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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좌고우면(左顧右眄)과 전복후계(前覆後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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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446회 작성일 14-06-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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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정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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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오늘, 이 지면을 통해 건설인들에게 좌고우면(左顧右眄)하라고 권했다. 월드컵 시즌이니만큼 자다가 요강들고 축구한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보다 못한데, 눈치나 보라니 말이다. 좌고우면은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 한다는 뜻이다. 폼나는 모양새도 아니다. 구차하다. 그럼에도 좌고우면을 권한 것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생각에서다. 성장시대는 속도가 중요했다. 옆을 돌아볼 틈이 없었다. 작은 허물은 속도에 묻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브레이크가 걸리며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심정으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왼쪽과 오른쪽을 돌아보자고 했다. 국민의 시선은 어떤지,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자고 한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되새기고 협력사들도 챙겨보자는 제안이었다. 무엇보다 건설인들이 당당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좌고우면은 원래 중국 위(魏)나라의 조식(曹植)이 오질(吳質)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온 말이다. 문무를 겸비하고 기상이 출중해 고금을 통틀어 견줄 만한 사람이 없다고 찬미한 데서 유래됐다. 좌우를 살펴보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형용하는 말인 것이다. 버겁지만 가슴을 펴라는 응원이었다.

 1년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나빠졌다. 경기침체의 상흔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건설수주는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공공 인프라투자는 복지논리에 눌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신규 분양을 중심으로 살아나고는 있지만 기대 이하다. 건설사 가운데 수익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이 태반이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대형∙중견건설사 46곳이 담합에 연루되면서 이미지마저 땅에 떨어졌다. 몸과 마음이 그로기다. 좌우를 챙기고 가슴을 펼 여지가 없는 것이다.

 겨를조차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악재가 한꺼번에 왔다. 잘못된 제도와 정책도 빌미를 제공했다.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갈지자 행보였다. 실적공사비제도, 분양가상한제 등 철 지난 제도들이 버젓이 시장을 옥죄고 있다. 겨울이 왔는데도 여름 옷을 입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정치권 일부가 반팔 티셔츠를 겨울 옷이라고 우기고 있다. 정책 당국은 겨울 옷이든, 여름 옷이든 관심조차 없는 듯하다. 건설인만 삭풍의 한가운데서 떨고 있다. 여기에 몰아붙이기식 담합처분과 부처님도 돌아앉을 보복형 리니언시는 가슴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다.

 환경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망은 사태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가장 큰 원인은 변화의 방향과 흐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데 있다. 이미 시장여건은 바뀐 지 오래인데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아 예날이여’라는 노래를 되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국민의 시선과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졌음에도 습관적으로 대했는지도 곱씹어 봐야 한다. 법의 잣대가 달라졌는데도 관행이라는 이유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며 일을 키웠는지 모른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앞의 실수를 교훈으로 삼는 전복후계(前覆後戒)가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오늘은 67번째 맞는 건설의 날이다. 서로를 다독이며 노고를 위로받는 날이다. 올해는 축배보다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외면당하는 산업은 미래가 없는 까닭이다. 스스로 움직이고 감동을 이끌어내야 가능한 일이다. 첫 걸음은 착한 건설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래서 좌고우면은 올해도 유효하다. 어렵지만 국민의 마음도 챙기고 사회적 책임과 협력사도 추슬러야 한다는 말이다. 바탕은 전복후계다. 상하좌우를 모두 살펴야 한다. 버겁지만 선택이 아니다. 건설호가 미래를 향해 순항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박봉식기자 par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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