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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림의 떡' 민자 부대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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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12회 작성일 14-06-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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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민간투자사업의 부대사업을 ‘제3의 수익(third party revenue)’이라고 부른다. 영국을 대표하는 예술대학인 브라이튼 대학은 체육관, 대학기숙사 등을 민자로 지으면서 체육관 내에 쇼핑시설, 헬스클럽 등을 부대사업으로 추진, 임대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 브리스톨과 배스지역의 군 주거시설을 짓는 민자사업의 경우 부대사업으로 군 주거용 외에 일반용 가구를 별도로 건립한 후 이를 임대해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민간투자법 상 18가지의 부대사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본 사업 외에 추가로 뭔가를 짓거나 만들어서 부대수익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민자도로에선 휴게소, 충전소가 전부고 민자철도는 역사 내 자판기, 편의시설, 매점 임대사업 정도다. 민자사업이 도입된 지 20년이 흘러 사업수가 600여개, 총사업비 70조원대 규모로 성장했지만 부대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부대사업 추진절차가 너무 까다롭다. 부대사업은 민간사업자의 책임과 비용으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100% 사업자가 떠안는 구조다. 그런데도 부대사업 하나를 하려면 새로운 민자사업을 하나 더 추진하는 것만큼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부대사업을 버젓이 법에 담아놓은 황당한 경우도 있다. 민자고속도로의 옥외광고물 사업이 대표적이다. 민투법에선 2011년 8월에 옥외광고물을 부대사업으로 추가했지만 옥외광고물관리법에선 이보다 3년 앞선 2008년 5월에 고속도로 옥외광고물 사업을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산하 한국옥외광고센터에 맡긴 상태였다. 결국 정부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부대사업을 허용하면서 잔뜩 생색만 낸 꼴이 됐다.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고 위험투성이 민자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까.

 이같은 ‘부대사업 멸종사태’는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도 나쁘다. 민간사업자들이 다양한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내줘야 통행료도 낮아지고 주무관청의 재정부담도 줄어들어 세금 완화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민자고속도로에 80년대식 큼지막한 지주형 광고탑을 덩그러니 세워놓는 것도 영 어색하다. 통상 고속도로 인근에서 볼 수 있는 광고탑을 지주형 간판이라고 부르는데, 최대 높이 25m에 광고면은 가로 18m, 세로 8m 규격(평면형 기준)이다. 지능형 교통관리시스템(ITS)을 갖춘 첨단 고속도로에 걸맞게 광고탑도 획일적 형태를 벗어나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시각적으로 창의·예술성을 갖춘 형태로 다양해지려면 처음 설계 때부터 민자사업자가 부대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광고 수익도 더 늘고 덩달아 국제대회 기금과 지자체 지원금도 커질 수 있다. 민간의 돈과 함께 창의와 효율을 공공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20년 전 민자제도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정부당국이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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