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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저가경쟁 부추기는 입찰제도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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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47회 작성일 14-03-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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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품질은 '뒷전'-시설물 안전 우려도

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

(3부)입찰제도가 만든 함정

   수주를 위해선 저가투찰을 해야 하는 최저가, 기술경쟁이 사라진 기술형입찰, 실적공사비 반영이 늘어난 적격심사대상공사….

 중견업체 A사의 영업부장은 현재 공공시장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저마다 시공품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입찰제도들이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발주기관의 예산절감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공공공사 입찰를 보고 있노라면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닌지 하는 죄책감이 든다. 수주에 성공하기 위해선 적자실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면서 “연말이나 연초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들이 예산을 얼마나 아꼈다고 발표할 때마다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 공공공사의 입찰제도가 가격 우선주의로 변질되고 있다. 시설물의 안전 및 품질은 뒷전으로 밀린 채 얼마나 싼 가격에 시공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낙찰자 선정의 절대 기준이 되어 버린 모습이다.

 올 초 조달청은 2001년 최저가낙찰제 도입 후 지난해까지 시행에 따른 운영성과 분석을 내놓으면서 낙찰률이 평균 12.2%포인트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저가심의 등 제도 보완에 따라 시행 초기 50%대의 낙찰률을 70% 중반대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부로 느끼는 체감률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른 중견업체 B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60%대 낙찰률에도 일반관리비는 물론 어느 정도의 수익까지 보장됐다. 그러나 지금은 현장실행만으로도 적자를 고민해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과거에 비해 낙찰률이 올라간 것은 분명하지만 실적공사비 공종 확대, 계약심사제 강화 등으로 공사비 삭감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면서 대부분 공공공사의 실행률은 100%를 넘어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인하대 연구팀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발주된 513건의 최저가 공사의 평균 실행률은 104.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 대안, 기술제안 등 최저가보다 낙찰률이 높은 기술형입찰도 가격 위주로 돌아선 지 오래다. 가격비중이 50%를 넘는 가중치 기준방식의 공사입찰이 증가하고 있고, 덩달아 업체들도 이에 익숙해진 분위기다. 2012년에는 무리한 가격경쟁으로 설계점수가 가장 높은 입찰자가 가장 낮은 추정금액 대비 54.7%에 공사를 수주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80%대의 낙찰률이 보장된 적격공사도 최근 들어 적자실행이 만연되고 있는 추세다.

 결국 공공공사의 적정공사비는 낙찰률보다는 실행률로 귀결된다는 뜻인데, 정부나 발주기관은 낙찰률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반대로 90%대의 높은 낙찰률을 기록한 공사에는 사정기관이 ‘부정부패’의 색안경을 쓰고 달려든다.  문제는 이러한 입낙찰제도의 폐해가 건설사뿐 아니라 수요자인 국민에게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저가수주를 강요하는 현재의 입낙찰제도는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성수대교 붕괴사고에서 보듯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면서 “낙찰률 등락이 아닌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방향으로 입찰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발주기관의 자율성 인정도 요구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공공공사의 발주는 주로 국가계약법령을 따른다. 계약담당자 역시 단순 집행하는 기능에 머물러 있으며, 절차를 중시하는 감사기관의 감사 때문에 최대한 법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발주기관에 특성을 반영한 입찰제도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회훈기자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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