는 부적정성에 관한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건설업계가 납득할 만한 공사비 기준과 가격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필자는 실적공사비 제도에 대해 격론이 벌어질 때마다 늘 궁금한 것이 한 가지 있다. 공공 발주기관은 실적공사비 제도에 대한 어떤 시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계획된 사업을 시행하기에 적정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사업을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운 수준인지.
갑자기 공공 발주기관에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비추어 당혹스럽게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공사비 제도에 대한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필자의 눈에는 항상 이것이 ‘대리전(代理戰)’으로 보인다. 산학연관정(産學硏官政)이 실적공사비에 대해 저마다 의견을 내고 ‘싸움’에 참여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에서 공공 건설사업의 책임을 지고 시행하는 발주기관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미 꽉 짜여 있는 제도와 기준의 틀 속에서 운신(運身)의 폭이 그리 크지 않은 공공 발주기관이 ‘침묵의 미덕’을 발휘하는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건설업계는 실적공사비가 적정 품질, 상생, 수익성을 위해 적정하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떤 얘기라도 이제는 공공 발주기관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2011년 영국 정부는 공공 건설사업 효율화 전략(Government Construction Strategy)을 발표한 바 있다. 10여개의 세부 전략 중 하나가 “공공 발주자는 적정가격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 발주기관으로 하여금 시장가격을 벤치마킹(Cost Benchmarking) 하도록 하고 이를 예산편성 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공공 발주기관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발주기관 자신이 조달하는 서비스 또는 시설물에 투입되는 적정 비용이 얼마인지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에는 이런 경구(警句)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예산(Cost) 절감이 핵심 현안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는 최저가를 가치(Value) 보다 우선시 하는 위험성이 분명히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Cost Benchmarking의 핵심은 공공 건설사업이 어떻게 가치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가치 달성에 실패한 사업을 벤치마킹 대상에 포함시켜 작위적인 낮은 가격으로 Cost 기준이 설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 구매자(Smart Buyer)의 조건 중 하나는 가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가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면 어떻게 스마트한 구매를 할 수 있겠는가? 그간 우리 공공 발주기관들은 적정가격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표준품셈 제도나 실적공사비 제도라는 기준에 의지해 왔기 때문에 스마트한 구매보다는 안전한 구매(Safe Buy)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제는 실적공사비에 시장 거래가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공공 발주기관이 주도하게 하자. 그리고 적정 공사비가 무엇인지 공공 발주기관 스스로가 치열하게 고민하게 하자. 이를 위해 공공 발주기관의 코스트 전문성을 향상시키도록 하자. 공공 발주기관을 교육·훈련시키거나 건설 코스트 전문가(Construction Cost Consultants)들을 양성하고 활용하자.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적정공사비에 대한 싸움은 끝나지 않는 소모적인 ‘대리전(代理戰)’이 될 뿐이다. 이제는 코스트 전문성을 갖춘 공공 발주기관이 적정 공사비에 대한 논쟁을 끌고가야 한다.
실적공사비 제도를 둘러싼 불만이 이제는 거의 ‘건란(建亂)’ 수준까지 도달할 것 같다. 각자의 업역과 이해관계에 따라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해도 그리 어색할 것 같지 않은 17개 건설단체·기관들이 실적공사비 폐지 공동TF를 발족할 정도이다. 이들을 도원결의(桃園結義)의 분위기로 뭉치게 한 것을 보면 실적공사비 제도가 건설업계에 가장 절박한 공동 관심사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실적공사비 제도에 대한 불만은 공공 건설공사비의 적정성 또는 부적정성에 관한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건설업계가 납득할 만한 공사비 기준과 가격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필자는 실적공사비 제도에 대해 격론이 벌어질 때마다 늘 궁금한 것이 한 가지 있다. 공공 발주기관은 실적공사비 제도에 대한 어떤 시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계획된 사업을 시행하기에 적정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사업을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운 수준인지.
갑자기 공공 발주기관에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비추어 당혹스럽게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공사비 제도에 대한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필자의 눈에는 항상 이것이 ‘대리전(代理戰)’으로 보인다. 산학연관정(産學硏官政)이 실적공사비에 대해 저마다 의견을 내고 ‘싸움’에 참여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에서 공공 건설사업의 책임을 지고 시행하는 발주기관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미 꽉 짜여 있는 제도와 기준의 틀 속에서 운신(運身)의 폭이 그리 크지 않은 공공 발주기관이 ‘침묵의 미덕’을 발휘하는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건설업계는 실적공사비가 적정 품질, 상생, 수익성을 위해 적정하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떤 얘기라도 이제는 공공 발주기관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2011년 영국 정부는 공공 건설사업 효율화 전략(Government Construction Strategy)을 발표한 바 있다. 10여개의 세부 전략 중 하나가 “공공 발주자는 적정가격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 발주기관으로 하여금 시장가격을 벤치마킹(Cost Benchmarking) 하도록 하고 이를 예산편성 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공공 발주기관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발주기관 자신이 조달하는 서비스 또는 시설물에 투입되는 적정 비용이 얼마인지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에는 이런 경구(警句)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예산(Cost) 절감이 핵심 현안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는 최저가를 가치(Value) 보다 우선시 하는 위험성이 분명히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Cost Benchmarking의 핵심은 공공 건설사업이 어떻게 가치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가치 달성에 실패한 사업을 벤치마킹 대상에 포함시켜 작위적인 낮은 가격으로 Cost 기준이 설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 구매자(Smart Buyer)의 조건 중 하나는 가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가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면 어떻게 스마트한 구매를 할 수 있겠는가? 그간 우리 공공 발주기관들은 적정가격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표준품셈 제도나 실적공사비 제도라는 기준에 의지해 왔기 때문에 스마트한 구매보다는 안전한 구매(Safe Buy)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제는 실적공사비에 시장 거래가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공공 발주기관이 주도하게 하자. 그리고 적정 공사비가 무엇인지 공공 발주기관 스스로가 치열하게 고민하게 하자. 이를 위해 공공 발주기관의 코스트 전문성을 향상시키도록 하자. 공공 발주기관을 교육·훈련시키거나 건설 코스트 전문가(Construction Cost Consultants)들을 양성하고 활용하자.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적정공사비에 대한 싸움은 끝나지 않는 소모적인 ‘대리전(代理戰)’이 될 뿐이다. 이제는 코스트 전문성을 갖춘 공공 발주기관이 적정 공사비에 대한 논쟁을 끌고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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