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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영 "발주청 중심제도, 건설산업 위기로 몰아 넣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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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16회 작성일 14-04-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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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제도 혁신 선행돼야 공공사업 효율성도 높아져

 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

  (5부)공공시장의 미래비전은

  (상)제도가 시장을 만든다

  “영국 건설산업은 불량한 상태(in poor shape)이며 타 산업부문과 비교해 개선의 여지가 너무도 많다. 그러나 건설산업의 주요 고객으로서 정부는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건설산업의 잘못된 행태는 정부와 공공발주자의 잘못된 행태의 거울(reaction)이기 때문이다. 먼저 자신(정부)의 행동, 업무 방식과 절차를 변화시켜야 한다.” - 영국 정부가 1995년 발간한 ‘레빈 보고서’ 中

영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건설산업의 국제 경쟁력에서 막강한 파워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내수시장 규모에서는 연간 1000억달러 정도에 이르는 세계 5위이고, 해외 시장에서는 점유율 10% 이상을 유지한다.

 하지만 영국은 경제학의 고향답게 정부 스스로에도 ‘시장 중심’논리를 적용하며 공공계약법에서 낙찰자 선정 원칙을 ‘발주청 관점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유리한 입찰’ 혹은 ‘최저가 입찰’을 명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1994년 7월 영국 건설산업의 문제점을 최초로 지적한 ‘레이섬(Latham) 보고서’가 나왔다. 레이섬은 영국 건설산업의 조달제도 변혁 없이 영국 건설산업의 산적한 문제점을 고칠 수 없다며 특히 정부 발주청 중심의 발주제도가 공공 건설사업의 비효율성과 국고의 낭비, SOC를 통한 대국민 복지 제공에 실패하는 등의 문제를 유발시킨다고 진단했다.

 ‘레이섬 보고서’는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공공·민간의 전문가들이 혁신 보고서들이 발간되며 공공 조달제도 혁신을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의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HM 트레저리(Treasury)’가 주관하고 14개 정부가 참여해‘정부건설조달 지침서’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김한수 세종대학교 교수는 “영국 정부의 조달제도 혁신 철학은 공공 발주자는 상업적인 마인드를 갖춘 스마트 발주자로서 공공 건설사업에서 국민 세금의 투자가치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건설사업 혁신 프로젝트에서 정부 발주자가 먼저 ‘스마트’해질 것을 다짐했다는 것이 주목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1995년 발간된 레빈 보고서는 ‘건설산업의 잘못된 행태는 정부와 공공 발주자의 거울’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산업의 수준은 발주자의 수준을 절대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특이할 점은 이 레빈 보고서는 민간의 레이섬 보고서에 자극받은 영국 정부가 발간한 것으로 당시 영국 정부가 공공 건설사업의 비효율성의 문제 핵심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자성한 대목이라는 점이다.

 영국 정부는 공공 발주자가 건설사업 시행의 룰(rule)을 만드는 제정자 및 운영자로서 막강한 영향력과 권한을 행사하는 ‘가장 힘센’ 주체이기 때문에 건설업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리더의 자리에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또 받아들였다.

 영국 정부는 1990년대까지 이어지던 발주제도의 틀을 완전히 흔들었다. 최저가 낙찰 기조에서 국민 세금의 투자가치 달성(VFM:Value for Money)’로 패러다임을 바꿨다. 건설업계 혁신을 발주자 혁신에서 출발한 셈이다.

 최저가 중심으로 정부의 효율성만을 따진다면 정부와 공공 발주자는 별다른 노력을 할 필요 없이 구조적으로 건설업계가 최저가를 제시할 수밖에 없는 제도만 만들어 놓고 이를 시행하면 된다. 하지만 국민 세금을 통한 ‘가치 창출’을 목표한다면 발주자 스스로의 부단한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VFM은 영국 발주청들의 자세와 생각을 바꿨다. 방향이 변경되자 이에 따르는 제도들도 순차적으로 따라 움직였다.

 2012년 영국 내각부가 발표한 ‘공공조달 핵심기준’을 보면 VFM의 목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영국 정부는 ‘발주 방식 및 사업 대안의 평가와 선택은 (최저)공사비만이 아니라 반드시 생애주기 투자가치 달성 여부에 입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김한수 교수는 “공공 건설사업 효율화를 단순히 투입비용의 삭감 혹은 증감의 패러다임으로 보는 상태에서는 어떤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아도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은 지속된다”며 “그 이유는 정부와 공공발주자의 혁신은 전제되지 않고 건설업계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영국 정부는 공공 건설사업의 효율화를 위해 1차적으로 희생해야 할 주체로 건설업계가 아닌 정부와 공공 발주자임을 인식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VFM 제도는 정부를 고민하게 만드는 제도다. 무엇이 국민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묻고 자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VFM 패러다임 하에서는 정부 및 공공 발주자가 스마트 구매자로 변신해 스마트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역량을 업그레이드한 후 건설업계도 이에 맞춰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영국 정부는 발주제도 혁신을 통해서만 공공 건설사업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봤고 이를 바탕으로 조달제도 혁신을 추진했다.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형 제도를 도입하고 건설산업 혁신이 뒤따르려면 우선 건설업계의 문화가 선진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문화를 바꾸려면 건설을 보는 관점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건설업계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정부가 가장 먼저 스스로의 문화를 개발도상국형에서 선진형 시스템으로 바꾸며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려는 의지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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