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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 박자 늦은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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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61회 작성일 14-04-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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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은 4년, 대통령은 5년, 관료는 30년’이란 말이 있다. 제아무리 정부가 바뀌어도 관료들은 영원하다는 말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유연하게 적응해가면서 강한 생존본능을 자랑하는 관료에 대한 풍자의 의미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만큼 관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중앙행정기관은 ‘17부 3처 17청 2원 5실 6위원회’로 짜여져 있다. 국민들에겐 모두 다 같은 ‘정부’지만 실제로는 부처마다 성격이 제각각이다. 예산과 세제라는 강력한 정책수단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엘리트 의식으로 똘똘 뭉쳐있고, 지식경제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간판이 수시로 바뀌는 산업부는 발빠른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 ‘정부 내 시민단체’으로 불리는 환경부는 사사건건 타 부처들과 부딪히는 아웃사이더 신세다. 그렇다면 건설·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어떨까. 여러 부처를 출입하면서 옆에서 지켜본 국토부는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비친다. 아무래도 제 밥그릇이 확실할수록 보수적인 것일까. 최근 내놓은 몇가지 대책을 보면 타 부처보다 한 발씩 늦은 ‘뒷북 정책’이 많다.

 국토부는 최근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 생기는 층간소음 등 각종 분쟁을 처리하기 위해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시·군·구에 분쟁조정위가 있지만 설치율이 68%로 낮고, 이용실적도 연간 11건(2012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앙 조정위는 시·군·구 조정위에 이은 2심 재판부 역할을 하면서 그 결정사항은 법원의 ‘조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이는 누가봐도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와 업무가 겹친다. 아파트 관리와 관련한 분쟁을 주로 다룬다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의문이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재정(裁定)’과 같은 준사업적 권한이 있지만 국토부가 신설하려는 조정위에는 없다. 재정 결정은 재판상 화해 효력과 같다. 실속없는 뒷북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의 고급인력 양성 정책도 뒷북이긴 마찬가지다. 국토부와 산업부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빛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플랜트 분야에서 일할 고급 엔지니어 양성을 위해 수년째 경쟁적으로 대책을 쏟아내왔다. 하지만 산업부가 정규 교육시스템을 통해 질적으로 우수한 인력 양성에 공을 들인 반면 국토부는 상대적으로 양으로 승부하고 있다. 올해도 4000명의 해외건설 전문인력 양성교육을 실시한다. 뒤늦게 내년부터 고등학교(해외건설 분야 마이스터고)와 대학원(건설 엔지니어링 글로벌 전문가 양성 특성화 대학원) 과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미 2012년에 전문대학원(포스텍엔지니어링대학원) 과정을 만들어 이미 올해 처음으로 26명의 석사 졸업생을 배출했고, 엔지니어링 특성화대학원 과정도 올 하반기부터 시작한다.

 뭐든 타 부처보다 한 발짝씩 늦는 국토부를 보는 심경은 복잡하기만 하다. 30년을 간다는 국토부 관료들이 이 지경이라면 건설·부동산 산업도 매번 뒷북만 치다 제자리걸음하는 것은 아닐까.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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