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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수주 지상주의’가 불러온 건설업계 씁쓸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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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67회 작성일 14-03-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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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공사비 확보” 외치면서…‘적자’ 뻔한 공사 입찰 되풀이

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

(4부)건설업계 책임은 없나

(상)자전거 페달 이론의 몰락

‘저가낙찰’ 후유증…수익성 악화 초래

기업문제 넘어 건설산업 위기로 이어져

업계 스스로 ‘선별적 수주 전략’ 나서야


 “거듭된 유찰로 발주기관에 경각심을 심어줘야 했었는데…. 같은 건설인으로서 책임과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한 대형건설사 영업담당 임원은 최근 수의계약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외장 및 골조공사에 대해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다.

 해당 공사는 실시설계 기술제안으로 발주됐다. 추정금액 5165억원으로 올해 건축공사의 최대어로 꼽혔던 만큼 수주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수백억원의 적자 시공이 예상돼 참여 의사를 밝힌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입찰을 포기했다. 유찰이 유력했던 공사는 그러나 중견업체 H사가 막판에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수의계약으로 흘렀다. 기술형입찰에 기술 경쟁이 사라진 것이다.

 이는 건설업계의 씁쓸한 단면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실적공사비의 폐해 등을 들면서 적자 시공이 불가피하다고 외치지만, 막상 입찰에 들어가면 수주를 하는 건설사가 나온다. 그동안 외쳤던 적자 시공의 목소리는 공염불이 되고, 발주기관은 “너희들 말고도 공사를 맡을 건설사는 많다”면서 코웃음을 친다.

 현재 공공시장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제도를 만든 정부에 기인하지만 건설사를 위시한 건설산업계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저가 투찰, 보복 투찰, 가격 경쟁, 기술영업 등 결과물(수주)에만 올인하는 건설사의 수주 지상주의가 결국 수익성 악화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공공시장에서 이른바 ‘자전거 페달 이론’은 몰락한 지 오래다. 공사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수주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저가 투찰-적자 시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주산업의 특성상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적자 수주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적자 수주는 회사의 채산성 악화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저가공사의 실행률이 100%를 훌쩍 넘은 것이 이를 대변한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건설관리학회가 인하대 연구팀을 통해 조사한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실행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발주된 513건의 공사별 평균 실행률은 무려 104.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수주를 하든 본전을 뽑기 힘든 구조이다.

 저가 투찰은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 등 기술형입찰에서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2012년 턴키로 집행된 항만공사에서 낙찰사가 추정금액(2082억원) 대비 55.1%의 가격을 적어낸 게 대표적이다. 가격 점수로 기술 점수를 제쳐 낙찰받는 사례는 비일비재해졌다. 그럼에도 턴키공사는 ‘비리의 온상’이 돼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자전거 페달 이론의 몰락은 하도급에도 여파를 미친다. 적자 수주를 하니 밑으로 내려갈 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도급 표준계약서 확대, 하도급 직불제 의무화 등의 개선 조치에도 불구하고 하도급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업계 일부에서는 선별 수주 등 수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동참하지 않는다면 수익성 확보는 요원할 뿐이다.

 최석인 건산연 연구위원은 “공사비 관련 회의를 할 때마다 정부 측에서는 평균 75%인 최저가 낙찰률을 들며 나머지 25%를 찾아가지 못하는 건설사들의 책임을 거론한다”면서 “건설사들은 실적공사비 폐지 등 제도 개선을 외치기에 앞서 25%를 찾아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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