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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공공시장 미래비전-전문가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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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71회 작성일 14-04-0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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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내 투자 지속∙제도 손질에 적극 나서고…업계는 이미지 개선, 디자인∙IT 융합 통해 매력 키워야”

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

(5부)공공시장의 미래비전은

(하)전문가에게 듣는다

공공사업발 건설위기는 엄포가 아니다. 공공공사를 주력으로 하는 건설사들마다 적자시공에 따른 손실누적으로 경영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발주처들의 비정상적인 공사비 산정과 가격에 치중한 입찰제도가 지목되고 있다. <건설경제>는 3월 초부터 ‘공공시장 정상화 시급하다’라는 제하의 5부작 기획특집을 연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정상적인 공공공사의 문제를 해부하고 적자시공에 신음하는 건설산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제는 공공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이는 정부와 발주처, 건설산업계 모두에 해당하는 숙제다. 공공시장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건설회관 내 <건설경제> 회의실에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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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산업 부정적 이미지, 공공물량 축소 불렀다

 사회자(권혁용 건설경제 산업팀 팀장): 공공시장의 미래를 위해 산업의 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해 각 분야별 전문가를 모셨다. 건설산업이 어렵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의 이야기에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최근 기업의 애로사항은 물량난과 수익성의 문제,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적정수준 이상의 건설투자가 필요하고, 적정수준 이상의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 우선 물량 면을 짚고 넘어가려 하는데 국내 건설시장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물량 확대를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정부 쪽 입장을 듣고 시작하자.

 윤석호 기획재정부 과장: 물량 확대에 대한 결정과 방안 마련은 엄밀히 말해 국토교통부의 몫이기 때문에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건설물량 확대에는 공공, 민간, 해외부문 등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중 해외와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건설업계 스스로 시장 개척이 필요하고, 공공부문에서는 투자대비 효율성이 높은 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탈출구의 해법이다. 타 산업에 비해 건설산업이 투자효용성이 높다는 것을 산업 스스로 증명해 정부가 투자할 만한 산업이라고 국민들이 느끼게끔 납득시켜야 하지 않겠나.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단도직입적으로 공공건설시장에 있어서 정부와 건설업계의 노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선진국들의 예처럼 점진적으로 GDP 대비 건설투자(공공부문 포함)는 10~12% 내외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는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하는데 크게 두 가지 측면을 강조하고 싶다.

 우선 공공시장의 위축에는 부정부패 등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건설업계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회적 책임 노력을 통해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킬 때 공공투자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향상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윤석호 과장의 지적에 동의한다.

 공공시장은 한계가 있으므로 다른 영역의 시장을 적극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도전한다고 이들 시장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시장도 점점 단순 도급형에서 개발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만큼 사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기술 및 사업관리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회자: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정부 투자확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은 정부와 연구기관 쪽의 공통된 의견인 것 같다. 산업 이미지 악화와 공공 투자 축소의 상관관계에 대한 업계의 의견이 궁금하다.

 진상화 현대건설 영업기획 실장: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투자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미 입증되지 않았나? 건설산업은 10억원 투자 시 일자리 창출 인원이 12.0명이다. 전체 산업평균(7명)보다 70% 이상 많다. 또한 이사 및 도배업 등 건설관련 업종까지 포함하면 국민 1000만명이 해당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가 내수 활성화의 한계 때문이라는 점을 정부가 가장 절실히 느끼고 있을 텐데, 건설산업 침체와 내수 부진이 서로 연관이 있다.

 최근 반도체나 자동차들이 국내 주요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10억원 투자 시 12명 이상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은 건설밖에 없다. 전체 국민 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

 최근 3개월간을 보면 2009년에 비해 발주물량이 72% 줄었고, 전년 대비로는 24% 줄었다. 이건 경착륙인데 이렇게 경착륙으로 가면 건설산업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부 및 발주자의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다. 자동차나 특수산업들의 거시경제 지표가 좋아서 건설산업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최근 정부 방향은 너무하다. 건설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무조건 비용(Cost)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왜 투자의 가치측면을 보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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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해외시장에서 물량 확대 만만치 않아”

 사회자: 공공물량 축소를 민간 및 해외시장에서 보충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한 업계 시각은 어떤가.

 진상화: 정부는 무조건 해외로 나가라고 하는데, 큰 회사도 해외로 나갔다가 망할 수 있다. 그룹사인 모회사는 사우디에서 거의 10억달러짜리 공사를 준공하지 못해 지체상금을 물고 있다. 대형사도 해외 공사를 한다는 게 이처럼 어렵다. 해외로 나가는 것이 무조건 답인가. 정부는 공공은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해외로 나가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데 이 둘은 연관돼 있다. 어느 정도의 공공공사 발주 물량이 있어 연착륙을 한 후 해외로 차근차근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대규모 물량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소득 2만6000달러 시대에는 고급·문화 인프라가 필요한데 이런 부문에 대한 투자는 건설물량 확대가 아닌, 복지 투자다. 정부가 꾸준히 중소형 시설 공사를 통해 국내에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민간 시장 개척에도 문제가 많다. 정부에서 도시정비사업의 파행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보길 바란다. 민자사업을 확대하겠다면서 지난해 발의된 법안들도 여전히 국회에 묶여 있다. 개발형 시장을 개척하라고는 하지만 정부의 민자유치에 대한 의지부터 약하지 않은지 돌이켜 보라. 해외, 민간 부문에서 업계 운신의 폭을 좁혀놓고 공공물량을 급격히 축소하면서 업계 등을 떠미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사회자: 공공투자 수익성 부분에 중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진행해 보자. 수익성이 악화된 원인으로 크게 실적공사비와 업계의 과당경쟁 등이 꼽힌다.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일까.

 윤석호: 우리나라 정부가 발주 과정에서 공사 수행능력에 대한 변별력의 문턱을 너무 낮춰놨다. 이 경우 가격만의 경쟁이 되는데 결국 자연스레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외국의 경우는 가격과 수행능력 중 수행능력을 더 우선시한다. 우리도 수행능력과 가격을 조화시켜 낙찰자를 선정해야 한다. 사실은 공공사업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본다.

 윤영선: 나는 좀 다르게 보는데, 건설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은 예가 산정제도와 입낙찰제도다. 특히 예가제도에 문제가 있다. 입낙찰제도는 그에 대한 업계 대응방식이 있고, 업계 잘못도 분명히 있다. 덤핑이나 담합 등 로비가 있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가제도는 정부가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시대가 바뀐 만큼 정부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불공정 행위에 가깝게 예가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무조건 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예가를 산정하고 그 틀에서 입낙찰을 시행하는 것은 안 된다. 예가제도부터 바꾸는 것이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모범이고, 건설산업 개혁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 “예가 및 입낙찰제도가 수익성 주원인”

 
사회자: 얼마 전 기술제안입찰방식의 EBS디지털통합사옥 건립공사 입찰이 수익성 문제로 결국 무산된 사례가 있다. 예가제도는 개선이 필요한 듯 보인다.

 진상화: 예가 부문과 관련해서는 업계 입장에서 정말 할 말이 많다. 정부가 예산 절감을 목표로 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국토부에서도 투자심의하고, 총사업비를 협의한 후 발주처에서 사업비를 깎고 각 공단에서 실비 10% 내외를 추가로 또 깎는다. 당초 예상액의 30% 이상 깎인 상태에서 낙찰률까지 적용한 후 건설업체들이 수주한다. 30% 이상 깎인 상태로 발주되면 불가피하게 담합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담합이라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진다. 이런 걸 보면 건설업체들이 함정수사에 빠지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예정가격을 관리할 때 ‘사랑하는 내 가족이 사는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정부가 사업을 발주하고 공사감독을 하면 이렇게 가격을 후려칠 수는 없다. 정부가 예산절감만 강조하다 보니 설계변경도 거의 안해 주고, 공기연장 추가비용 지급하라는 내용도 국가계약법 안에 있는데 특수조건 등을 들먹이면서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정부는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안 준다며 원도급사들을 꾸짖기만 한다. 좋은 품질로 건설인들이 응답할 수 있는 문화를 정부가 만들어 달라.

 사회자: 결국 제값 주고, 제값 받자는 말로 요약되는 것 같다. 수익성 부분에는 입찰제도의 문제도 있는데 다행스럽게 정부에서 종합심사제를 마련해 올해부터 시범사업이 발주될 예정이다. 새로운 제도가 최저가 등 과거 제도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업계부터 먼저 이야기하자.

 진상화: 저가수주, 공사비 삭감, 부실시공, 안전문제 등은 업계가 가장 잘 안다. 책임은 업계에도 일부 있지만 근본 원인은 입낙찰제도다. 최근 그런 부분들을 개선하고자 기재부에서 종합심사평가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약간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업계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니, 현행 최저가제도보다 낙찰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무 전문가들도 우려한다. 평가 항목 중 대부분이 변별력이 없는데 해당 사업에 대한 매출 비중 부문의 변별력이 너무 강화돼 중견 몇개 업체가 사업을 독점할 수도 있다, 해외 토목 비중이 높은 업체는 국내 사업을 전혀 수주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업계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기재부의 가이드라인대로 수행능력이 정부 목표대로 제대로 평가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전기가 필요하다. 기술 비중이 60%인 경우에도 가격의 강제차등 제도를 줘 담합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기술력도 제고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 달라.

 #“종합심사평가제 도입에 거는 기대 커”

  윤석호: 종합심사평가제는 현행 입낙찰 제도들이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업계 생태계가 무너지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기술과 가격이란 양 요소가 균형있게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제도를 만드는 점에 있어 과거와 다른 점은 과거에는 정부가 주도해 제도를 만들어 업계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종합심사낙찰제는 정부와 업계, 학계가 같이 참여해 설계한 제도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가장 달라진 점이 이 부분이라고 본다. 일단 제도를 만들어 테스트 베드를 거친 이후, 가장 합리적으로 공사의 품질을 확보하는 낙찰제도를 업계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제도다. 지금도 문제점을 지적해주셨고, 앞으로도 업계에서 생각하는 문제점들이 나오겠지만, 그때는 다시 제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모두가 토의를 한 후 고쳐 나갈 계획이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진행해 정책 실현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낸다는 각오다. 건설업계에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다.

 윤영선: 우려하는 부분은, 과거에도 많은 제도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격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가다 보면 또 정부가 가격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가지 않겠다는 의견에는 신뢰감이 든다.

 어떤 경우든 이번에는 제도의 핵심적인 부분을 절대 놓치지 말고 끌고가길 바란다. 그런데 여기서 업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제도가 바뀌면 건설업계가 또 말려들어가, 정부에 안 좋은 시그널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번만큼은 정부가 진정성을 보인 만큼 산업계도 자정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기업 모두 시장원리에 따라 수익성 있는 사업에는 들어가고 없으면 들어가지 말고, 이런 식으로 기업들이 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는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사회자: 가끔 정부 정책을 보면 담당 과장과 사무관들이 그 자리에 얼마나 오래 있느냐에 따라 정책 일관성이 달려있더라. 최근 종함심사평가제 관련 담당 사무관이 바뀌지 않았나. 그래서 업계에서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

 윤석호: 공무원들은 1년 만에 많이 바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애로사항을 지적하는 점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종합심사제에 대한 애정이 있어 이 제도만큼은 어느 정도 발걸음을 떼는 모습까지는 반드시 지켜보고 싶다. 전임 사무관은 2년 정도 있었다. 후임자 역시 계약을 담당했던 직원으로 전문성이 있다. 종합심사평가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다. 게다가 정책 만드는 과정에 국토부와 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도 같이 참여했다. 만드는 과정을 기록영화로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정말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협업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제도의 충실성과 일관성을 약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영선: 종합심사평가제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정말 획기적인 정책이 될 거다. 우리나라에는 신뢰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는데 이 제도야말로 업계와 정부의 신뢰 하에 자리 잡길 바란다.

 진상화: 업계 입장에서는 제도의 문제점이 노출됐다면 장기간의 유예기간을 둘 것이 아니라 즉시 개선해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합심사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예정가격을 반드시 비공개로 하고, 대안제시를 허용해 기술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건설업계 스스로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위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전국 1만1000개사에 달하는 모든 건설업체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시장원리에 따라 정부가 제도를 만든 후 우량한 중소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시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되어야 한다.

 # “정부도 건설업계 비정상에 책임 있다”

 사회자: 종합심사제는 현안이다 보니 여러 의견이 나왔다. 이제 공공시장 정상화를 위해 ‘비정상’의 대표적인 사례인 비리와 담합 등 부정부패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윤영선: 가장 중요한 점인데, 건설산업에 부정부패가 관행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건설산업이 공공사업 의존 중심으로 커오다 보니 시장원리에서 벗어나 정부와 유착됐다. 자생력을 못 키우고 물량이 줄어들 때마다 정부에 하소연을 했다. 그 하소연이 여태까지는 잘 먹혀들어갔다. 그런데 이제는 정부도 힘이 없어지니 해결방안이 없다.

 ‘비정상’을 시스템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까. 비슷한 연구를 해봤는데 부정부패가 일어나는 것은 행태, 문화, 제도 등 세 가지가 결합되면 된다. 개인의 잘못된 행태, 죄의식이 별로 없는 관행화된 문화, 그런 것을 부추기는 제도.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복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엄격하게 법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는 업계 차원에서 공통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제도는 정부 핵심과제이니만큼 개선해야 한다.

 4대강 담합으로 말이 많았는데 1차적으로 업계는 할 말이 없다. 업계가 담합하지 말았어야 했던 거다. 문제는 이런 환경을 정부가 만든다는 점이다.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진상화: 영업을 해온 사람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비정상’ 정부 정책에 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리, 담합은 입낙찰제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전체 공공사업 발주물량의 80% 비중이 운찰이다. 기업은 성장도 해야 하는데 운찰이면 열심히 기술개발을 해도 수주를 못하는 거다. 한 회사를 100개로 쪼개거나 나라장터를 해킹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왜 턴키에서 담합이 나오겠나. 턴키는 20개 공구를 한꺼번에 발주한다. 정부에서 1개사에 1공구 이상 사업을 안 준다. 모두 분할발주한다. 사업예산을 당초 금액에서 30%씩 다 깎고 발주한다. 이것은 경쟁불능 상태다. 기업이 1개사 1공구 수주, 분할발주하는데 어떻게 경쟁이 성립되나. 신이 아니고서 인간이 지닌 도덕적 수준에서는 도무지 비리, 담합이 없을 수 없다.

 만약 운찰인데 수주를 못하면 회사 문을 닫고, 종업원도 다 잘라야 한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수주해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면 담합을 하는 거다. 그런데 시민단체나 일반 국민들에게 이런 기가막힌 현실이 안 알려져 있다. 비리 입낙찰에 처벌만 강화할 게 아니라 정부부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동시발주, 공구분할이 없다. 10억달러 사업을 한 건으로 발주해서 한 업체가 수주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안 한다. 25년간 영업을 해왔는데 정부가 기업이 경쟁을 못 하도록 발주제도를 만들어놨다. 우리나라는 예가제도가 다 공개되는데 예가가 공개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민간도 예가 공개를 안 한다. 예가를 왜 공개하나. 예가가 공개되면 기술개발도 안 된다. 대학생에게 오픈북하고 시험 보라는 식이다. 답답하다. 턴키만 대안제시할 이유가 있나. 최저가 사업도 대안제시하게 해 달라. 정부가 대형 건설사들이 턴키 대안에 올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는 업계만 처벌하나.

 사회자: 업계에서는 비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주문하는 것 같다. 정부에서는 어떻게 보나.

 윤석호: 정부는 산업의 건전화를 위해 규제를 개선해 나가는 중이다.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부정부패 근절 의지가 강하고, 원칙과 약속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법으로 금지된 행위로 인해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단기간에 아픔이 있더라도 기준과 원칙을 지킬 것으로 본다. 정부가 노력하는 만큼 업계도 행태와 문화를 변화하려는 노력으로 화답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원리다”

 
사회자: 현재 건설시장을 짚어볼 때 발주자는 원도급사, 원도급사는 하도급사에, 하도급사는 근로자에게 부담과 손실을 전가하는 구조로 흐르고 있다.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말했지만 사실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개선이 안 됐다. 가장 최근에 세종시에서 M건설사가 아파트를 짓는데 하도급자가 고의로 철근을 누락해 이를 방송사에 제보했다. 산업이 이런 상황까지 치달았다. 정부의 시각차가 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나.

 윤석호: 현정부 들어서 경제민주화, 약자 보호에 대한 제도 개선이 많이 이뤄졌다.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공동도급에서 제도개선이 갑을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공동도급계약과 분리발주 확대가 갑을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공정한 하도급을 하는 업체가 낙찰받기 유리한 입찰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도급거래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발주기관이 하도급의 금액을 상호협약에 의해서 직접 지급하는 방법도 유용할 것으로 본다. 업계에서는 정부 관계자의 기술적인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하도급의 문제에 대해서는 범정부적으로 공정위, 국토부, 고용부, 기재부 모두 협업해 제도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사회자: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외치면서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관계에만 끼어드는데, 정부는 당사자라서 그러는지 몰라도 정부부터 제값을 주고 원도급도 제값을 주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윤석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이 그런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런 요구들이 오고 있고 정부도 과거 공무원들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윤영선: 개인적으로 강조하게 싶은 게 있는데 건설업에서 갑을관계는 발주자에게서 나온다. 발주자가 갑을관계를 규정한 상태에서 사업을 시행한다. 정부는 갑을관계를 해소하자고 주장하면서도 본인은 열외자로 보고 업계를 지도하려고 한다.

 규제강화, 처벌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자기 스스로 변화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거래 행태부터 바뀌어야 한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갑을관계를 개선할 때 파트너링(Partnering)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가 기업을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 파트너로 봤다. 갑을관계 탈피를 계획한 선진국 정부들은 모두 발주자가 자기 반성, 혁신을 통해 시공자와 대립했던 계약관계를 탈피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 노력하는 시스템을 정부가 먼저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파트너링 제도에서 발주자는 빠진다. 갑을관계 해소는 공공, 정부부터 꼭 앞장서야 한다. 정부의 자기혁신이 필수적 핵심이다. 정부가 파트너 입장에 있어야 비로소 기업에 규제를 강화하고 처벌도 할 수 있는 거다. 정부는 정작 잘못하면서 기업에 강요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진상화: 최근 협력업체를 동반자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의 생태계는 많이 바뀌었는데 개개인들의 인식이 속도를 쫓아오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라는 수퍼갑도 우리 건설기업들을 원수급자나 하도급자로 보지말고 동반자로 봐 달라. 공생관계로 인식할 때만 좋은 품질과 경쟁력이 나온다. 그래야 건설산업도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면서 도약하는 기회가 오지 않겠나.

 # “스스로 매력적으로 변모해야 젊은 인재 온다”

 사회자: 건설산업의 미래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우수 젊은 인력의 유입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건설산업에서 우수인재 유입이 끊기다시피했다. 우수 젊은 인력을 유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윤영선: 오늘날 건설업을 바라보는 가장 눈에 띄는 지표다. 젊은 인재들이 산업을 기피하는 것. 미래 건설이 더욱 어려워질 거라는 증거다. 업계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꼭 고민해야 할 주제다. 연구할 때 보면 건설업은 성장단계를 지난 성숙단계인데 성숙단계에는 산업이 정체되기 떄문에 우수인재 확보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두 가지인데, 첫째는 건설업의 부정부패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건설업을 깨끗하고 국민에게 신뢰주는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제2의 도전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시대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영역에서 도전정신을 발휘하자는 거다. 녹색 에너지, 도시재생 영역은 있는데 이런 사업분야는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된다. 도전 문화는 창의성에 기반하는데 우리 산업이 창의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선착순 문화인데.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이제는 패스트 팔로어해봤자 시장이 없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즉 먼저 움직여야 한다. 퍼스트 무버가 아니면 건설산업도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

 윤석호: 요즘 젊은 사람이 특정산업에 오려면 융합이 가장 중요하다. 건설이 아파트 찍어내는 개념이 아니라 디자인과 융합해야 하고 인텔리전트 빌딩, IT하고 융합해야 매력적인 산업이 된다. 매력적인 산업으로 만드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해외진출도 새로운 산업의 이미지와 결합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나.

 진상화: 사실은 현대건설 하면 도전 문화인데, 건설이야말로 도전정신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건설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사람이 중요한 산업인데, 최근 보면 건설 관련 학과들이 폐강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1970~80년대만 해도 우리의 우수인재가 건설회사로 왔다. 고시, 은행, 건설회사 순이었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문제는 지금 건설산업이 창의력을 발휘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도전정신을 자극할 수 있는 입낙찰제도로 조금 변화시켜 줘야 한다. 백지 위에서 고민해 유형의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 아사다 마오가 있어 김연아가 있을 수 있었듯, 시스템에서 바른 경쟁, 선의의 경쟁,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인위적으로 급여를 많이 주는 것보다는 제도를 바꿔 젊은이, 사업의 주체자들의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고 정주영 회장 같은 스타건설인이 나올 수 있도록 하면 젊은 세대들이 자연스럽게 오지 않겠나.

 사회자: 우리 건설산업 스스로 매력적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얘기가 정답 같다. 산업 내부적으로 자성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오늘 바쁜 시간 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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