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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무소신과 이념에 매몰된 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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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84회 작성일 14-07-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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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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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이 제철이다. 가격도 싸다. 8㎏ 1등급 기준 경매가격은 9000원선으로 작년의 1만4000원의 65% 수준이다. 양파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생산 농가는 죽을 맛이다. 나아질 기미가 없어 시름만 깊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박과 양파값이 폭등할 우려가 있으니 생산원가에 일정 이윤을 더해 가격 상한제를 설정한다고 하면 농민들의 표정은 어떨까.

 이런 생뚱맞은 생각이 든 것은 3년 전 이맘때의 일이 기억나서다. 당시 임시국회에서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폐지 문제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법안심사 소위에 폐지안이 상정됐지만 의견 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 된 것이다. 야당은 강경했고 여당은 뜨뜻미지근했다. 그해 궂은 날씨 등으로 생산이 줄어 수박값이 급등했다. 공익성을 고려하면 수박값도 상한을 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농담으로만 흘러넘길 수 없는 목소리도 있었다.

 상한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2009년에 폐지안이 법안심사소위 일정에 포함됐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듬해 3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민간택지에 대한 폐지를 공언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후임인 권도엽 장관도 부작용이 많다는 입장을 틈날 때마다 밝혔다. 박근혜 정부들어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일 국회 교통위원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탄력시행 등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를 과감히 정비하겠다”고 밝히는 등 여러 차례 폐지를 공언했다. 그러나 반신반의다. 주무 장관 3대에 걸쳐 공언했지만 8년 동안 헛발질만 했기 때문이다.

 상한제는 약발이 다한 정책이다. 경기 침체로 분양가가 주변지역보다 낮게 책정되는 지금에는 사문화된 규제로 전락했다. 철이 지난 규제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취지와는 달리 전셋값 상승으로 서민의 삶이 더욱 팍팍해졌다. 소비자는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형 업체의 브랜드가 ‘네~미안’, ‘헐~스테이트’, ‘별로지오’, ‘e-뻔한세상’ 등으로 패러디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거에 문화나 기술, 미래를 구겨 넣을 틈이 없다. 가격과 획일화만 있을 뿐이다. 겨울에 여름 옷을 입고 있으면 감기에 걸리는 것은 물론 온도가 더 떨어지면 폐렴 등으로 생명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효용성이 없다는 데 동의한다.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막상 선택을 하라면 불가로 돌아선다.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작용하기 때문이다. 야당은 여기에 편승하고 여당은 눈치를 본다. 국회만 가면 문턱에서 고꾸라지는 근본 이유다. 집단사고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응집력이 높은 집단은 대안에 대한 충분한 분석 및 토론 없이 쉽게 합의하고 그 대안이 최선이라고 믿고 합리화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집단착각 현상’인 셈이다.

 문제는 무소신과 정책에 덧칠된 이념이다. 다른 말로는 8년간 긴 논란이 이어진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정책을 정책으로 접근하지 못한 것이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효과나 부작용을 저울질해 최선을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정책은 소신을 가지고 관철할 것은 관철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바에는 수박값에도 상한선을 정하고 터무니 없이 비싼 옷값도 규제해야 공평하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모르긴 해도 변호사 수임료도 상한을 정하자고 한다면 변호사와 관련된 직원, 가족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찬성할 것이다. 소신없는 정책과 이념에 매몰된 정책은 국민과 경제를 골병들게 할 뿐이다.

박봉식기자 par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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