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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국가계약법 등에 '부당 예산삭감 방지' 규정 있지만…발주기관들 준수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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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62회 작성일 14-03-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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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

  (2부)공공시장 어쩌다 여기까지

  (하)발주기관들의 꼼수

  # 전라남도의 A시는 2011년 총 공사비 70억원 이상의 건축공사를 추진하면서 지방계약법상 최대 15%를 책정하도록 한 이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A시는 해당공사를 비롯해 총 7건에서 조달청의 제비율보다 낮게 간접노무비, 일반관리비, 이윤, 기타경비 등을 적용해 공사비를 대폭 삭감했다.

 # 경상남도의 B시는 2011년 총 공사비 4억5000만원 규모의 건축공사를 발주하면서 거푸집 단가와 미장공사 단가를 공사비에 맞춰 시중단가 대비 대폭 삭감했다. B시는 경계석 보도공사 역시 입찰공고하면서 재료비를 터무니없이 책정했다. B시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9억8000만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규모의 시설공사인데도 발주기관별 공사비가 다르다. 실적공사비를 적용하느냐, 표준품셈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발주기관별 복수 예비가격 산정기준에 따라서도 또 변한다. 서로 다른 제경비율을 적용하면 한 번 더 바뀐다. 여기서 설계내역서상 단가와 노무비 수량을 삭감하면 다시 한 번 더 달라진다. 품질관리비 및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요율에 따라 또 변한다.

 하지만 발주기관들이 예산 절감 혹은 부족을 이유로 비용을 부당하게 삭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치한다. 앞선 두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 등 상위 법령들이 부당하게 예산을 감액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준수하는 발주기관들은 별로 없다.

 /제경비율상 이윤은 무조건 ‘0’으로

 시설공사의 참여를 결정한 이후, 건설사 견적팀의 업무는 제경비율에서 이윤 부문을 ‘0’으로 적는 데서 시작한다. 시설공사의 규모와 상관 없이 해당공사를 통해 이윤을 전혀 가져가지 않겠다는 사실을 건설사 스스로 선언하는 셈이다.

 현재 지방계약법에는 제경비율의 이윤이 노무비와 경비, 일반관리비를 더한 가격의 15%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대 발주기관인 조달청 역시 적정이윤을 보장해 주겠다는 취지에서 이 비율을 책정했다. 그러나 경쟁입찰로 진행하는 시설공사에서 수주를 위해서는 0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중견사 견적팀 관계자는 “수주가 아쉽지 않고서야 이윤 부문에서 1~2%로 쓰는 ‘간 큰’ 건설사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발주기관의 경우 아예 이윤 부문을 0으로 적도록 노골적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군부대는 2009년 건축공사를 발주하면서 간접노무비, 기타경비, 일반관리비, 이윤 등 제경비율을 모두 0.1%로 적용했다. 이는 조달청의 제경비율보다 간접노무비(11.3%)의 경우 11.2%포인트, 이윤(15%)의 경우 14.9%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사실상 해당공사를 통해 이윤을 가져가는 건 불가능한 셈이다.

 아울러 다른 군부대의 경우 2010년 건축공사를 진행하면서 사급자재비 비목을 이윤 밑으로 분류해 안전관리비, 환경보전비, 하도급보증 수수료, 기타경비, 일반관리비, 이윤 등의 적용을 배제했다. 이를 통해 군부대는 1억원 이상의 예산을 줄였으나, 수주 건설사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관리비 부담 증가…상향 조정해야

 일반관리비 역시 수주를 노리는 건설사에는 부담이다. 일반관리비는 기업의 유지를 위해 관리 부문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뜻한다. 재료비에다 노무비, 경비를 더한 비용에다 공사의 규모에 따라 3.5~6.0%를 차등 적용하도록 돼 있다. 추정가격 300억원 이상의 대형공사는 3.5%가 하한선이다.

 문제는 건설현장별로 일반관리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건설업계는 현재 일반관리비율(일반관리비가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 이상이라고 말한다. 최근 건설공사는 각종 전산시스템 도입, 현장 관리인력의 외부 위탁 등으로 일반관리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형사 건축견적팀 관계자는 “(대형공사 기준) 정부가 허용한 비율이 현실의 절반 수준인 탓에 수주를 하더라도 건설사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실을 외면한 채 진행하는 발주기관들도 문제지만 제도적으로 관련 법령 개선을 통해 이뤄나가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대한건설협회를 중심으로 일반관리비율의 상한선을 현행 6.0%에서 8.0%로 상향 조정할 것을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실을 외면한 일반관리비율에다 적정원가 이하의 수주는 건설사 경영여건 악화는 물론, 하도급사나 자재업체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근로자 생명 담보로 안전관리비 삭감

 일부 발주기관의 예산 삭감은 건설현장의 안전과 관련 깊은 산업안전보건 관리비(이하 안전관리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전관리비는 재료비와 직접노무비를 더한 비용에다, 5개 공종(일반건설-갑, 일반건설-을, 특수 및 기타, 철도궤도, 중건설)의 요율을 곱해서 산정하게 된다.

 발주기관은 건설현장 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비를 산정하고, 건설사는 안전관리자 인건비, 안전시설비, 개인보호구 구입비 등으로 써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부분이라 말을 꺼내기가 힘들지만, 한 발주기관의 경우 토목공사를 발주하면서 안전관리비 요율을 ‘특수 및 기타’ 공종에 맞춰 반영했다. 해당공사는 몇 개 공정이 복합적으로 포함됐는데, 가장 요율이 낮은 특수 및 기타 공종에 맞춰 일괄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예산 절감을 이유로 건설현장 근로자의 목숨까지 담보로 하는 횡포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마나 고용노동부가 올해 계약하는 건설공사부터 안전관리비를 평균 7.6% 인상한다고 밝힘에 따라 건설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번 인상은 1989년 기준 마련 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발주기관들이 제대로 인상분을 반영할지는 미지수여서, 고용노동부가 발주기관들을 상대로 실태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석한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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