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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풍토병 걸린 글로벌 스탠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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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99회 작성일 14-04-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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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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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찰제도와 관련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세계시장에서 기준으로 통하는 규범, 즉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다.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시장의 입찰제도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가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 정부 또한 입찰제도를 개선할 때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웠다. 최저가제도를 도입할 때도, 실적공사비제도를 적용할 때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들먹였다. 하지만 입찰제도에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 타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중국 고사에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강남에 심은 귤나무를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는 뜻이다. 귤이라는 같은 종자인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바로 강남과 강북의 기후와 풍토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종자를 심어도 기후와 풍토에 맞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튼실한 과일을 얻지 못하는 게 자연의 이치다. 입찰제도도 다르지 않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제도라도 국내 환경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

 지난 2001년 재도입돼 운영 중인 최저가제도가 2년 후 종합심사제도로 바뀐다. 최저가제도는 누가 뭐래도 글로벌 스탠더드의 기본이다. 적정한 품질을 보장해 준다면 싼 가격을 써낸 업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 제도가 국내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은 품질에 대한 보장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최저가제도는 발주처가 품질을 고려한 적정 가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때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발주처 스스로 이 역할을 거부했고 결국 최저가제도는 운찰제라는 오명을 짊어지고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요즈음 건설업계 전반의 지탄을 받고 있는 실적공사비제도도 귤이 탱자가 된 사례다. 이 제도는 적정한 시장가격을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도입이 됐다. 하지만 결국에는 시장가격과 동떨어진 채 발주처의 예산삭감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이 제도가 도입된 10년 전과 비교해 건설공사비지수는 62.2%, 생산자물가지수는 30.5%가 오른 반면 실적공사비 단가는 2.2% 떨어졌다.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한 선진국에서는 실적단가의 수집주체가 관이 아닌 민간이고, 단가 공종이 세분화돼 있고, 예정가격에 대한 발주처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제도가 왜곡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좋은 종자의 과실이라도 기후와 풍토에 맞지 않아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뽑아내는 것이 경제적이다. 최저가제도는 앞으로 2년이 지나면 생명이 다한다. 이미 종합심사제도가 마련돼 2년 후 본격 시행을 목표로 올해부터 시범적용되기 때문이다. 실적공사비제도도 큰 폭의 개편이 예상되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중소기업과의 간담회에서 “문제점이 많은 실적공사비제도에 대해 연내 의미있는 개선책을 반드시 찾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제도개선을 위한 관ㆍ산ㆍ학 협의체가 구성될 예정이다.

 종합심사제도의 시행과 실적공사비제도의 개선에 거는 건설업계의 기대가 자못 크다. 이들 제도가 도입 취지를 살리면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단지 선진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참여주체들의 의식과 주변 여건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동안 무수한 글로벌 스탠더드들이 도입됐지만 대부분 토착화에 실패했다. 그 원인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병들게 한 우리의 풍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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