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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최저가보다 못한 기술형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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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72회 작성일 14-03-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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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ㆍ품질 뒷전 발주자 공사비 깎기에만 열 올려

 업계,저가투찰 조장…기술경쟁 무의미

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

(3부)입찰제도가 만든 함정

(중)도입취지 못 살리는 기술형입찰

 ‘기술형입찰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건설업계가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나 기술제안 등 최근 집행되는 기술형입찰에서는 기술이나 품질경쟁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업계의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최저가낙찰제보다 못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기술형입찰의 평균 낙찰률은 최저가제보다 평균 10%포인트 높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적자시공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지경이다.

 제아무리 규모가 큰 국책사업(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라도, 정부 최대 역점사업(행복주택)이라도 참여자 부족으로 줄줄이 유찰되고 급기야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현실이, 기술형입찰시장의 실상을 대변한다.

 업계는 기술형입찰공사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무엇보다 발주자의 과도한 공사비 깎기 등 부족한 공사비에 기인한다고 입을 모은다. 발주자마다 기술형입찰이라는 이유로 시공사에 요구하는 기술 및 성과요구 수준은 최대한 끌어올려 놓은 반면, 정작 공사비는 다단계 심사를 거치며 실행 이하로 책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설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시공사에 전가시키면서도, 설계변경이나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등은 인정하지 않고 계약 외 요구사항만 쏟아내고 있다.

 업계는 이런 상황 하에서는 입찰참가자들이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딱 3가지뿐이라고 밝혔다.

 예산 대비 100%에 육박하는 고가 투찰에 나서면서 설계 및 제안의 품질수준을 높이거나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저버리고 실적을 위해 저가경쟁에 나서는 방법이다.

 그러나 전자의 방법으로는 적자 규모를 최대한 줄이는 정도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사실상 수주할 수 있는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극심한 물량난에 시달리는 건설사로서는 쉽게 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또 이런 사정을 모르는 외부에서는 담합이나 로비의 의혹을 사기도 한다.

 그렇다고 저가경쟁에 나서 투찰률을 끌어내리는 선택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 수주할 수 있는 확률은 높일 수 있지만 적자시공으로 인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부실공사나 사고를 일으킬 위험부담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적부담을 느끼는 몇몇 업체는 적극적인 가격공세에 나서 평균 투찰률 대비 30~40%나 낮은 50~60%대 투찰률을 적어내곤 울며 겨자를 먹는다.

 모 환경시설 턴키공사를 50%대에 수주한 A사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일정수준의 적자는 이미 감수하고 있지만 준공 품질은 최저가로 발주된 유사 공사에 비해 떨어질 것”이라며 “저가투찰한 원죄는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발주자가 예산절감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 기술경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과연 발주자가 시설수요자인 국민에게 떳떳한 품질의 시공물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다보니 일부 업체가 마지막 수단으로 부정한 방법을 동원, 로비나 담합 등 ‘독이 든 성배’를 기울이고 만다고 지적한다. 건설공사 입찰시장의 토양 자체가 품질향상이나 기술개발을 유도하는 합리적 경쟁이 아니라 가격경쟁이나 불법, 편법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형입찰이라면 발주자가 요구하는 기술수준과 품질에 걸맞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더불어 기술형입찰공사에도 덤핑 투찰을 방지하는 장치를 만들고 평가 시 기술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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