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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종심제 시범사업 공공성 제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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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76회 작성일 14-06-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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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준대로라면 입찰에 참여해도 의미가 없다. 공사수행능력 점수가 높은 1~2위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업체들은 들러리일 뿐이다.”

 최근 공개된 한국도로공사의 종합심사제 세부기준에 대한 A사 입찰담당자의 푸념이다. 가뜩이나 공공공사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종심제 도입으로 수주기회가 더욱 축소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공공공사는 이제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린다.

 최저가낙찰제의 대안으로 나온 종합심사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공사수행능력이 우수한 업체가 적정가격으로 공사를 수행하도록 만든 입찰제도이다. 운찰제로 전락한 최저가에 비해 해당 공사의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다는 취지 자체는 업계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낙찰률이 다소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업계의 기대를 부풀렸다.

 문제는 공공성이다. 국가계약법을 토대로 입찰에 부쳐지는 공공공사는 입찰과정의 투명성과 함께 공공성이 생명이다. 공공성은 곧 물량의 적정한 배분을 의미한다. 공사물량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소수의 업체가 독점한다면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근 종심제 시범사업 발주기관들이 내놓은 세부기준은 공공성과 다소 거리가 있다. 균형가격 도입으로 가격점수는 사실상 불변인 가운데 공사수행능력으로만 낙찰자가 결정되는 구조인데, 공사수행능력 점수가 높은 업체만 독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공사수행능력의 평가 항목 중 시공실적, 매출액, 시공평가결과 등은 최근 10년치를 위주로 평가하기 때문에 처음 매겨진 순위는 몇 년간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 확실하다. 게다가 낙찰업체는 시공실적과 매출액이 계속적으로 불어나 향후 입찰에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처음 1등은 영원한 1등이 되는 셈이다. “입찰에 참여해도 의미가 없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형사-중견사뿐 아니라 대형사끼리도 공사수행능력 점수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특례 승인을 받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이같은 수주독점을 피하기 위해 공사수행능력의 변별력을 약화시켰지만 결과적으로 현행 최저가와 비슷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물론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가 그렇지 못한 업체보다 우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공공성 측면에서 후순위 업체들이 기술력을 보완해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예컨대 공동도급의 실적 인정 비중을 높이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기재부에서는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점이 있다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도가 연착륙하려면 첫단추부터 잘 꿰어야 한다. 1.5조원에 달하는 시범사업은 적은 물량이 아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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